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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보다 미국을 더 믿는 한국인들


홍근수 목사 묵상집 <일용할 양식>

2012년에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는다고 하지요. 몇 년전 전시작전통제권 논의 중지를 위한 기독교 지도자 서명운동에 전국에서 1만 5천명의 목회자가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서명운동을 주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는 이 달 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유보 촉구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구요.

그들은 집회에서 "전작권 논의 중단하며 한미동맹 강화하고, 사학악법 개정해 종교자유 보장하며, 민주주의 지켜내어 시장경제 살려내자" 외쳤습니다.

또한, 어느 신학과 교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기독교와 토착 문화, 기독교와 타 종교와의 조화를 강조했다는 이유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문제제기를 수용한 대학으로부터 재임용을 거부당한 일도 있습니다.

MB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소속된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코드 인사와 국정농단도 기가 막힌 일이기도 하였구요. 사실 이런 일들은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모습을 잘 나타내주는 여러 가지 사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이 같은 보수적인 한국기독교 보편적 흐름과는 반대되는 기도와 명상이 담긴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홍근수 목사가 쓴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통일운동가이자 신학자인 문익환의 제자이기도 하고, 사회운동가로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공동대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1991년에는 스승인 문익환 목사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어 감옥살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쓴 <일용할 양식>은 가정예배와 매일 매일의 성구 명상에 적합하도록 쓴 책입니다. “찬송과 본문을 일별로 실어 가족들 간의 가정예배가 가능하도록”씌어진 책입니다. 저자가 밝히는 책을 쓴 이유는 가정예배서나 성구 명상집 같은 것이 없어서 불편을 느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기독교 서적을 파는 전문서점에 가보면 가정예배서나 성구 명상집은 너무 많아서 불편할 만큼 많습니다. 다만, 홍근수목사 쓴 <일용할 양식>과 같은 제대로 된 책이 없을 뿐입니다.

홍목사님 책에는 동네마다 세워진 십자가 아래에 있는 교회에서 주일마다 듣는 뻔한 설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습니다. 저자가 명상집이라고 밝혔듯이 날마다 읽고 명상하고 깊게 성찰해야하는 성경구절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서적 견해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성서적 견해 담아


평화와 통일을 저자의 깊은 고뇌를 바탕으로 씌어진 매일 매일의 성구와 기도 명상문은 흔히 ‘명상’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자신의 내면을 드려다 보는 그런 성찰의 글이 아닙니다. 마치 9시뉴스 혹은 일간신문 머리기사를 보는듯한 주제들, 이라크전쟁, 주한미군 철수문제, 북한핵문제, 미국의 대북정책, 남한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통일방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명상과 기도 글이 대부분입니다.

<제국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을 인용한 명상은 “그 때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지적을 많이 행한 마을들이 회개하지 않으므로 꾸짖기 시작하였다(마태복음서 11:20)” 라는 성서 구절을 읽고, 전쟁을 일삼는 부시행정부하 미국의 세계체제론를 짚어 본 후에 다음과 같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합니다.

“정의로운 하나님, 당신 앞에서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차별이 없습니다. 불의를 일삼은 초강대국 미국은 악한 바빌론화 하였습니다. 미국을 긍휼히 보시옵소서. 아멘”(본문 중에서)

삼월 마지막 날, 대미의존적인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역설하는 명상은 다음과 같은 기도로 맺고 있습니다.

“능력이 많으신 하나님, 우리 한국인은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습니다. 이 못나고 아둔한 국민을 용서하소서.”(본문 중에서)

이런, 명상과 기도를 읽다보면,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살이를 한 이른바 ‘급진적인 운동권 목사’라는 평가보다는 “신학은 진보적으로, 그러나 신앙은 보수적으로”라는 그의 평소 마음가짐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기독교적인 삶의 철학을 새기며 예수의 삶을 따라가는 생을 살아가자고 언제나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참으로 목회자인 홍근수 목사는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는 한국인들을 긍휼히 여길 뿐만 아니라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의 삶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

예수의 삶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명상문 중에 재미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과학자와 기독교인을 관찰하여 비교해본 결과, 과학자는 평소에 매우 어리석고 바보 같지만 실험실에 들어가면 한 치의 에누리도 없으나, 기독교인들은 예배할 때는 거룩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평소에는 에누리 없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했습니다.”(본문 중에서)

홍근수 목사의 <일용할 양식>에는 이런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지극히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곳곳에 베어 있으며, 삼일절, 4.19,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는 그날을 기념할 만한 명상문과 성구와 기도를 가려 실어놓았습니다.

진보적인 신학자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법, 성서를 이해하는 법, 그리고 성서를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까지 매일 매일 읽고 명상하고 기도하도록 씌어진 책이라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가정예배와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명상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하지만, 신앙의 깊이가 웬만해서는 가정예배를 드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신앙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가정예배와 매일 매일의 명상이 아니더라도 사랑과 정의, 평등와 평화의 세상을 위하여 살았던 예수의 삶을 따르려는 신앙인들에게는 좋은 나침반이 될만한 책 입니다.



일용할 양식 - 10점
홍근수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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