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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선교사가 전한 복음이 원주민을 지옥으로...

by 이윤기 200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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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기독교 선교사가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와서 복음을 전하면서 회개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천당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지옥으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졌던 한 소년이 이 이야기를 선교사에게 전해 듣고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복음이 전해지지 않았으면 마을사람 모두가 지옥에 가지는 않았을 텐데. 하느님이 복음이 전해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가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 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호튼의 젊은 시절 일화는 어제 포스팅한 파울로 프레이리와 마일스 호튼 대담집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됩니다>에 나오는 학창시절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복음 전파한 후 기독교를 믿지 않는 원주민들이 지옥으로 가게 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선교사의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기독교 신앙인들이 일주일 중 하루만 하느님을 부르짖고, 다른 날은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둘다 호튼의 젊은 시절 일화입니다. 독실한 신앙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호튼은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후에도 기독교 신앙과 내적인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쿰버랜드 장로교회에서 있었던 두 사건은 어린시절 마일스 호튼이 비판적 사고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느 날, 한 선교사가 교회에서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많은 영혼을 구원하였는지를 이야기하였답니다. 호튼은 선교사의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 영혼을 구하는 일이 참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는군요.

그러나, 구원받지 못한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갈 거라는 선교사의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교사 말대로라면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지옥에 가지만, 아예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은 지옥에 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선교사가 전한 복음이 원주민들을 지옥으로 보냈다면?

호튼은 선교사가 복음을 전했음에도 회개하지 않은 사람은 얼만지, 그리고 그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은 또 얼만지 얼른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선교사가 지옥으로 보낸 사람들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합니다. 설교 후 토론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신학적 질문을 할 때, 호튼은 다음과 같은 산술적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셨나요? 선교사님 말씀대로 따지면, 구원한 사람들보다 수백 배나 많은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신 것 같은데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댁에서 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천국에 갈 수 있을 텐데요."

젊은 시절 마일스 호튼의 비판적 사고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교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호튼이 지역 청년모임 회장으로 모임을 주선할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느 날 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주일 외의 나머지 엿새 동안의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주일날만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늘 신앙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였던 것입니다.

일요일만 신앙인으로 사는 기독교인

그랬더니, 담임목사가 호튼의 이야기가 교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펄쩍 뛰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호튼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제가 가게에서 일하면서 보았더니, 많은 사람들, 특히 이 교회의 집사님, 권사님들이 주중에는 신앙에 따라 살지 않으시더군요. 그분들은 거짓말쟁이이자 위선자들입니다. 도둑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는 일하면서 목사님께서는 보실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게 됩니다. 가난한 흑인 아이들을 위해 값을 대신 치러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수증을 조작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호튼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지역유지들이 위선에 가득 찬 채 일요일만의 신앙생활에 빠져있었던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입니다. 그는 책보다도 일하던 가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