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 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여러 건의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연말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에서 공동으로 발간한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를 위한 10문 10답> 자료를 중심으로 세입자들의 전세 사기, 깡통전세 피해 예방 대책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전세 사기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통칭해서 표현하지만, 정확하게는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임대인(집주인) 등이 보증금을 가로채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범죄행위를 말합니다.” 즉 처음부터 보증금을 가로채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된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깡통전세는 “매매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주택이나 아파트를 전세로 주거나, 어떤 이유로 집값이 하락하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한 임대인이 국세·지방세 미납, 대출금 미상환(연체)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해당 됩니다.
깡통전세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세입자를 속이는 경우도 있지만 주택공급 증가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저출산이 지속되고 2000년 이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수요가 공급을 모두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결국 50여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하던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적으로 둔화되었고, 급기야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떨어질 경우 앞으로 만기되는 전세 계약 8건 중에서 1건은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도시연구소는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80% 이상인 공동주택 단지가 40%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의 경우 전체 임대차 계약의 61%가 전세가율 80% 이상이고, 경남의 경우 45.8%가 전세가율 80%이상인 전세 계약입니다. 즉 주택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도 깡통전세가 될 위험이 있는 전세 계약들인데요. 실제 마산 양덕동에 살고 있는 저도 지난 2019년 무렵 제가 살고 있는 전세아파트 전세보증금보다 아파트 거래 가격이 낮아져서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불안을 안고 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조직적 전세 사기, 당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편,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사기 조직에 연계된 임대인 176명이 소유한 주택이 2만 7000여채이고, 2023년 전세 사기 피해액만 1조 854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는데요. 2024년에도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피해가 완전히 근절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세 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은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대인-감정인-공인중개사가 공모하여 시세를 부풀려 전세대출을 받도록 알선하고 보증금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두 번째는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겠다고 거짓으로 약속하고 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을 가로 채는 수업이 있구요.
세 번째는 임대인이 국세 등 체납액이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있구요. 네 번째는 전세 계약 후 바지 임대인에게 주택 소유권을 이전해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입니다. 이런 4가지 유형은 대부분 주택 가격이 보증금과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금융기관에 근저당이 있는 주택의 경우 전세 입주를 피해야 하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우 국세 등의 채납액에 가장 우선 배당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한 사전 확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 예방 수칙
첫째, 계약 전 주택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합니다. 둘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적정한지 확인해야 하는데, 통상 주택 가격의 70%가 넘는 전세 계약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시세를 알수 없는 신축 주택이나 원룸 등의 경우 전·월세로 계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신청하여 가입이 거절되는 주택은 절대계약하면 안 됩니다.
또 임대차 계약을 한 후에는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거나 임차권 등기를 해두어야 합니다. 확정일자를 비롯한 대항력을 갖추지 않거나 선순위 권리가 있으면 보증금을 다 못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한편, 계약 이후에 조금이라도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이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라면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경매 유예, 금융지원, 전세자금 대출 등의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간 기관으로는 <세입자114>라고 하는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가 있는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무료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 사기 전세, 깡통전세로 피해를 당한 세입자를 지원하는 저리 전세자금 대출,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전세대출 등의 금융지원제도가 있고,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하여 기존 전세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 대출금을 최장 20년간 무이자 원금 분할 상환하는 특례 채무조정 제도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용불량자 등의 등록을 막는 신용정보 등록 유예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 피해자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LH와 지방공사 임대주택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가지 시세의 30% 임대료로 제공하는 긴급주거지원 제도, 지자체에서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 제도 등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기억해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피해를 당한 분들은 결코 혼자만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세 사기는 범죄이고, 전세 사기 피해는 세입자 책임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불충분해서 생겨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대책을 세우고 새롭게 제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