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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이럴바에야 통합하지 말자?

by 이윤기 201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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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원 진해 통합준비위원회가 삐그덕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장동화위원장의 '통합시청이 창원 39사단 부지로 확정되었다'는 문자 메시지 파문으로 2주동안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17일 보름만에 열린 회의에서도 장동화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벌이다가 창원지역 통준위 위원과 장동화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마산, 진해 지역 통준위 위원들만 모여서 장동화 위원장 해임안을 처리하였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통준위의 갈등이 오래 갈 것이라고 합니다만, 어디 그럴까요? 행안부와 한나라당이 나서면 의외로 쉽게 정리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6월 2일까지 무조건 통합을  마무리해야하는 지상과제를 달성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갈등은 통합준비위원회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의 내노라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어디서나 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노라' 하는 분들이 모인자리가 아니라도 크고 작은 모임에 가면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거리입니다. 

단연, 통합 시청 위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


"이미 창원으로 정해졌다더라"
"명칭은 창원으로 했으니 통합시청은 마산으로 해야한다."

대충 이런 분위기입니다.

어제  마, 창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한 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곳에서도 마창진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습니다. 창원지역에 연고를 가진 분들은 대체로 통합시 청사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결정하는 문제에 관하여 비판적이더군요.
 
"통합 시청사는 지금 정할 시기가 아니다. 통합시장과 의회가 구성되면 그때 의논하는 것이 옳다."
"통합 청사를 짓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은 통합의 취지와 맞지 않다."
"현재의 창원시청을 증축해서 사용하면 된다."
"마산종합운동장 자리는 통합 청사 대신 새로운 ****을 유치하는 것이 맞다"


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마산 지역에 연고를 가진 분들이 많은 모임이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지역이기주의 때문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지역에 이익이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행정구역 통합은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기 때문입니다. 
바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통합 결정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일색인 시의회에서 주민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일방적으로 통합을 결정하였기 때문에 주권자인 시민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일에 무관심하고 책임감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양보와 협력은 하는 마음은 생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냥 자기 지역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더 부자가 되고 싶다, 더 잘 사는 지역을 만들자"는 욕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니 더 잘 사는 지역을 만들고,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이기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입니다.

두번째는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 졸속 추진이 원인입니다.

통합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통합시의 명칭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통합시 청사는 어디에 둘 것인지 하는 것을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고 '묻지마' 통합을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졸속'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와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통합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지요.

지금 마창진 통합으로 빚어지는 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분들은 대부분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분들입니다. 모두 혼란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요.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나올것 입니다.

"이럴바에야 통합하지 말자"
"이럴것 같으면 통합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