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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창원 국제학교가 인재 유출 막는다고?

by 이윤기 2024.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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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5. 27 방송분)


창원시는 작년 5월부터 또다시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진해권 외국 교육기관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7월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창원 국제학교 설립의 타당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외국 교육기관은 국제학교와 외국인 학교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외국인 학교의 기본 입학조건은 학생이 외국 국적자이어야 하고, 만약 한국인이라면 국외에서 일정 기간 교육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즉 부모 중 한사람이 국내거주 외국 국적 소유이거나 실제 체류 기준으로 3년 이상 해외거부 학생일 경우 입학이 가능합니다. 또 외국인 학교의 경우는 대체로 국내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들의 자녀들이 외국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국제학교는 외국인 학교와 비슷하지만, 내외국인 입학 제한이 없거나 혹은 정부가 일정 비율로 내국인 입학을 제한하는 경우입니다. 참고로 부산 기장군에 있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의 경우 내국인 입학정원을 30%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학교는 국내 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에 자유롭습니다.

10년 넘게 국제학교 추진... 교육 발전 도움될까?

창원시가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첫 번째로 외국 교육기관 설립을 시도했던 2011년에는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하여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외국인 학교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고, 국내 대학 입학 제한 등의 걸림돌이 있었기 때문에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도는 2017년 국제학교 설립으로 변경되어 추진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영국왕실 후원학교인 로얄러셀스쿨을 유치를 위한 MOU가 체결되었는데요. 당시 창원시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유치원과 초중고 12학년 교육과정, 80학급 정원 2280명이라고 하는 엄청난 규모의 로얄러셀스쿨 분교를 2020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정원의 30%는 내국인 학생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계획되였는데, 당초 계획대로면 내국인 학생만 684명이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엄청난 규모라고 한 것은 현재 운영 중인 부산외국인학교의 인가정원이 695명에 불과하고, 재학생 숫자는 339명에 불과하고, 부산외국인 학교도 인가정원이 420명이며, 재학생은 217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두 학교 모두 인가정원의 절반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정원 2280명 규모의 학교를 추진했다고 하니 황당무게한 당시 학교 설립 시도가 무산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당시 계획을 보면, 국제학교 설립을 위해 진해 웅동지구에 외국인 투자 200억원을 유치하고, 경남도, 창원시 그리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서 국·도·시비 20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협약식에는 안상수 창원시장,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로얄러셀스쿨코리아 로널드 리처드 해든(Ronald Richard Haddon) 대표, 외국교육기관인 영국 로얄러셀스쿨 크리스토퍼 존 허친슨(Christopher John Hutchinson) 교장, 진양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 최위승 (주)진해오션리조트 명예회장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 모두 참여하여 장밋빛 꿈을 꾸었는데요. 이 학교는 2027년 부산 명지에 개교할 예정이고 합니다. 

그런데 홍남표 시장의 선거 공약인 이후 국제학교 설립을 다시추진하고 있는데요. 첫째 창원지역 내 유학생 및 외국인 시민이 증가하는 것, 둘째 진해 동부지역이 신항 배후도시로 성장하고 있는데, 내외국인 교육시설이 부족해 인구 유입 제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점, 셋째 도시 위상에 걸맞는 교육인프라 확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개교한 여러 국제학교들이 내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외국인 교육시설 부족으로 인구가 유입되지 않고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미 운영중인 국제학교의 내국인 비율을 보면, 인천의 칼빈매니토바국제학교 76%, 대구국제학교 77%, 송도체드윅국제학교 58%로 모두 내국인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인 경남교육연대에서 ’귀족학교 설립‘으로 규정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국제학교... 절반 이상 내국인 학생

국제학교의 고등학교 납입금이 약3,000만원에서부터 5,000만원이 넘어가는데, 심지어 이 금액은 기숙사비, 통학비, 급식비, 방과후프로그램비, 외국체험활동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2023년 대학 평균 등록금(약 679만 원)의 4.3배에서 7.6배에 해당되는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상위 1%의 특권층만 다닐 수 있는 학교라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입학 할 수 있는 학생들이 과연 진해 지역에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실제 제주 국제학교의 경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학생들로 채워져 있고, 제주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대부분 외국대학으로 진학한다고 합니다. 

 

즉 국제학교는 외국유학이나 국내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잠깐 머물다 가는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국제학교 설립으로 창원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2017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국비, 도비, 시비를 합쳐 200억이나 되는 혈세를 지원하기로 했었다면, 그 돈을 지역 일반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수도권 쏠림으로 지금 경남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경남을 떠나 도시 돌아오지 않는 특목고도, 자사고도 국제학교도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미 도내 주요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실패하고 있고, 학령인구와 대학 정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불과 15년 후, 2039년이 되면 경남에는 대학이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고작 상위 1%를 위한 국제학교 설립 대신에 대학 하나라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대안을 꼭 좀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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