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4. 22 방송분) |
정부와 교육부가 초등방과후 돌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늘봄학교’를 시작하였습니다. 늘봄학교는 올해부터 시범운영이 시작되었고, 내년부터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와 정부의 정책 혼선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늘봄학교 학교 도입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늘봄학교는 초등학생 돌봄 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방과후프로그램을 다양화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지난해까지 저학년에 집중되어 있던 방과후프로그램 등을 초등 4~6학년까지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여러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늘봄교실 확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교육부 산하에 늘봄·방과후포털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늘봄중앙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늘봄학교 확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각 시도 교육청에도 방과후·늘봄 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내년부터 이루어질 전면 시행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 교육청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러 가지 우려를 떨칠 수 없습니다. 늘봄학교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이번 조사는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학부모 2만 7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인데, 그 중 9225명이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종합 만족도 항목에서 매우만족과 만족을 합하면 85.1%라고 합니다. 아울러 돌봄학교 운영시간에 대한 만족도 역시 85.8%로 조사되었고, 교재 및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71.6%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늘봄 교실을 이용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느냐는 질문에는 35.5%만그렇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늘봄학교...엉터리 학부모 여론조사
저는 이 설문조사를 보고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고 경기도 교육청이 보도자료를 내고, 여러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이 온라인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매우 낮습니다. 늘봄학교 이용자의 약 30%만 설문에 참여하였고, 일반적으로 만족도가 낮으면 설문조사에 응답조차 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전체 만족도는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늘봄학교를 이용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도 잘못입니다. 해당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녀를 늘봄학교에 맡기지 않는 학부모들은 늘봄학교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 의견이 반영되어야 제대로된 돌봄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내세우면 늘봄학교를 확대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청의 늘봄학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전교조와 교사노동조합의 입장은 아주 다릅니다. 일선학교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교사가 학교당 1명씩 배치 되었지만, 혼자서 업무를 모두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민원처리, 학생관리, 생활지도 등을 교사가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실이 부족해 일반 교실을 늘봄교실과 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정규교육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교사들은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취지는 옳지만, 이미 학교가 포화상태인데 학교에 너무 많은 돌봄업무를 맡기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돌봄 업무를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하는 유보 통합으로 어린이집 관련업무가 교육부로 통합되면, 방과후 돌봄업무는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부모 입장에서는 전담인력 부족과 공간 부족 등으로 인해 결국 늘봄학교의 프로그램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제주도의회에서는 “부자 학부모는 학원으로 보내고 가난한 학부모는 늘봄학교에 보낸다는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좋은 교사들이 늘봄학교를 운영해야 하는데, 정부는 계약기간을 1년미만으로 할 것을 지침으로 정해놓았습니다. 매년 계약을 해지하고 운영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데 어떻게 양질의 돌봄이 제공될 수 있을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교육부는 돌봄교사에 대한 인건비도 지원하지 않고 지방교육청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는데요. 저는 인건비 부담도 떠넘기고, 1년 미만의 기간제 교사로 양질의 돌봄학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늘봄학교...방과후 돌봄 우후죽순...통합관리는 누가하나?
한편, 늘봄학교 전면 시행 확대를 앞두고 정부가 돌봄시스템 전반에 대한 설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등 방과후 돌봄은 여러 부처에서 여러 돌봄기관 운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희 경남만 하더라도 교육부에 속하는 늘봄학교가 157개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고, 초등 늘봄교실은 519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는 22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아동센터는 경남 전역에서 268개 기관이 이미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역시 초등 고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는데, 경남에만 19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꿈나르미 육아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방과후 어린이집 등 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돌봄기관 노동부가 지원하는 돌봄센터 등 14개 기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은분들이 돌봄기관과 학원이 경쟁관계라고 알고 계실텐데, 실제로는 여러 부처가 정부예산으로 설치한 돌봄기관들끼리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미 돌봄현장에서는 여러 부처에 소속된 돌봄기관들이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로 나뉘어진 여러 돌봄 기관들은 모두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만약 최소한의 인원 모집에 실패하면 지원이 중단되거나 기관 운영이 중단되기 때문에 모집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생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다보니... 모집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중앙 정부가 만든 돌봄 기관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난립하고 있는 돌봄 기관을 운영을 제대로 평가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채, 자꾸만 새로운 돌봄 기관을 늘여가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과도한 모집 경쟁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을 모르고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우후죽순 돌봄정책의 피해는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돔봄정책 추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