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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시가 10만원짜리 헌 노트북, 부품값은 60만원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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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지나치게 비싼 디지털 가전제품의 부품 값에 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가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다가 부품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수리를 포기하고 신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사용하는 노트북은 2001년에 구입한 세계적으로 이름난 IBM이라는 컴퓨터 회사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얼마 전부터 사용 중에 갑자기 노트북이 멈추는 현상이 반복되어 창원에 있는 서비스센타에서 수리를 받았으나 제대로 고쳐지지 않아 서울에 있는 본사까지 보냈습니다.

며칠 후에 서울에 있는 IBM서비스센타에서 원인을 찾았다고 연락이왔더군요. 어떻게든 고쳐서 조금 더 사용하려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통화를 하다가 이내 노트북을 그냥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BM 서비스센타 직원은 메인보드에 이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부품교체비용'이 60만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부품 가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수리를 맡긴 노트북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노트북도, 지금은 60만원을 안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컴퓨터나 노트북같은 디지털 가전제품들은 워낙 기술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성능이 더 좋은 신제품이 끊임없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제가 사용 중이던 노트북이 만약 지금도 판매된다면 뒤따라서 출시된 성능 좋은 신제품 때문에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일이십 만 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6년 전에 그 노트북이 200만원에 판매되던 당시에 정해진 부품가격은 하나도 내려가지 않은 채 그대로라는 겁니다.

결국, 지금도 판매중이라면 일이십 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노트북을 고치려면, 60만원은 넘는 부품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입니다.

이것은 기업들이 6년 전에 만든 부품에 대하여 감가상각을 하지 않고, 처음 제품 생산 당시에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횡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런 기업들의 횡포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은 제품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결국 기업들이 부품만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제품을 폐기하고 새 제품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내 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과 소비자모두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가 손해를 보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은 저처럼 충분히 고쳐 쓸 수 있는 노트북 그냥 버려야 하고, 기업들 역시 보유하고 있던 부품을 결국에는 폐기처분하게 될 것이 뻔 한 일입니다. 지구환경을 생각한다면, 오래된 자동차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처럼, 고쳐 쓰고, 오래 쓰려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술발전이 지금처럼 빠르지 않은 때 만들어진 낡은 소비자보호법을 당장 고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를 고쳐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품을 판매할 때, 생산연도부터 시간이 지난만큼 반드시 감가상각을 하여 현실에 맞는 부품 값을 정하도록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창원KBS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5월 6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