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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민주주의전당, 명칭 바꿀때부터 이상 했어

by 이윤기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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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2. 10 방송분)

 

최근 창원시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지원업무를 전담하던 민주성지팀을 없애고, 비슷한 시기에 올해 개관을 앞둔 민주주의전당 명칭까지 바꿔버렸습니다. 오늘은 지역민주화운동 역사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창원시 부서개편과 민주주의전당 명칭 변경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창원시는 연초 부서개편을 통해 그동안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지원업무를 전담하던 자치행정과 ‘민주성지팀’을 없애버렸습니다. 민주성지팀은 그동한 민주화운동단체 지원업무와 함께 민주화운동 유적 기념물 유지관리, 민주주의전당 건립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입니다. 창원시는 팀 업무의 70~80%를 차지하는 민주주의 전당 건립업무가 마무리 단계라는 이유를 들어서 전담팀 폐지를 결정하고 대신 민주주의 전당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같은 부서개편과 업무 조정에 따라 민주주의 전당 업무는 신설된 <민주주의전당팀>으로 이관되고, 민주화운동 단체 지원업무는 4.19혁명 국가유공자 생활지원금 지급, 과거사 규명 관리, 자원봉사 등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업무를 보는 자치행정과 민간협력팀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전당 건립업무가 완료 단계에 이르러 <민주성지팀>을 없애고 <민주주의전당팀>을 신설했다는 것은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민주성지팀 업무의 80%인 “민주주의 전당 건립업무가 마무리 단계”라서 <민주성지팀>을 없앤다고 해놓고 건립이 끝나가는 <민주주의전당> 운영만을 위한 팀을 새로 만드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빠지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에는 민주주의전당 뿐만 아니라 3.15기념탑, 315의거발원지지기념관, 김주열 열사 흉상,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 315의거 기념비, 부마민주항쟁기념비, 부마항쟁 조형물 등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 시설물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을 함께 묶어서 관리하고 보전하는 업무를 하려면 <민주성지팀>과 같이 업무를 포괄하는 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원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활동을 하는 3.15기념사업회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그리고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 민주화운동관련 단체들이 창원시의 부서 개편에 반발하는 것은 오비이락이라고 느낄 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독재 부역으로 비판 받고 있는 이은상을 상징하는 <가고파 국화축제>로 명칭 변경을 창원시의회가 다수결로 밀어붙였습니다.

 

다수당을 차지하는 국민의힘 시의원은 시정 질문에서 “이렇게 여러 군데 영령을 기리는 곳이 있으면 도시 전체가 무겁고 어두워진다”는 발언으로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휩쌓인바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지난해에는 새로 건립되는 <민주주의전당> 공청회 과정에서 이승만을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자유민주주의전당>으로 명칭을 정하자는 주장이 나와 우려와 논란이 확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민주성지팀’ 해체와 함께 민주화운동단체들이 걱정하던 <민주주의전당> 명칭변경도 변경되었습니다. <민주주의전당> 명칭은 당초 공청회와 민주주의전당건립추진위원회 그리고 여러 차례 시정조정회의를 거치면서 긴 시간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적으로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어렵게 확정되었는데, 지난해 12월 11일 창원시의회 상임위원회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수정안을 의결하였고, 20일 본회의에서 관련 조례를 최종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연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 등으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국회에 쏠려 있던 시기였는데, 창원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민사회의 합의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명칭을 변경해버린 것입니다. 

 

 

창원민주주의전당, 갑자기 이름 바꿀때부터 이상 기류


혹자는 ‘한국민주주의전당’이나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번 명칭 변경의 경우 창원시의회가 시민사회의 합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문제이지만, 오랜 논의 과정에서 명칭 후보로도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던 생뚱맞은 명칭으로 바꿔버린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동안 창원시의 여론수렴과정은 △한국민주주의전당 △창원시마산민주주의전당 △창원민주주의전당 △마산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주의집 △자유민주시민의전당 등 7가지 명칭을 가지고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결정하였는데, 그동안 한 번도 거론조차 되지 않은 명칭으로 바꿔버린 것도 문제입니다. 시장과 시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이양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만,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지방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원칙적인 주장에도 동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명칭 변경에 앞장선 창원시의원들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고 하면 국비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거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여 격을 높인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습니다만, 백번을 양보하여 시의원들의 주장과 취지가 옳다고 하더라도 시민적 합의사항을 의회가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은 지방자치, 주민자치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들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명칭 변경에 앞서 시의회 차원에서 다시 공청회를 개최하던지 관련 민주화단체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던지 혹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든지 해서 시민사회를 설득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칭 변경에 앞장 섰던 창원 시의원들은 “민주주의전당 명칭은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시회의 고유권한”이라고 일축했다고 하는데요. 헌법 정신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보면 시의원의 의정활동은 자기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의 뜻을 헤아려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다수결 원칙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소수의견도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사회적 합의 정신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참여가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다수이니 마음대로 결정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은 오만과 독선이며,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켜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시민들을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창원시의회의 자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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