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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50년 민간인학살과 2009년 용산 참사

by 이윤기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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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마산공설운동장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제 59주기 제2차 마산지역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전행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제목에서 보시는 것 처럼 59주기를 맞이하는 동안 올해가 제 2차 위령제 및 추모식이라고 합니다.



제 1차 위령제 및 추모식이 1960년 7월 27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서 제 1회 합동위령제가 개최된 후에 49년만에 제 2차 위령제 및 추모식이 열린 것 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요?

지금부터 59년 전, 한국전쟁이 벌어진 1950년 7월과 9월 사이 이승만 독재정권의 군인과 경찰이 마산교도소에 불러 모았던  수 천명에 이르는 마산지역 민간인들을 몇 차례에 걸쳐 끌고가서 학살하였다는 것 입니다. 

4.19 혁명이 직후인 1960년 6월 국회 양민학살조사 특위에 마산 유족들이 보고한 숫자가 1681명이라고 하고, 이들 대부분은 구산면과 거제 사이 속칭 괭이바다에 수장되었다고 합니다.

▲ 추모공연과 종교의식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헌법을 위반한 국가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 안병욱)에서 공식 확인한 민간인 희생은 이렇습니다.

"마산은 6.25 전쟁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인민군에 점령당한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치안이 확보되었던 곳이었으나, 진실규명 조사결과 마산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마산형무소 재소자와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보도연맹원 최소 717명이 마산육군헌병대에게 인계되어 집단희생 되었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미제 상륙함에 실려 괭이바다라고 불리는 구산면 앞바다에서 집단 사살되어 수장되었고, 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만 35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희생자 숫자를 제외한 정황은 1960년 국회 양민학살조사 특위에 보고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군, 경찰이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다시 처형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군법회의는 요식적인 행위였을 뿐 사실상 집단학살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던 평범한 민간인을 보도연맹원으로 소집, 구금하여 집단 살해한 것은 인륜에 반한 것이며,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무엇으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입니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사실상 집단학살과 다르지 않다고 규정하였습니다. 1950년 민간인 집단학살이 일어나고, 1960년 진신규명이 시도되었으나 516군사 쿠데타로 묻혀있던 진실이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부분적으로 밝혀지게 된 것 입니다.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이 열리는 행사장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된 추모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국가의 민간인 학살이 이제는 정말 과거의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한 역사였지만,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진(위), 국방부장관의 사과문을 읽는 동안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 광주학살, 용산참사

그러나, 저는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을 지켜보면서 금새 용산참사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과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국가 권력과 군대에 의한 학살은 다른 죽음일까요?

유신시대에 벌어진 조작된 용공사건으로 재판절차로 죽어간 죽음들은 다른 죽음이었을까요? 2008년 용산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서 빚어진 죽음은 정말 전혀 다른 죽음일까요?


어떤 각도에서 보면, 이 나라는 1950년 전시상황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개인)이 희생하여야 한다는 국가주의주의 이데올로기가 판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 실제로도 이 나라는 여전히 전시상황이군요. 한국전쟁은 여전히 '휴전상황'이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이후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이고 불법적인 범죄는 모두 휴전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자행되었을 것 입니다. 그리고, 2008년 용산에서는 '법'을 앞세운 국가권력에 의해서 '생존권'을 지키려던 국민들이 죽음을 당한 것 입니다.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을 지켜보는 동안 몸서리처지는 또 다른 생각이 저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나에게는 저런 일이 닥치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 말 입니다.


▲ 사진(위) 합동위령제가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하는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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