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3. 11 방송분) |
통계청 2월 물가 동향이 발표되었는데요, 귤과 사과 가격이 70%이상 오르고, 과일 가격의 평균 상승률이 41%나 인상되었다고 합니다.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 2월 말 마산YMCA에서는 2등급 소고기 시식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2등급 한우 시식 행사 소식 전해드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리나라 소고기 가격과 소고기 등급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작년 7월 12일부터 11월 15일까지 경남 도내에 있는 대형마트 매장 49군데를 대상으로 매주 1회씩 12주에 걸쳐서 소고기 가격과 유통 실태를 조사하였습니다. 이 조사를 통해 1차 적으로는 지역별 소고기 가격에 대한 비교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조사과정에서 대형마트에서는 1등급 이하 소고기가 유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조사한 대형마트 49군데 매장 중에서 47군데에서는 1등급, 플러스 1등급, 투플러스 1등급 소고기만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일반 소비자들은 1등급 아래 제품을 구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경남도민 422명을 대상으로 <소고기 소비자 인식조사>도 진행하였는데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소비자들 중 28%는 비싼 가격 때문으로 확인되었고, 26%는 비만 등 건강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12%는 기후위기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하였습니다. 아울러 소고기를 주로 구입하는 곳은 농축협 하나로 마트와 대형마트가 53%, 동네 정육점이 37% 순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70%는 소고기를 구입할 때 등급을 확인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대형마트 소고기 유통실태조사...2등급 판매하는 곳 없어...소비자 선택권 제한
종합해보면, 응답자의 90%는 하나로 마트나 대형마트 그리고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구입하고, 그중 70%는 등급을 확인하고 소고기를 구입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소고기를 구입하는 곳에는 1등급보다 등급이 낮은 소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산YMCA 조사원들이 대형마트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들은 자기매장에서 1등급 이상 제품만 판매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고 하는데요. 소고기 등급이 품질 등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트의 축산물 담당자들도 1등급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마치 좋은 품질의 소고기를 판매하는 것처럼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것은 바로 소고기 등급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많은 분들이 품질 좋은 1등급 이상만 대형 마트에서 유통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은 1등급 이상 소고기만 유통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고기 등급 표시는 품질 등급 표시가 아니고 마블링 등급 다시 말해서 살코기 사이에 지방이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나누는 등급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한우 등급 표시는 품질 표시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1등급 이상 소고기를 주로 구입하게 되는 겁니다.
소고기 등급제가 아니라 마블링 등급제
마산YMCA는 시식행사에 앞서서 소고기 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를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짧은 강연을 들었는데요. 황교익 선생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마블링 등급을 품질 등급으로 잘못알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대형마트나 정육점에 2등급, 3등급 소고기가 유통되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은 비싼 소고기를 사먹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소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유통되는 이유도 바로 소고기 등급제 때문이라고 하였는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24개월 정도되면 소를 도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마블링이 잘되게 하기 위하여 6개월을 더 키우고 있고, 성장한 소를 6개월 더 키우려면 사료 가격이 많이 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비싸게 소고기를 사먹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등심 스테이크용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고기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등심 1Kg 가격이 14만 8000원이었는데, 프랑스, 중국, 캐나다 등은 모두 3만 3000원 ~ 3만 5000원 수준이었습니다. 프랑스, 중국, 캐나다에 비하면 우리나라 소고기 가격이 4배나 비싼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어 두 번째로 소고기 가격이 비싼 나라는 일본이었는데, 1Kg당 12만 7000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1만 1000원이 비쌌다고 합니다.
소고기 값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아울러 황교익 선생은 소고기 등급을 국가가 강제로 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점도 이야기 하였는데요,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도 프라임, 초이스, 섹렉트 8등급으로 구분되지만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등급을 매기는 것도 아니고, 등급이 없어도 얼마든지 유통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는, 한우 등급은 품질 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2등급, 3등급 소고기를 많이 소비하면 저절도 한우 가격이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강연에 이어진 시식 행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의견도 일치하였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2등급 소고기는 품질이 낮은 소고기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였구요. 실제로 등심구이, 설깃머리살 스튜, 사태 수육을 직접 먹어 본 시식회 참가자들은 “등급제의 허상을 확인했다. 2등급을 재발견했다, 지금까지 비싼 1등급에 속았다”라고 하였구요. “투풀 한우보다 2등급 한우가 기름기가 적어서 담백하고 맛이 좋다”는 평가도 하엿습니다. 또한 “맛을 국가가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아울러 모두가 “그럼 2등급은 어디서 살 수 있냐?” 하는 질문과 함께 “2등급 소고기를 공동구매 하자”라는 제안도 해주셨습니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2등급, 3등급 소고기가 많이 소비되는 만큼 축산농가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달 1회 ‘소잡는 날’을 정하여 2등급 이하 저등급 한우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제 마산YMCA가 시식행사에 사용한 소고기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1등급 소고기와 비교하였을 때 최소 30~50%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분들께서도 소고기 드실 때, 2등급 소고기 한 번 구입해서 드셔보시고, 맛도 한 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고기 등급은 품질 등급이 아니라 마블링 등급이라는 사실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