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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통영, 동피랑에 다녀왔습니다.

by 이윤기 2009.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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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통영의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동피랑에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있어 통영에 갔다가 일정이 끝난 후에 예정에 없던 동피랑을 둘러보고 통영문학제 구경도 하고 왔습니다. 블로그들이 동피랑에 다녀와 쓴 글을 여러 번 보면서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통영에 간 김에 둘러보고 왔습니다.

작년 8월에 동피랑을 한 번 둘러보았다는 선배님께서 이것 저것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동피랑의 피랑은 '벼랑'의 통영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동피랑'은 동쪽 끝 벼랑이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이름 그 대로 바다를 내려다 보는 언덕위에 마을이 있더군요.

특별히 표지판이 없어도 강구항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언덕위를 쳐다보면 벽화가 눈에 띄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그림을 따라서 언덕 꼭대기까지 둘러 볼 수 있도록 화살표 안내가 잘 되어 있구요.

선배님께서는 "동피랑은 공공디자인이 지역사회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시더군요. 마을을 둘러 보면서 그런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탓인지 늦은 토요일 오후인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통영시에서 철거를 계획했던 마을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대 변신이 이루어진 것 입니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벽화들이 아니라면, 결코 이 동네를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사진을 찍더군요. 벽화 속의 아이와 손을 잡고, 벽화 속의 공룡과 마주보며 마을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었습니다.

마산에도 공공디자인으로 벽화를 그려 놓은 곳이 있는데, 동피랑 같은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보거 일부러 찾아 오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지요. 동피랑 성공 사례에는 두 가지 남 다른 특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이름입니다. '동피랑'이라는 어감이 참 멋집니다. 누가 언제부터 동피랑이라고 불렀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마을에 와 보기 전에도 '동피랑 마을'이라는 명칭만 들어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일 것 같다는 느낌을 같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둘째는 경관입니다.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강구항'이 멋집니다. 통영이라는 도시 그리고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동피랑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동피랑이 통영 바닷가가 아니라 서울 시내 복판에 있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벽화 앞에서 음악회가 열렸다고 하더군요. 축대 아래에는 합창단이 노래를 하고 축대 위에서는 지휘자가 지휘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십니까? 재미와 상상력이 만들어 낸 멋지니 축제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공룡 그림이 그려져있는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문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화장실'일꺼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혹, 화장실이 아니어도 '창고'겠지요.

그런데, 전국에서 찾아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이 화장실(혹은 창고)를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화장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아무튼, 이 화장실(혹은 창고)가 수 많은 관광객의 카메라에 담길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동피랑 벽화는 2년마다 새 단장을 한다고 합니다. 작년 8월에 다녀오신 선배님께서는 벌써 작년에 비하여 바뀐 곳이 많다고 하시더군요. 벽화도 늘었고, 집과 벽화가 더 잘 어울리게 집을 새로 칠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2년 마다 새로 단장하기 때문에 몇 년 후에 다시가면, 지난 번 방문 때와 달라지는 것. 이것도 참 재미있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 늘 갈 때마다 바뀌니... 저 번에 봤어 하고 그냥 갈 수가 없을 것 같거든요.

선배님께서는 이제 남은 중요한 과제는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에게도 뭔가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냥 방송에 소개된 유명한(?) 마을과 벽화만 둘러보고 가버리기 때문에 통영시 전체로 보면 관광 수입이 늘어날지 몰라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이익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노인들이 많고, 소득이 높지 않은 분들이 사는 '동피랑 마을'이 그냥 구경거리만 되지 않고, 주민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소득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