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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휴대폰 오래 사용하면 합리적 소비일까?

by 이윤기 201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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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한겨레 신문에서 1998년에 구입한 휴대폰을 12년째 사용하는 분이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참 대단하신분이더군요. 합리적 소비자라면 휴대폰을 12년이나 사용하는 것이 절약 정신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도 따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LG전자, 쿠키폰-롤리팝폰 컬러마케팅 전개 by LGEPR 저작자 표시



저도 아껴쓰고 오래 쓰기 위하여 꽤 노력하는 편입니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비디오 등 결혼할 때 구입한 가전제품들을 17년쯤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집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도 'GOLD STAR' 문구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TV와  세탁기는 10년 이상 사용하고 새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고쳐 사용하려고 알아보니 부품은 구할 수 있었지만 부품값이 워낙 비싸고 수리비도 만만치않아 새 제품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자동차도 남들 못지 않게 오래 탔습니다. "이 차 도대체 몇 년 탔어요?"하는 질문을 수 없이 받으며 1994년에 구입한 프라이드 승용차를 만 16년을 넘게 타고 다녔습니다. 워낙 차가 낡기도 하였고 지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노후차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하여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자동차는 오래탈수록 세금도 깍아주고 보험료도 저렴해지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지만, 휴대폰은 오래 사용할 수록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동차 오래타는 것과 휴대폰 오래쓰는 것은 다르다

사실, 저도 휴대폰을 돈을 주고 사본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삐삐를 사용하다가 LG 텔레콤 PCS 전화기를 처음 구입하였는데 공짜폰을 받았습니다. 제 기억으로 가입비 3만원만 내고 기계를 그냥 받았던 것 같습니다.

PCS 전화기의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갈 때쯤 경품으로 삼성전자에서 만든 PDA폰이 공짜로 생겼습니다. 이 전화기는 부피가 큰 대신에 배터리 용량이 막강하여 5년 이상 사용하였지 싶습니다. 이 전화기는 중간에 고장이나서 똑같은 중고 제품을 공짜로 얻어서 좀 더 오래 사용하였습니다. 그 뒤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터치폰)로 바꾼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휴대폰을 12년 사용하신 그 분에게는 비할 수가 없더군요. 이 분은 휴대폰만 오래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과일껍질을 말려서 아파트 화단에 비료로 뿌리고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쓰는' 절약 정신이 몸에 베인 분입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은 절약하고 아껴쓰는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휴대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디지털 가전기기들이 다 마찬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장이 나지 않아야합니다.

왜냐하면,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기계들은 끊임없이 신제품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품질보증 기간이 지나고 고장이 나면 부품값과 수리비가 새제품을 사는 것 보다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장난 노트북 부품값이 새 제품 구입가격 보다 비싸고,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수리하는 가격이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보다 훨씬 비싼 것이 현실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도 2년 정도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서 주요 부품을 교체하는 경우 똑같은 새 제품(이미 유행이 지나간)을 구매하는 경우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옵니다.

더군다나 휴대전화의 경우는 대부분 각종 보조금을 받아 공짜로 받거나 아주 저렴하게 구입하기 때문에 값 비싼 부품을 교환하느니 차라리 새로 사는 것이 이익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 공짜폰

뿐만 아니라 구입후 2~3년이 지나 배터리 수명이 다한 경우에도 배터리를 구입하는 것보다 통신사를 옮기면 그냥 공짜폰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휴대폰의 경우 보조금 제도 때문에 낡은 제품을 오래 쓰거나 고장난 기계를 고쳐 사용하는 사람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휴대폰을 12년 동안 사용하고 계시다는 그 분의 경우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공짜로 새 휴대폰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12년 동안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폰의 배터리를 새로 구입하느라고 지출한 비용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당연히 2~3년 정도 사용하고, 공짜로 바꿔주는 폰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합리적 소비자 의사결정입니다. 말하자면, 휴대폰을 2~3년마다 바꾸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합리적인 소비자인 셈입니다.

이분처럼 낡은 휴대폰을 12년 동안이나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익과 손해를 판단하는 방식이 보통사람들과 달라야 가능합니다. 자신이 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한정된 자원으로 생산되는 휴대폰을 덜 소비하겠다는 '생태적 합리성'(적절한 표현인지...) 같은 것이 있어야 가능한 의사결정입니다.

당신은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을 몇 년째 사용하고 계신가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휴대폰의 수명은 '약정기간'과 일치합니다. 보통 약정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2년마다 한 번씩 새폰으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약정기간이 끝난 후에 통신사만 바꾸면 아주 최신기계만 아니면 대부분 공짜로 바꿀 수 있고, 최신 기종이라 하더라도 적인 비용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2년마다 한 번씩 바꾸는 것이 가장 합리적 소비자 행동인 셈입니다.

그러나, 모든 약정 기간이 사라지는 대신에 통신요금이 지금 보다 50%이상 인하되고(2년 동안 약정 할인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 모든 휴대폰을 출고가격대로 판매한다면 쉽게 70~80만원의 기계값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약정할인과 보조금 시스템으로 지탱되는 지금의 통신 시장 환경으로는 2년 마다 한 번씩 새 휴대폰을 공짜로 바꾸는 소비자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은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약정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약정기간만 끝나면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으로 바꿀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사용하는 이 휴대폰은 아무 이상이 없고 배터리 성능도 충분합니다만, 다양한 어플을 활용할 수 있고, 아무데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유혹을 떨치기 참 어렵습니다.

3개월 후 약정기간이 끝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