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2. 26 방송분) |
미국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제치고 중국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였는데, 요즘은 직구 쇼핑앱 테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국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을 기후변화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제가 중국 종합 IT그룹인 알리바바가 만든 외국인 대상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무렵입니다. 배송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전자 부품들이나 제품을 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느린 배송을 참고 기다리는 가성비 쇼핑에 빠져들었습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량의 제품도 도매가격 수준으로 구입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국내시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중국 우체국 무료배송을 이용하는 경우 국내 배송에 최소 15일에서 30일이나 걸리고, 한국어 서비스가 되지 않는 불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배송이 1주일 이내로 빨라지고, 대부분의 서비스가 한국어 지원이 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4년 만인 2022년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만들었고, 2023년에는 통상 1∼2주가량 이상 소요되던 직구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로 단축하기도 하였으며, 많은 제품들이 무료배송 및 무료 반품이 가능하도록 서비스가 바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시장 지표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을 겨냥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연말 국내 이용자가 88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특히 월별 쇼핑앱 사용실태 분석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으로 쿠팡이 2846만 명으로 1위, 11번가가 816만 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알리익스프레스가 613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마켓, 옥션, 신세계몰 같은 국내 쇼핑앱을 대부분 추월하였고, 앞으로 쿠팡과 1위 싸움을 하게 될 전망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3위?
한편,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새롭게 등장한 중국 온라인 상거래 기업 테무(Temu)가 세계 유통구조를 흔들고 있습니다. 테무는 2022년과 2023년에 미국 프로 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TV중계에서 30초 분량 광고를 4번이나 송출하였습니다. 슈퍼볼 광고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로 손꼽히는데, 30초 광고비가 최소 80억에서 100억에 이르는데, 테무는 슈퍼볼 광고 이후 미국내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테무는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함으로써 저렴한 상품을 대량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작년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출시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증가 1위 쇼핑몰앱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작년 8월 52만 명이었던 이용자 숫자가 올해 1월 말에는 570여만 명으로 10배나 늘어났고, 신규앱 설치 건수는 4개월째 1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시장에 진출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객들이 아마존 앱보다 테무 앱에서 2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만큼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는 온라인몰 테무는 매일 전 세계에 백만 개 이상의 패키지를 배송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엄청난 상품 배송을 배송하다 보니 화물 항공기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항공사들의 알짜 수입은 여객 수송이 아니라 화물 운송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지요.
테무, 미국내 앱 다운로드 2위... 실화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은 테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국제배송을 하는 초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기후변화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가성비만 따져서 어떤 물건을 싼값에만 구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재로 온라인몰 운영을 위한 물리적 데이터 센터와 가상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데, 막대한 전기가 소비되는데요. 2021년 연구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기량은 미국 전역에서 소비되는 전기량을 80%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운송과정에서 탄소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늘어납니다. 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 서비스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있는데요. 특히 해외 배송,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가 확대되는 만큼 운송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현재 국제배송 온라인 쇼핑의 80%에 달하는 1,310억 개의 소포가 항공으로 운송되고 있으며, 2040년에는 그 비율이 9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세 번째는 포장 폐기물입니다. 2022년에 조사된 자료를 보면 같은 금액을 지출했을 때,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4.8배 많은 포장 폐기물을 발생시킵니다. 장거리 해외 배송을 위해서는 파손을 막기 위해 이중, 삼중 포장을 하게 되고 결국 전 지구적인 쓰레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막대한 전기 사용, 항공 운송, 포장 폐기물, 화학 물질 위험, 과잉소비와 자원낭비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네 번째는 화학물질의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가 제품의 택배나 소포의 경우 품질감시기관의 규제 및 관리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패션 쇼핑몰 쉬인(SHEIN)의 제품 47개 중 7개(15%)에 EU의 규제를 위반하는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판매 제품 중 약 3분의 1에는 우려할 만한 수준의 유해 화학 질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초대형 온라인 판매 기업들의 경우 반품된 제품을 수리하지 않고 폐기처분을 하기 때문에 과잉소비와 자원낭비로 연결됩니다. 결국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전 지구적으로 보면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불합리한 선택입니다. 마치 개인으로 보면 승용차를 타는 것이 편리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단순히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윤리적 소비를 함께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