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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나는 KTX보다 고속버스가 좋다

by 이윤기 201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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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울 혹은 서울을 거쳐서 경기도 여러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오곤 합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마산에서 왔다고하면 가장 먼저 "몇 시간 걸렸어요?" 하고 물어본다. 그리고, 이어서 "뭐 타고 왔냐?"고 묻지 않고, "KTX 타고 왔겠네요?"하고 확인을 한다.

마산에서 서울갈 때 "빠른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넓게 확산되었기 때문인지, 누구나 장거리 이동에는 당연히 가장 빠른 KTX 이용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모양이다. 내가 사는 마산에는 KTX가 직접 운행되지 않는다. 2012년에 마산역까지 KTX가 들어온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서울에서 밀양역까지 KTX를 타고 온 후에 밀양역에서 환승을 해야한다. 무궁화를 타고 마산까지 오는데 대략 1시간쯤 걸리고, 밀양역 앞에서 리무진을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무튼 가격으로보다 시간으로 보다 KTX는 별로 실익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 그럼, 기차와 고속버스 그리고 비행기를 이용해서 서울을 다녀오는 것을 한 번 비교해보자.

1. 고속버스
우등 고속버스의 서울-마산간의 요금은 27,800원 더 이상 추가비용이 필요 없다. 일반 고속버스는 훨씬 더 저렴한 18,700원이다. 평일 낮 시간처럼 차가 막히지 않으면 4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주말이라도 버스 전용차선이 있어 정시성 확보는 상당히 좋아졌지만 그래도 1시간씩 늦어질 때도 있다. 우등버스 좌석도 넓고 평일에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으며 예매를 하지 않고도 탈 수 있다.

2. 기차

KTX의 서울-밀양-마산 요금은 44,900원, 운행 소요시간은 3시간 28분. 마산에서 서울까지 대략 30분 정도 KTX가 더 빨리 도착한다. 그런데, 요금은 KTX가 일반실 기준으로 1.5배정도 비싸다. KTX의 장점은 고속버스 보다는 안전승이 높고 승차감이 뛰어나며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난 노트북이 없어서 내게는 장점이 아니다)

아~ 그리고 KTX가 정시성도 뛰어나다. 고속버스는 도로 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달라진다. 평일 출장이라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4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하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는 1시간씩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신 야간 우등은 정말 시간을 잘 지켜 도착한다.(가끔은 30분 정도 일찍 도착할 때도 있다.)

KTX가 아닌 기차는 정말 아니다.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무궁화나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새마을을 타고 서울을 가는 일은 '느림'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면 일단 선택하기 어렵다. 더구나 새마을은 고속버스 보다 늦게 가면서 요금은 더 비싸다. 

3. 비행기
비행기를 타는 건 어떨까?
비행기를 타는 시간은 채 1시간이 안되지만, 실제로 출발지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도착지 공항에서 다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KTX 에 비하여 실익이 별로 없다. 대신 요금은 KTX보다 17,500원이 비싸고, 공항리무진 비용을 감안하면 30,000원 정도가 더 비싸다. 고속버스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마산서 서울 출장갈 때 비행기 타고 갈 일은 없다.


나는 KTX 보다 고속버스가 좋다.

고속버스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선택은 일반고속버스다. 버스 요금은 KTX의 정반도 안 되지만,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은 우등고속버스나 일반버스나 다 똑같다. 특히 평일에는 정말 좋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2인 좌석을 혼자서 사용하면 우등버스 보다 더 편하다. (우등 고속버스는 좌석 사이에 큰 팔걸이가 있어서 혼자서 좌석 2개를 차지해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일반고속버스도 35인승이기 때문에 45인승인 관광버스 보다 앞뒤 좌석 공간이 넓어 다리가 길어도 불편함이 없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은 가끔 책을 보거나 잠을 잔다.(책을 보면 금새 잠이 온다) KTX가 생기면서 야간 열차가 없어졌는데, 고속버스는 심야 우등 버스가 있어서 출장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음날 몸이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낮에 차를 타고 3~4시간 이동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일반 고속버스의 단점은 딱 한가지이다.
마산-서울 운행을 하루에 4번 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출장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일반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저렴하고 편하게 서울까지 갈 수 있다. 한꺼번에 8명이 출장을 다녀올 때는 정말 출장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2012년 KTX가 마산역까지 운행되면...
2012년이 되어 환승없이 마산역에서 서울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면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고속버스 보다 1시간 ~ 1시간 30분이 빨라진다면, 1.5배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더 빨리 가야할 일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KTX에서 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다면...
KTX에서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면 돈을 더 내더라도 KTX를 타고 갈지도 모르겠다. 흔들리지 않는 KTX에서 앞좌석에 부착된 받침대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서울까지 가는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뭐 단순하다.
노트북이 생기고 KTX에서 무선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으면 KTX타고 다닌다. 그렇지 않으면 잠이나 푹자면서 고속버스타고 다닌다. 시간이 잘 맞으면 일반 고속 버스를 타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