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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커피와 샌드위치도 구독 한다구요?

by 이윤기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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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1. 6 방송분)

구독서비스와 소비자 피해

모바일 환경이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OTT(Over-The-Top) 구독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구독서비스 어디까지 이용해보셨나요? 저 같은 장년층은 매일 배달되는 신문, 한 달에 한 번 받아보는 잡지 정도가 구독 서비스의 전부였던 시기를 살았는데 지금은 와~ 저런 것도 구독한다고? 하며 놀라는 경험을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구독 소비의 실태와 소비자 피해 사례에 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구독 서비스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요즘도 매일 종이신문을 받아보고 있고, 매월 구독하는 잡지도 있습니다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넷플릭스입니다. 제가 10대 시절에는 동네마다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데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동영상 서비스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면서 동네마다 있던 비디오 가게는 모두 사라지고 대신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동영상 플렛폼이 OTT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연결된 TV에도 넷플릭스 뿐만아니라 멜론, 벅스, 애플뮤직, 유튜브 프리미엄, 쿠팡 프리미엄, 라프텔 같은 다양한 구독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거리두기’가 3년 넘게 지속되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구독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넷플릭스를 구독한다는 직장 다니는 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며 산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새 저도 넷플릭스와 왓차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소비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구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스마트폰 사용경험을 확장시켜주는 편리한 앱들을 공짜로 다운받아 설치했다가 광고없이 사용해야겠다 싶을 때 결제를 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괜찮은 앱들은 모두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커피와 샌드위치도 구독 서비스

우리나라 컴퓨터 사용자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한글 워드 프로그램의 경우도 지난 봄부터 구매방식에서 구독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구독이 처음 시작된 건, 주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이었습니다. 가격이 수 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에 이르는 비싼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돈을 내고 구입하기 어려우니 매월 돈을 내고 사용하도록 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개인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들도 모두 구독 서비스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독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 구독 서비스로 읽는 소비자들도 있고, 정기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화장지나 세제, 기저귀 같은 생활물품을 구독 서비스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음식 구독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저는 우유나 요구르트 정도가 구독 식품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커피, 김치, 아이스크림, 햇반, 이유식, 달걀과 같은 식품을 정기적으로 받는 구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알게 된 구독 서비스는 커피와 샌드위치 구독 서비스인데요, 그분은 월 3만원으로 샌드위치+커피를 월 10회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하나씩 구입할 때의 반값으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구독할 수 있다고 자랑하더군요. 커피, 샌드위치, 피자 등 음식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낱개로 구입할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같은 제품을 구입하는 번거로움을 피하 위해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한편, 식품 구독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과거 유제품이나 건강 기능식품 등을 취급하는 일부 업체에서 이루어지던 구독 서비스가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과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 채널들이 모두 구독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최근에는 유명 식품 기업들도 직접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독 시장 규모 연간 40조원... 얼마나 더 늘어날까?

이렇게 빠르게 확장되는 구독시장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4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2016년과 비교하였을 때 4년 만에 54.8% 성장한 것이구요. 2025년이면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2018년 132억 달러에서 2025년이면 4782억달러로 연평균 68%, 7년 동안 무려 36배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불만은 구독은 쉬운데, 구독 중단이나 서비스 해지는 어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구독 신청 버튼은 눈에 확 띄고 크게 만들어져 있고, 터치 몇 번 만에 직관적으로 신청이 되지만, 대부분 해지 버튼은 작게 만들어져 있거나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장 최악의 사례는 신청은 스마프폰으로 할 수 있지만, 취소는 컴퓨터로만 가능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크 패턴’이라고 부르는데요. 대부분의 구독서비스는 이런 다크패턴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바일 앱 100개를 조사한 결과 총 268개의 다크패턴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나타나는 다크패턴 유형은 개인정보 공유, 자동결제, 선택 강요, 해지 방해 순이었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소비자 사례가 바로 구독해지 피해입니다. 조사결과를 보면 100개 앱 중에서 27개가 앱 내에서 정기 결제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거나 구글플레이스토어로 가서 해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해지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무려 7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다음으로 피해사례가 많은 경우는 일주일 무료 체험, 1개월 무료 체험 서비스들입니다. 무료 구독 신청을 했다가 기간 안에 해지를 못하고 결제가 이루어져 피해를 당해본 경험 있으신 분들 많을겁니다. 저도 스마트폰 동영상 편집앱,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를 무료 이용 신청했다가 깜박하고 제 날짜에 구독 중단 신청을 못해서 유료 결제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데요. 

구독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가 빠르게 보완되거나 변경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무료체험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유료 결제가 되도록 만들어진 결제시스템을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유료 결제가 되도록 바꾸어야 하고, 구독 중단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나는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을거야”라고 자만하지 마시고, 달력에 구독 신청 날짜와 구독해지 날짜를 메모해두시는 작은 실천이 중요하구요. 소액이라고 그냥 포기하지 마시고, 소비자단체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피해사례를 접수해야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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