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5. 5 방송분) |
12.3 계엄으로 시작된 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있는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국회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오늘은 국회를 통과한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 법>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회는 지난 1일 열린 본회의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환경 시민단체들은 주차장에 설치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사실상 태양광 발전시설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법>이라고 부르고 있고, 저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일정규모 이상의 공영주차장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일정규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정부 출연기관 그리고 이들이 출자한 법인 등이 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행령이 정해지면,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 주차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법> 개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23년 2월과 7월에도 주차장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21대 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여 자동으로 폐기되었던 것입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차장 본래의 기능 유지를 할 수 없다”, “민간 주차장까지 소급 적용 시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우려된다”, “대도시 주차난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습니다.

경상남도는 태양광 설치 조례 부결... 국회는 80면 이상 의무화
특히 우리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경상남도의회가 지난 1월 8일 <공공기관 주차장 태양광 설치 조례>를 부결시켰던 부끄러운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경남도 조례는 신축, 증축, 개축하는 공공기관의 80면 이상 주차장을 대상으로 주차면의 50% 이상 면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의무화하는 조례가 발의되었는데, 경제환경위원회에서 부결되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 22대 국회는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법>을 본회의에서 찬성 250명, 반대 2명, 기권 10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사실상 여야 합의 통과로 볼 수 있는데, 국회가 정부측 반대 의견을 절충하여 “민간 주차장을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 외 다른 반대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지역에는 고속도로 함안 휴게소 주차장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태양과 발전시설로 인한 주차면 감소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안 휴게소를 방문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기후변화가 지속되면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점점 길어지면서 자동차를 주차할 때는 누구라도 그늘을 먼저 찾게 됩니다. 함안휴게소의 경우도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그늘은 항상 먼저 주차된 차들이 있어 빈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운전자들은 태양광 패널 아래 그늘부터 찾아보고 빈 자리가 없으면 할 수 없이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에 주차를 하게 됩니다.
여름철에 햇빛 아래 주차된 차에 타보신 분들은 다들 경험하셨겠지만,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에 주차된 차량 실내온도는 외부 온도의 3배까지 올라가, 실외온도가 30도 일 때 햇빛에 노출된 자동차 실내온도는 90도까지 치솟기 때문에 화재사고나 질식사고 등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그늘 주차, 햇빛으로 전기 만들면 일석이조
사실 우리나라는 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신재생에너지비율이 최저 수준입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1차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을 보면 이탈리아와 독일이 19%, 영국과 프랑스가 13~14%, 그리고 미국, 호주. 일본 8~9% 인데,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총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23년을 기준으로 9.67%까지 높아졌습니다만, 세계 평균이 30%를 넘어선 것에 비춰보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을 중단하고 원전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RE100이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는데, 국회가 정책 전환의 신호탄을 쏘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전국 주차장에 태양광 설치를 하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요? 정부가 의무대상에 포함되는 주차장 규모를 얼마로 정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환경운동연합에서 전국 주차장을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 잠재량>을 전수 조사하였는데, 50면 이상 주차장, 주차면적 50%를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는 경우 연간 5115GW의 전력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5115GW라고 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전력이 생산된다는 것인지 실감이 안나실텐데요.
202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보급된 모든 전기차의 약 2.4배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전기차 보급이 2.4배 늘어도 전국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만으로 모두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구요. 지역 전기 소비량과 비교해보면 세종시 전체 주민이 1년 동안 쓰고도 남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 경남은 경기도, 경상북도에 이어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세 번째로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구체적 시설로 보면 창원스포크파크, 경상국립대학교, 토박이 주차장, 마산야구센터, 진해구청 부설주차장 순으로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면 이상 주차시설을 갖춘 곳 중에 아직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모두 987곳이며, 이곳에 모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경우 발전 잠재량은 연간 27만 9074㎾ 규모인데, 이는 월평균 전력 사용량을 가구당 300kWh로 할 경우 약 10만 가구가 매월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합니다.
남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단체들은 시행령에서 의무설치 규모를 50면 이상으로 하고, 설치 면적을 50% 이상으로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이 태양광을 비롯한 시설 면적을 20%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 조항이 함께 개정되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프랑스처럼 3년, 5년 등 유예 기간을 정해서 민간주차장까지 주차장 태양광 설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계기로 버스차고지, 화물차고지, 버스터미널, 공공건물, 휴게소, 각종 경기장 등으로 태양광 설치가 신속하게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