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9. 2 방송분) |
여러분 모두 올 여름 폭염 잘 견디셨나요? 매년 조금씩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올 여름 더위는 그런 기대마저 깨뜨렸습니다. 오늘은 사상 최고 더위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지난 여름 폭염과 기후 재앙을 다룬 책 <폭염살인>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남들보다 여름 더위를 잘 견디는 편입니다. 그래서 폭염으로 힘들어 하는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늘, “8.15만 지나면 더위가 꺽이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매년 폭염 기록을 갱신했지만, 그래도 해수욕장이 폐장되는 8월 15일 광복절이 무렵이면 대체로 밤 기온부터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8.15 법칙이 깨져버렸습니다. 저의 체감으로는 폭염과 열대야가 열흘 이상 길어진 것 같습니다.
최근 한 환경단체가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1974~2023년까지 50년간 여름철 폭염일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요. 전국 25개 주요 도시를 체감온도 35도가 넘어가는 폭염일수를 조사하였더니, 최근 10년 동안 도시별 평균 폭염 발생 일수가 51.08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20년 전의 평균 20.9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폭염 기간이 길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발생한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졌는데요.
30년 전보다 더운 날 3배 늘어났다
최근 10년 간 체감온도 35도 이상 폭염이 이틀 이상 지속된 경우는 총 40.5회였는데, 20년 전에는 14.6회 였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폭염이 이틀 이상 지속된 횟수도 2.8 배나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조사를 요약해보면 폭염 기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폭염일의 평균 기온도 높아지고 있고, 폭염의 강도도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폭염 발생일수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구미와 광주가 각 106일과 105일로 가장 많았고, 대전 96일, 대구 83일 순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구미와 광주는 폭염 발생일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도시이기도 한데요. 20년 전 구미의 폭염일 수는 23일에 불과하였지만, 지금은 무려 106일로 늘어났으며, 광주 역시 35일에서 105로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워진 도시는 구미와 광주였습니다.
한편, 2023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는데, 세계 기상기구는 올해 그 기록이 다시 경신 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딸면 한국의 기온은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 동안 1.6도 상승하여 전세계 평균 상승온도인 1.09도보다 훨씬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6월에는 폭주하는 더위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지구촌 곳곳을 취재한 <폭염살인>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제프 구델은 전 지구를 다니며 기후 재앙의 현장 소식을 전해온 기후저널리스트입니다. 전쟁터를 다니는 종군기자처럼 기후 재앙의 최전선을 누비는 저널리스트인데요. 20년 넘게 기후변화와 기후 재앙을 취재하였다고 합니다. <폭염 살인>은 극한 더위가 인간의 신체와 일상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파해친 기후재난 탐사보고서라고 평가되는 책인데요.
폭염 피해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자가 더 덥다
제프 구델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쉼없는 생산과 삶을 통해 만들어 내는 이 열을 세상 어디에도 가둘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열은 결국 세상 모든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프 구델 역시 인간이 경험한 가장 뜨거운 해는 2023년이었다고 하는데요. 캐나다에서 더위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뉴욕 하늘을 오렌지 색으로 물들였고, 플로리다키스 제도에서는 수온이 38.5도까지 치솟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익어버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자신이 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섭씨 40.5도를 웃도는 날이 40일이 넘었다고 합니다. 또한 매시간 3000만톤씩 녹는 그린란드 빙하 민물이 유입되면서 미국 동부 연안의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유럽의 겨울은 더욱 추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주일 내내 기온이 52.2℃를 돌파한 파키스탄의 자코바바드, 2022년의 폭염으로 기온이 무려 21.1℃까지 오른 남극,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온난화가 4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북극 등의 상황을 생생하고 긴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여름 미국 포틀랜드를 강타한 폭염 피해를 자세히 전하고 있는데요. 바다에서 발산되는 열이 한데 모여 ‘염돔’이 형성되면서 24시간도 되지 않아 포틀랜드 시내 기온이 24.4도에서 45.5도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147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단시간에 이루어진 가장 심각한 기온상승이었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기온 상승으로 응급실이 북새통을 이루고, 산맥 꼭대기의 눈이 녹사 토사가 되고 강물이 불어나면서 강을 거슬로 올라가던 연어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폭염 피해마저 평등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포틀랜드 시내 온도가 평균 온도가 45.5도로 상승하였을 때, 빈민간가 밀집한 지역의 측정 온도는 5.1.5도까지 치솟았고, 녹지가 충분히 조성된 부자 동네에서는 37.2도로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실외온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에어컨을 사용하는 실내온도인데요.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 없이 살수 없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열역학 제 1법칙에 따르면 “에어컨은 냉방 기술이 아니라 실내에 있는 열의 위치를 실외로 바꿔주는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자연환기 시스템을 없애버린 도시의 빌딩들은 한 여름 폭염 기간에 어떤 이유로 정전이 되는 경우 수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구 480만 명이 살고 있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48시간 안에 1만 3000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고 합니다. 현대식 건물들은 폭염 기간에 정전이 되면 순식간에 대류식 오븐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2주 동안 1만 5000명이 사망하는 재앙이 있었고,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퍼센트, 밀은 6퍼센트, 쌀은 3퍼센트씩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폭염의 위험을 학습하고, 집 주변에 한 그루라도 나무를 심고 집을 단열하고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라고 경고합니다. 아울러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해야 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