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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출산정책, 일찍 퇴근해 아이낳으라고?

by 이윤기 2009.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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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출산정책, 대학등록금이나 낮춰라 !

지나간 뉴스를 검색하다가 6월 10일자 이명박 대통령의 출산정책 관련 뉴스를 보게되었습니다. 요점은 이런 겁니다.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각계가 힘을 모아 범국민 출산 장려 운동을 펼치고, 소득 하위 80%에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였다"는 것 입니다.

2012년부터 소득 하위 80%에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고, 두 자녀 이상은 무조건 보육료를 지원하며, 맞벌이 가구 소득의 일부를 공제해주겠답니다.

<사진 : 보건가족복지부>

코미디 같은 출산 정책, 일찍 퇴근해서 아이낳으라고?

아울러, 마치 70년대 산아제한 정책을 보는 듯한 코미디 같은 정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재계에서는 정시 퇴근을 위해서 노력하고, 종교계에서는 보육시설을 늘이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일본의 가정의 날, 러시아의 '임신의 날' 같은 특정일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답니다.


정시 퇴근만 하면 아이를 더 낳을까요? 그럼, 지금은 퇴근이 늦어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보육시설을 늘인다구요? 지금 있는 유아교육, 보육시설도 아이들이 줄어들어서 경영난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종교계에서 육아시설을 더 늘인다구요?

'임신의 날'을 만든다구요? 그럼, 임신의 날에 맞춰서 아이를 가져야 할까요? 임신의 날은 아무나다 임신이 된다는 건가요? '임신의 날'은 코미디 중에도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찌 정책을 보는 것 같은 '임신의 날'

이명박 대통령은 "재정에 한계가 있어서 상당히 어렵지만, 출산 장려는 여러 국정과제 중에서 최우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는 인식에 비하여 출산율 감소 원인에 대한 진단은 대단히 초보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민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가 월 30~40만원에 달하는 양육비 부담이 원인이라고 하였더군요. 국민들 중에 월 30~40만원의 양육비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물론 없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는 많은 부부들은 겨우 30~40만원의 양육비가 부담스러워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5~7살 시기, 3년 동안 월 35만원으로  보육료를 계산하면 1260만원 입니다. 물론 1260만원도 적은 돈이 아닙니다.

실제로 국민들 중에는 이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1260만원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돈 문제가 아니어도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교육비용 문제만 봐도 정부 정책은 어림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5~7세 유아기 보육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부모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맞벌이 하는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길러 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 3~4년 동안 보육비용이 가장 많이듭니다.

결혼을 한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을 경우, 부모에게 의존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월 50~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개인탁아를 하거나 혹은 영아기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합니다. 영아기 아이들의 경우 정부지원이 거의 없고, 보육 비용도 유아기 아이들에 비하여 부모 부담이 훨씬 늘어나게 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들어가는 교육비용과 사교육 비용은 어떻게 합니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쟁'입니다. 정부가 경쟁을 부추길 수록 부모들은 점점 사교육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보육료 30만원 부모가 내고, 사교육비용, 대학등록금을 정부가 부담하자

일제고사에 이어서 고교 입시까지 부활시키는 마당에 도대체 어느 부모가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천만원을 넘어서는 대학등록금은 또 어떻게 합니까? 게다가 대학생이 된다고해서 학교 등록금만 내면 되는가요? '취업고시'에 대몰린 요즘은 대학생들도 학원을 다니면서 사교육을 받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부 출산 정책은 핵심을 비껴가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지금 국민들이 간절하게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된 정규직 일자리를 늘이고, 대학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사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히 일자리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젊은이들은 쉽게 결혼을 할 수도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마흔 전에 빚쟁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들의 꿈이라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행히 취직에 성공하여도, 마흔까지는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하니 돈 모아 결혼하고 아기 낳는 일은 요원합니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에 대한 근본 대책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무뉘만 의무교육인 초등교육, 중등교육 과정을 개혁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습니다.

정부 당국자에게 거꾸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월 30~40만원 들어가는 보육비용은 국민들이 부담할테니 대신 대학등록금 무상으로 해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 학원비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말 입니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저는 지금이라도 아이 하나 더 낳을 수 있겠습니다.


▲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개그우먼 김지선씨가 이명박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보건복지가족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