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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따뜻한 지구, 비 맞으며 스키 타기

by 이윤기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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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제가 일하는 단체의 아이들과 스키장으로 캠프를 다녀옵니다. 1박 2일만에 아이들이 스키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스포츠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겨울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보려는 취지에서 매년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키를 배우는 것 보다 사실은 눈 밭에서 실컷 놀아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사는 마산은 따뜻하기 때문에 겨울 동안 눈이 1번 정도 올까말까 하는 곳 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땅에 눈이 쌓인적이 없고, 그냥 눈발이 조금씩 날리다 흐지부지 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눈을 보면 정말 신기해하고 좋아합니다. 유치원 아이들이지만 스키장 눈은 하늘에서 내린 눈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어낸 인공 눈이라고 하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아마 스키장에 오기전에 엄마, 아빠에게 다 듣고 온 모양입니다.

지난 목, 금요일에 수안보 사조리조트로 스키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두 시간씩 스키 강습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눈 밭에서 실컷 놀았습니다. 둘째 날, 일곱살 아이들은 초보자 코스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함께 슬로프를 내려오는 것까지 하게 됩니다.

매년 아이들과 함께 스키 캠프를 가는 저는 중급자 이상 슬로프는 타 볼 기회가 없어서 여전히 초보입니다만, 초보자 코스에서 아이들을 돕는 것은 꽤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캠프에 함께 가서 둘째 날 아이들을 리프트에 태우고 초보자용 슬로프를 함께 내려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람들은 스키장으로 캠프를 다녀온다고 하면 은근히 부러워합니다만, 아이들을 데리고 리프트를 타고 초보자 슬로프를 반복해서 계속 내려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난생 처음 리프트를 타보는 아이들은 신나고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딱 1번씩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지만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모릅니다. 먼저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온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자기경험을 이야기(자랑)하느라고 여간 바쁘지 않습니다.

아마 집에 돌아가서도 꽤 열심히 자랑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리프트를 타본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어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년 스키장을 가보면 정말 지구가 조금씩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선 스키장 개장 날짜가 조금씩 늦어집니다. 7~8년 전 저희가 처음 스키 캠프를 시작할 때만 하여도 12월 1일에 스키장이 개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매년 조금씩 늦어지더니 올 해는 지난 10일에 스키장을 개장하였더군요.

스키장 개장이 늦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별로 없습니다. 저희가 캠프를 하는 이틀 동안에는 단체 강습을 받는 대학생 1~2팀 외에는 일반 입장객은 그의 없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신종플루의 영향도 있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스키장을 찾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 입니다.



그도 그를것이 눈이 내려야 좋은 겨울에 이틀동안 추적추적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첫째 날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강습을 하였고, 둘째 날은 잔뜩 찌푸린 하늘을 쳐다보며 아이들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초보자 슬로프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겨울이 점점 짧아지고,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밤새 함박눈이라도 내렸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였을텐데...기대를 무너뜨리고 밤새 비가 내렸답니다.

눈썰매를 타러 간 다섯 살 꼬맹이들 중에는 눈을 먹어보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인공눈이라서 먹으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선생님 눈을 피해 맛(?)을 보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눈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다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슬며시 내려놓고, 선생님 눈을 피하면 그냥 입에 넣어 버리더군요.

아이들은 하나 같이 모두 눈을 기다리는데, 이렇게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면 제가 사는 동네 아이들은 인공눈 밖에 구경 할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