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6. 30 방송분) |
지난 6월 23일 광주에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주최하는 지방자치30주년 호남권 정책토론회를 개최되었는데요. 유정복 협의회장은 특별 대담을 통해 지난 30년간 지방자치는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지만 여전히 권한과 재정이 중앙에 집중돼 있다”며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마침 지난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시작되면서 30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도를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개헌 관련 여러 논의 중에서 지역민의 삶과 가장 특별히 관련 있는 지방분권 개헌 그리고 자치분권 개헌 방향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지방자치가 도입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가 실시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 도지사와 시, 군, 구청장을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한 것은 1995년 6월 27일에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이기 때문에 2005년을 지방자치 원년으로 삼아 올해를 3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05년 7월 1일 당선자들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로 지방자치가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이 지방자치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헌법에 지방자치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하고, 과도하게 법률의 위임을 받아 운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헌법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117조와 118조 딱 두 개 조문으로 되어있고, 나머지는 국회가 정하는 법률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앙정부와 국회로부터 권한이 이양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위상도 매우 낮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명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정부를 정부라고 부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인격을 가진 단체를 의미할 뿐이며, 중앙정부와 권한을 나눠서 통치하는 대등한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을 미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차이가 드러나는데요.

지방자치단체, 명칭부터 바꾸자 "지방정부"로
미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위임해준 국방, 외교, 군사 등의 사무를 수행하도록 되어있고, 일반 행정과 관련된 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정부가 위임해준 일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 반대로 되어 있는데요. 우니라나라는 중앙정부가 국가 운영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구체적으로 위임해준 일만 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국회가 만든 상위법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입법권이나 행정권, 재정권을 발휘하여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자치분권 개헌을 주장하는 분들은 지방정부라고 명칭을 변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에 우리나라가 분권 국가라는 사실을 명시해야 하며, 국정 및 입법, 사법의 해석에 있어서 지방분권원리가 온전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과 같이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국가는 지방정부간의 이해를 조정하거나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보충적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자치분권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산업과 경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그리고 대학 입학 등 여러 지표에서 70~90%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수도권 쏠림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극단적인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미국처럼 상, 하 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 구성은 인구비례로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에 밀양, 의령, 함안, 창녕을을 1개 선거구로 해서 대표를 선출하는데, 서울의 송파, 강남, 노원, 강서의 경우에는 1개 구청에서 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국회에 대표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인구비례의 불균형을 없애려면 지역대표성이 보장되는 상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한편, 앞서 말씀 드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로 이양된 권한을 주민들에게 이양하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바로 지방자치법의 일부로 되어있는 주민자치법을 따로 제정하여 주민자치와 직접민주주의를 법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아울러 저 처럼 주민자치와 시민사회 활성화에 관심있는 활동가들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의 권한을 도지사나 시장, 혹은 시, 도의원에게 준다고 해서 반드시 지역 주민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 단체자치 확대보다 주민자치가 먼저다
그 증거는 우리 지역에 있는 수 많은 민자사업 실패 사례인 진해웅동지구 개발사업, 마창대교, 거가대교, 창원복합문화타운, 팔용터널 같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지 않고 민간자본을 끓어들인 대신 중앙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받지 않았으며,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밀어붙였지만, 골칫거리 적자 사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는 반드시 주민자치 확대, 직접민주주의 강화로 이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지방정부와 함께 지방정치가 발전하려면 중앙정당의 지방조직인 현재의 정당뿐만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지방정부 참여를 주요 과제로 하는 ‘지역 정당’ 창당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경남에도 국민의힘 경남도당,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중앙당 방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남도지사나 창원시장을 경남도의원과 창원시장을 배출하기 위한 지역정당이 별도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헌법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도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1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제도로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막을 수 없는데요. 64명의 도의원 중에서 특정 정당이 60석을 차지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창원시 의원 선거처럼 한 선거구에서 2~3명을 뽑으면 영남과 호남 모두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막을 수 있고, 소수 의견도 도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역의원 선거를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여 여, 야 정당이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