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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통영 별미, 50년 전통 원조시락국집

by 이윤기 200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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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특별한 재미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입니다. 통영을 대표하는 잘 알려진 음식으로는 '충무김밥'이 있고, 봄에 먹을 수 있는 '도다리 쑥국'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주당들에게는 풍부한 해산물 안주가 풍성한 '다찌집'도 인기입니다. 이런 먹거리를 모두 놓치면 통영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지요.

원래, 저녁식사는 통영YMCA에서 소개해준 한식집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동피랑을 함께 둘러 보기로 한 선배님께서 바닷가 시장통에 가면 문을 연지 30년이 넘은 유명한 시락국집이 있고, 그 옆에는 전통 풀무가 있는 대장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저녁 메뉴는 시락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강구항 뒤편 언덕 동피랑을 둘러보고, 자동차로 해안을 따라 5분쯤 거리에 있는 서호시장 근처에 도착하였습니다.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호시장 대장간 골목에 있는 '원조 시락국집'을 찾았습니다. 가게 문을 닫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유명한 시락국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새벽 3시, 혹은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당문을 여는데, 저희 일행은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잠그기 직전인 오후 6시쯤 도착하여 아슬아슬하게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 닫기 직전이라 손님이 하나도 없는 가게에 저희 6명만 조촐하게 밥을 먹었습니다.

옛날에는 사진에 보이는 ㄱ자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는데, 지금은 가게를 확장하여 건너편에 길다른 테이블 2개가 더 놓여있었습니다. 저희는 오래된 ㄱ자 테이블에 6명이 3명씩 마주보고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뷔페같은 밑반찬입니다. 김치, 무김치, 깻잎무침, 멸치조림, 멸치젓갈, 부추, 김, 다대기...10여가지 밑반찬이 테이블 가운데 넉넉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뷔페처럼 작은 접시에 원하는 만큼 반찬을 덜어 먹고 남기지 않아야합니다.

여러가지 밑 반찬 중에 저는 멸치 젓갈이 입에 딱 맞더군요. 다른 반찬 없어도, 시락국이 안 나와도 멸치 젓갈과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을 만큼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모두들 각자 입맛에 따라 "멸치 조림이 맛있다.", " 무김치가 맛있다" 하며 입에 맞는 반찬을 골라 먹었습니다.

식당벽에는 '정토회'에서 펼치는 '빈그릇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협약서도 붙어 있고, 홍보대사인 전원주씨가 나와있는 사진도 걸려 있었습니다.


 



시락국은 무한(?) 리필이 가능합니다. 저희가 밥을 먹는 동안 주인 아저씨는 "시락국 더 필요하면 말씀하세요."하고 여러 번 말씀하셨구요. 가까이 와서 국그릇을 살펴보고는 국을 더 담아주셨습니다. 저와 선배님은 처음 받은 국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씩 더 먹었습니다. 물론 돈을 따로 더 받는 일은 없었구요.

이 집 시락국은 장어를 푹고아서 끊이는 것이 비법이라고 하더군요. 시락국에서 고소한 뒷 맛이 나는 것은 장어를 푹 고아 끓였기 때문인듯 하였습니다. 무우청을 푹 삶아 끊인 시락국에 김가루와 부추, 양념 다대기와 산초가루, 매운고추를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함께 '원조시락국'을 먹은 후배들 모두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  참 맛있게 먹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즐거워하였습니다.

통영 서호시장 시락국
◇ 특징: 12시간 이상 푹고은 장어 육수
◇ 위치: 서호시장 대장간 골목(여객선 터미널앞)
◇ 역사: 50년, 김태선씨(55)가 2대째 식당 운영
◇ 상호: '원조 시락국'
◇ 반찬: 10가지가 넘는 반찬 원하는 만큼
◇ 가격: 따로 국밥 4000원(국 3000원)



원조시락국집 옆에 있는 대장간입니다. 저희 일행이 늦게 도착하여 대장간은 벌써 문들 닫았더군요. 저희 일행을 안내 해주신 선배님이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전통 '풀무질'을 하는 대장간이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원조시락국집을 가자고 하실 때도 "운이 좋으면 귀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식당 옆에 풀무질을 하는 옛날 대장간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원조시락국집 사장님께 물어봤더니, 지금은 옛날 풀무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이젠 기계식 대장간으로 바뀌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지금도 옛날 풀무식 대장간이 남아있었고,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곳이었다면 통영의 명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같은 구경꾼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막상 대장간에서 일 하시는 분들에게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었기 때문에 기계식으로 바뀌었겠지요. 지금은 옛날 만큼 어업 경기가 좋지 않아 대장간 일도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바로 옆 회센타 건물들은 모두 현대식 아케이드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겉은 반듯하게 보였지만 웬지 '원조시락국집'이나 오래된 '대장간' 만큼 정이 가지는 않더군요. 동피랑 언덕이 성공했던 것 처럼, 옛 모습 그대로가 더 많은 사람들의 발 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말 입니다.

통영 여러번 가셨던 분들은 여객선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원조(?)'충무김밥' 많이 드셨지요. 다음 번에 통영 동피랑 구경가시면, 원조시락국집 한 번 꼭 가보세요. 싸고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