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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월 10만원 청소년 동아리 지원도 전액 삭감

by 이윤기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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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9. 11 방송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어 내년도 예산 심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가 ‘역대급’ 긴축 예산을 편성하여 정부지출 예산 증가율이 최근 20년 중 가장 낮은 2.8%로 책정되었습니다. 오늘은 정부의 유례없는 긴축 예산 편성으로 날벼락을 맞은 내년도 청소년 예산 편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설명 자료에 따르면, 부처 폐지를 공언했 여성가족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9.4% 늘어난 1조 7153억원을 편성하면서도 내년도 청소년 ·정책 예산은 올해보다 6.9% 줄어든 2351억 8000만원을 편성하여 지난해보다 173억원이 줄였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올해 본 예산 기준 38억 2500만원이었던 청소년 활동지원 예산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되었다고 합니다. 청소년 활동지원 예산은 청소년 프로그램 공모사업, 청소년어울림마당, 청소년 동아리지원 사업 등이 해땅됩니다. 

청소년 어울림 마당은 창원시의 경우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받아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여러 지역 청소년 단체가 돌아가면서 월 1회 개최하는 청소년 축제입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노래하는 청소년들, 춤추는 청소년들, 악기를 연주하는 청소년들이 각자 가진 재능을 뽐내는 행사입니다. 

 

통상 축제 한 번에 약 480만원이 지원되는데, 이 돈으로 무대도 설치하고 음향도 설치하고, 천막도 임대하고 의자도 빌리고 출연팀에게는 교통비나 다름없는 약간의 출연료도 지급하며, 행사 당일에는 참가하는 청소년들에게 경품이나 상품권도 나눠줘야 하는 정말 빠듯한 예산인데, 예산을 증액해줘도 모자랄 판에 내년부터는 창원시 관내에서 매달 열리던 청소년 축제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매달 하던 청소년 축제 예산 왜 삭감되었나?

청소년 프로그램 공모사업은 민간 청소년 단체들이 여성가족부 혹은 청소년지원 재단을 통해 진행하던 크고 작은 새로운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을 지원하던 사업입니다. 프로그램 공모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청소년수련관이나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진행되던 취미활동과 체험활동이 모두 사라지거나 대폭 축소될 상황입니다. 

또 청소년동아리 지원사업은 여성가족부가 심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간 120여만원, 월 10만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던 사업입니다. 청소년동아리 활동은 청소년들이 공동체로 모여 자기 계발과 문화활동, 체육활동을 자율적,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핵심 활동입니다. 이 사업 전국의 모든 청소년 동아리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역시 공모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창원시를 통틀어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1년에 고작 10여개 동아리가 월 10만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전액 삭감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원 받은 동아리지원사업을 들여다보면, 아이들 음료나 간식비 정도로 쓰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청소년지도사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의 성장이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데 쓰고 있는데 내년도에는 예산이 없어 활동을 중단하게 생겼습니다. 

월 10만원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도 삭감

예산이 전액 삭감된 여가부 사업 중에는 올해 5억 5600만원이 배정되어 있던 ‘청소년 성인권 교육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성 인권이란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성폭력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말하는데, 이 사업은 청소년 스스로가 성적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인권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2013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수요 감소와 타 부처 사업과의 유사성 때문에 사업을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5년 동안 성 인권교육 수요는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1만8022명이었던 수강 인원은 2019년 1만8224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2020년부터 지난해(1만7312명)까지 매년 3년간 1만 7천여명을 유지하였습니다. 사업을 폐지해야 할 만큼 수강생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근로 권익보호> 사업도 폐지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상담, 현장 방문 등 중재 해결, 노동인권교육, 행복일터 발굴 등을 진행하던 사업입니다. 연간 12억 7300여만원을 들여 진행해오던 사업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되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이 사업을 폐지하는 이유로 노동부와 중복되는 사업이라서 폐지한다고 하였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삭감된 예산이 노동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일터에서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체불, 부당한 처우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대표적인 노동약자 입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을 해 본 청소년의 12.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경험을 하였고, 29.5%는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청소년 주무부처가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을 폐지하였으니 차라리 정부출범 때부터 없애겠다고 했던 여성가족부를 없애버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예산이 국회에서도 바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된다면 전국에 있는 200여개의 청소년수련관 그리고 340여개의 청소년문화의집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청소년지도사 인건비와 기본 프로그램 예산만으로 운영되면, 시설과 사람은 있지만 프로그램이 없는 기형적인 운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했던 잼버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약속1호, 약속2호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위축된 청소년 활동을 활성화하고 정부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재 100여개에 불과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청소년 활동프로그램을 2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전국 10개인 국립청소년수련시설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청소년 활동공간도 늘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였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모두가 공염불이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청소년활동학회, 전국청소년관련학과 교수협의회,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등 청소년 관련 학회, 기관, 단체등은 지난 6일 청소년예산 삭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OECD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전체 예산 656조 원의 0.0057%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전체 청소년 활동 국가예산을 전액 삭감하는게 말이 되냐"며 여가부는 청소년활동 예산삭감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김기남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총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눈만 뜨면 청소년의 위기와 문제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 전체 청소년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공모라는 형식을 통해 아주 일부만 지원하고 면피하던 예산조차 없애버린 것은 결국 30년 이상 공들이고 성장해온 청소년정책을 뿌리째 뽑아버린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