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7. 1 방송분) |
담배소송을 아시나요? 세계 최초의 담배 소송은 1954년 미국에서 개인 흡연자가 시작하였습니다만, 40여 년 동안 패소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50개 주정부가 원고가 되어 담배회사들로부터 일괄적 손해배상과 담배회사들의 자발적인 광고제한 조치 등을 받아내는 대역전이 일어난 것은 최초의 소송으로부터 44년이 지난 1998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담배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곧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담배소송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담배 소송이 뒤집힌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954년 처음 시작된 담배 소송에서 44년 동안 흡연피해자들이 계속해서 패소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당시만 해도 “흡연 피해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부족하고 장기간에 걸친 소송 그리고 막대한 법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담배 소송에서 대역전극의 시작은 1994년 미시시피주 정부가 앞장서서 소송을 시작하면서부터인데요. 뒤를 이어 다른 49개 주 정부, 시 정부 그리고 건강보험조합들이 잇따라 소송을 시작하여 대부분 승소하였기 때문입니다.
미시시피주는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담배 관련 질병 때문에 주 정부 예산으로 지출된 의료비의 변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또한 46개 주 정부는 담배회사들이 흡연으로 유발되는 건강 문제를 은폐한 책임을 물었는데, 1998년 11월 필립 모리스, R.J.레이놀드, 브라운 앤 윌리엄슨, 로리아 토바코 등 4대 메이저 및 40개 군소 업체들로부터 2천4백60억 달러를 변상 받는 것을 골자로 한 '주요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8천 건 이상의 크고 작은 담배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2015년에는 3대 메이저 담배회사들이 400건이 넘는 흡연 피해 소송을 마무리짓기 위하여 1억달러(1천 억원)을 배상하였습니다.
미국 담배소송 1억 달러 손해 배상
한편 캐나다에서는 1997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담배손해배상법」을 제정하였다가 위헌 심판을 받았지만, 이후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으로 수정하여 제정되었으며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여러 주에서 담배 관련 주법이 제정되었고, 2013년에는 5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담배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및 여타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흡연으로 비롯된 질병으로 지출한 공단의 진료비 53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하였는데요. 당시 자료를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하루 1갑 이상의 담배를 20년 이상 피운 폐암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가 533억원이었다고 합니다.
왜 소송을 제기하였을까요? 첫 번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송 이전 20년 동안 분석한 검진·진료 데이터를 근거로 담배로 인한 건강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구요. 두 번째 이유는 전 국민의 건강보험 재정 운영과 검강검진, 질병예방, 진료비 지급 등을 총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흡연 예방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연도로 하였을 때, 35가지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해 연간 지출되는 보험급여가 1조 7000억원 규모로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의학이 발달하면서 흡연관련 질환은 45개로 늘어났으며, 이로 인한 총진료비 역시 2021년이 되면 약 3조 500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흡연자의 경우 담배를 구입 할 때 1갑당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고, 비흡연자들도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을 나누어 부담하게 되는데, 원인 제공자이자 담배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도 하지 않고 있는 불합리하고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2014년 4월 10일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담배 소송을 시작하였는데요. 공단과 담배회사 측은 모두 15차례의 변론을 통해 책임소재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제조물책임의 범위를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만, 아윕게도 2020년 11월 1심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두 패소하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4년부터 10년째 담배소송 진행 중
이후 2020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항소가 제기되었고, 그동안 7차례의 변론과 쟁점 사안에 대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병 간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제조물책임·불법행위책임 입증을 위해 국내·외 연구자료 등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법리를 보강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하반기 항소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담배 소송 추진의 당위성과 흡연 폐해를 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담배유해성 공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지 10년 만인 작년 10월 국회에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며, 2025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타르·니코틴 등 8종류의 유해성분을 표기하던 것을 담배에 포함된 4천여가지 화학물질과 70종이 넘는 발암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리도록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시판되는 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기업 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년 10월부터 법이 시행되면,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입하여 판매하는 사업자는 2년 마다 제품 품목별로 유해 성분 함유량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결과서와 함께 담배에 포함된 원료와 첨가물 등의 정보를 식약처에 제출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유해정보가 공개되면, 인체 유해성, 중독성 분석을 통해 금연지원서비스나 금연 홍보·캠페인 등에 활용할 수 있고, 건강증진 정책에도 활용되면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담배 소송은 흡연피해자를 직접 구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간 3조가 넘는 흡연 관련 진료비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민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됩니다. 2014년 시작된 담배소송이 10년이나 되는 긴 시간 때문에 여론과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2심 판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