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4. 15 방송분) |
4.10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바라는 후보가 당선된 경우도 있고, 또 자신이 바라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경우도 있을텐데요. 오늘은 투표권이 없는 17세 이하 청소년들 뽑은 국회의원 선거 모의 투표 결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경남지역 7개 YMCA를 주축으로 한 청소년 단체들은 <청소년이 직접 뽑는 청소년 모의투표운동 경남본부>를 결성하고, 지난 2월 2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약 한 달 반 동안 9세 ~ 17세 사이 비유권 청소년 유권자를 모아서 지난 4월 10일 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온라인으로는 전국적인 정당 투표를 17개 시도에서 동시에 진행하였습니다.
우선 모의투표를 통해 청소년이 뽑은 경남지역 국회의원은 어떤 분들인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경남 지역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뽑는 청소년 모의선거에 모두 1677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였으며, 경남지역 16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12곳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거제 △산청·함양·거창·합천 △김해 갑·을 △창원 의창·성산·마산합포·마산회원 △양산 갑·을 △진주 갑·을 지역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이번 청소년 모의투표 결과 경남에서는 12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8명, 국민의힘 3명, 녹색정의당이 1명 당선 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김지수(창원 의창)·김두관(양산 을)·김기태(산청·함양·거창·합천)·김정호(김해 을)·민홍철(김해 갑)·변광용(거제)·송순호(창원 마산회원)·이재영(양산 갑) 후보이고, 국민의힘 소속 당선자는 강민국(진주 을)·박대출(진주 갑)·최형두(창원 마산합포) 후보가 청소년이 뽑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녹색정의당 여영국(창원 성산) 후보도 청소년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청소년이 뽑은 국회의원, 5명은 실제 선거와 똑같아... 김정호·민홍철·강민국·박대출·최형두
실제 선거에서 경남지역 정당별 당선자수는 더불어 민주당이 3명, 국민의힘이 13명이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실제 선거 당선자와 청소년 모의투표 당선자가 같은 경우는 김정호·민홍철·강민국·박대출·최형두 후보 등 5명이었습니다.
한편, 온라인 사전투표와 오프라인 투표가 동시에 진행된 전국 비례 정당 투표에는 전국에서 1만 6333명의 청소년 유권자가 참여하였는데요. 선거 결과를 보면 더불어 민주연합이 44.3%를 득표하였고, 국민의미래 9.5%, 조국혁신당이 4.1%를 득표하였습니다. 실제 선거와 달리 청소년 모의 투표에서는 다양한 정당들이 청소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는데요. 미래당, 녹색정의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대한 민국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국민의 미래 등 다양한 정당들이 무려 41.9%를 득표하여 청소년들의 다양한 정치적 관심과 지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모의투표에는 전국에서 총 1만 6333명의 청소년 유권자가 참여하였고, 모두 1677명이 참여한 경 지역에서는 523명의 청소년 유권자가 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한 거창 지역이 도시 지역인 창원, 마산, 김해, 양산, 진주 보다 훨씬 청소년 유권자 참가가 많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는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청소년 모의투표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당시 대통령 모의선거에 전국에서 6만 75명의 청소년 유권자로 등록하였고, 실제 투표율은 86.1%를 기록하여 5만 1715명이 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또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전국에서 4만 5765명의 청소년 유권자들이 모의선거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모의선거에 참가하는 청소년 유권자 숫자가 1/4 ~ 1/5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청소년 모의 선거가 지금처럼 위축된 것은 2020년 21대 총선부터인데요. 중앙 선관위가 “모의투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청소년 단체가 주최하는 청소년 모의 선거에 학교나 교사가 협조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주의 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모의선거...법제화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 참정권 운동으로 선거 연령이 18세로 낮춰지면서 학교에서 모의투표가 이루어지면, 선거권을 가진 고3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모의선거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학교 현장들은 “조금이라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구태여 빌미를 주고 싶지 않다”면서 참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앞서 들으신 것처럼 거창에서 경남의 도시지역 보다 더 많은 청소년 유권자가 모의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교 단위로 모의투표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청소년모의투표운동 경남본부 발대식에 나선 청소년 대표들은 “우리는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또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공동체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결정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모의 선거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마산 지역에서는 투표권 없는 청소년 대표들이 마산합포구의 최형두 후보와 이옥선 후보를 초청하여 청소년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참정권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일부 어른들은 청소년 투표 결과가 실제 성인들의 투표 결과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청소년들의 미성숙함에 따른 결과라고 폄훼하지만, 모의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남긴 소감문을 보면, “쉬는 시간을 늘여 달라, 학교 운동장을 넓혀 달라, 통학 시간 버스를 늘려달라, 교통비를 할인 해달라, 농구장을 만들어 달라”는 생활 요구뿐만 아니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 학교에 우열을 매기지 말고 공평하게 지원해 달라, 물가를 내려 달라, 외교를 잘 해달라” 등의 대견한 요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미국, 독일, 스웨덴,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정부와 교육부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국가차원에서 청소년 모의선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 모의선거가 법제화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중앙선관위가 청소년 모의 선거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학교 단위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번 4.10 총선 과정을 통해서 유세를 제한하는 등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과도하게 가로막는 청소년 모의 선거에 대한 규제도 철폐하고 오히려 법과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