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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쿠팡 사태 재발 막으려면 뭘 바꿔야 하나

by 이윤기 202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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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6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무려 3370만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비교하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까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100일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사고 원인 규명과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도 속 시원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한·미 관세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2011년 이후 제가 경험했던 몇 차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 대응 경험과 쿠팡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저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수없이 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에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것이 현실이다 보니, 내 개인정보는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낯선 곳에서 경품에 당첨되었다, 건강식품을 소개해주겠다, 가입하고 있는 보험을 컨설팅 해주겠다. 주식 정보를 알려주겠다하는 전화와 문자가 올 때마다 또 어디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막상 어디서 유출되었는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워낙 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거듭되어 이제는 유출 출처를 찾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제가 정확히 기억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두 번입니다.

 

애플 소비자 소송, 정부의 비협조로 면죄부 판결


첫 번째 경험은 2011년에 발생한 애플의 위치정보 무단 수집 피해였습니다. 당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의 위치정보를 애플이 사용자 동의없이 무단으로 수집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 측에 과태료 300만 원과 시정 명령을 내려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처에 화난 소비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위자료 청구 소송을 벌였는데, 1심 소송에 무려 2만 8000여명이 참여하였고, 소비자운동을 하는 저도 이 소송에 참여하였는데요.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피해를 보상해달라면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은 무려 7년이나 걸려 끝났는데, 대법원은 “불법은 있었지만 소비자 피해는 없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특히 방송 통신위원회가 소비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애플의 영업비밀이라며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피해입증이 어려웠고 결국 소송에서도 이기지 못한 것입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피해... 6년 만에 10만원 보상 받았다


두 번째 피해는 2014년도에 경험하였는데요.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저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시 범인은 카드사에서 빼돌린 일부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제3자에게 팔아 넘겼으며 재판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았습니다. 

 

한편 고객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카드사들도 재판에 넘겨졌는데, NH농협은행과 KB국민카드에는 각각 벌금 1500만원을, 롯데카드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는데, 그 이유는 당시만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최고 형량이 벌금 2000만원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 중에서 일부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참여하였는데, 무려 6년이 지난 2020년 2월이 되어서야 각자 10만원씩을 보상 받았습니다. 저도 2014년에 2월에 우리 지역에 있는 <법무법인 마산>을 통해 수임료 1만원을 내고 3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에 참여하여 6년 만에 10만원을 보상받았는데요.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보상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12년이 지나 이번에는 3700만 명 중 한 명으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쿠팡 배송이 빠르다는 경험담을 자주 듣게 되었고, 몇 년 전부터는 저도 로켓배송에 익숙해졌습니다. 빠른 배송과 새벽 배송이 혁신적인 IT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택배 노동자의 심야 노동과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플랫폼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할 때 필요한 물건을 다음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함에 조금씩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쿠팡의 새벽 배송과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푹 빠져들 무렵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는데요. 이미 여러 번 겪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지만, 이번 사건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쿠팡의 무성의한 대응과 열악한 노동환경, 산재사고 등 그동안 쌓인 구조적 관리 시스템 문제가 중첩되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노동자의 안전이나 소비자의 개인정보 모두 비용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쿠팡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대안 마련되어야...

그래서 저는 작년 12월부터 쿠팡 이용을 중단하였습니다. 매월 회비를 내는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중단하였고, 브라우저 즐겨찾기에서 삭제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착한 소비를 하겠다는 결단 결심이기도 하지만 부도덕한 쿠팡에 맞서는 소비자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제가 평소 응원하던 법률사무소가 진행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도 참여하였습니다. 

 

고작 3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이지만, 모르쇠와 발뺌으로 일관하면서 직원들의 일탈로 몰아가는 대기업에게 구체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징벌적 손해 배상으로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국내법 때문에 겨우 30만원 밖에 요구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쿠팡 이용을 중단하고, 쿠팡을 탈퇴하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소송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책임을 지울 수도 없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쿠팡 플랫폼은 너무 거대하고, 소비자는 너무 익숙해 있고, 더군다나 소비자는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여 개별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소송 부담을 줄이고, 일부 피해자만 승소하더라도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이 되도록 법적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나도 벌금이나 과태료만 내면 끝낼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요. 기업 경영에 실질적 위험이 되도록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함으로써 가해자를 금전적으로 징벌함으로써 재발을 막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입증책임 전환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 관리되고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쿠팡 같은 거대 기업과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가진 쪽이 책임 없음을 입증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쿠팡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을 꼭 제도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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