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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30년 전 청년Y 운동 선배들이 돌아오다

by 이윤기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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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열흘쯤 전 20년, 30년 전에 YMCA에서 청년 운동을 하였던 선배들과 옛 실무자들이 오랜 만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마산YMCA에는 1975년 원 클럽을 창립을 시작으로 80년대 로댕클럽, 레크레이션클럽, 요델클럽, 메아리클럽, 산바래클럽이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날 청년Y 선배회원들의 모임에는 20여 년 동안 실무자로 일한 제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1988년부터 YMCA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대부분 회원들이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YMCA에서 청년운동을 하였던 분들이었습니다.



차례로 돌아가며 인사를 하는데 어느 분이 젊은 그 시절을 회상하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월요일에는 원클럽, 화요일에는 레크레이션클럽, 수요일에는 로댕클럽, 목요일에는 요델클럽, 금요일에는 메아리클럽 이렇게 모임에 참여하고, 토요일, 일요일에는 연습하러 모이고 그러다보니 일주일 내내 YMCA에서 보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제가 정확히 메모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순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고 말 입니다.

활동이 왕성할 당시에는 청년 클럽 회원들이 200여명이 훨씬 넘었다고 하더군요. 청년Y 시연맹 모임이나 전국 연맹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였다고 하더군요.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중년의 아저씨들이 되었고, 회원들끼리 사랑을 키워가다 가정을 이룬 여럿 계시다고 하더군요.

가끔씩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이렇게 YMCA 회관에서 선배 회원들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청년 활동을 할 때 가까이 지냈던 분들과 만나는 계모임은 여러 개가 있지만, 다른 클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시절 동지들과 한자리에서 함께 만날 기회는 없었다고 합니다.

YMCA를 통해 정열적이고 치열한 청년 시절을 보낸 선배들은 노동조합운동의 지도자로 나서기도 하였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태농업의 기반을 닦은 분도 있었으며, 대부분 건강한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옛날 함께 부르던 ‘건전가요’도 부르고 ‘요들 송’도 듣고 긴 시간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옛날 그 시절 참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다 싶었던 실무자들도 오랜 만에 만나보니 친구 같고, 하늘처럼 느껴지던 선배들도 함께 늙어가는 동무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더군요.

어려웠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회원들도 얇은 월급 봉투로 힘 들었던 시절이었지만, 실무자들도 참 박봉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YMCA는 자체 회관이 없어서 2~4년 마다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했었답니다. 회원들은 회관 이사 할 때마다 집기를 나르고 칸막이 공사, 페인트 공사도  실무자들과 함께 했었다고 합니다.

선, 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은 각자 어느 곳에 회관이 있을 때 활동하였는지 확인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는 산호동, 양덕동에 있을 때 활동했습니다." 가족 후배들 축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우리는 서성동, 자산동에 회관이 있을 때 활동했었지." 이 분들은 나이 든 선배분들 입니다. 실제로 YMCA는 현재의 회관을 마련하기 전까지 여러 임대 회관을 옮겨다녔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20여년 만의 모임을 자축하는 두 분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대금 연주를 해주셨고, 다른 한 분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불러 온 '요들송'을 불러주셨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두 분의 공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서너 시간 이야기꽃을 피운 후에 앞으로 정기적으로 함께 만나서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해보자는 의논을 하였습니다. 각 클럽 마다 2명씩 준비위원을 선출하여 내년에는 YMCA를 통해 공식적인 활동을 한 번 해보자는 결의를 모았습니다.

모임이 끝나 갈 즈음, 누눈가가 그 때, 그 시절에 비장한 마음으로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보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색하게 오른 팔을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난 20년 이 노래를 잊고 살았다고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삶의 현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변함없이 이 노래를 부르고 살았다고 하시더군요. 젊은 시절 YMCA 운동을 경험하면서 처음으로 세상과 사회에 대하여 눈 뜨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분들이 20년 만에 다시 모인다고 합니다. 어쩌면 내년 봄에는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서 YMCA 운동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