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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광산사에서 만난 아름다운 말씀

by 이윤기 201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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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만날재를 출발하여 쌀재 - 바람재 - 윗바람재- 대산 정상을 거쳐서 광산사를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바람재를 다녀오려고 길을 나섰다가 대산을 거쳐서 광산사까지 갔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년 고찰'이라는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련기사 2010/06/21 - 느릿느릿한 사색의 길, 바람재길

광산사를 가 볼 이런 저런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 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나봅니다. 마음이 복잡하여 길동무 없이 혼자 훌쩍 떠난 산행 길이 우연히 광산사까지 이어졌습니다.

광산사는 천년 고찰이라고 들었던 만큼 굉장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극락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이 있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시는 분이 없으니 그냥 불상일 뿐이었습니다.

역시, 볼 줄 아는 눈이 없으니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교양을 채워주시던 그분(?)들이 생각나더군요.


대신 제 눈 길을 끈 것은 여기 저기에 세워져 있는 '말씀'들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좋은 말씀이 새겨놓았구나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는데, 제 마음이 평소와 다르니 절 집 곳곳에 새겨진 '말씀'들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더군요.

첫 번째 사진에 있는 '장로게경'에 있는 말씀을 읽는 동안은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과 문수 스님을 떠나 보낸 후에 잠적하신 수경스님이 떠 올랐습니다. 한 참 동안 두 분을 떠 올렸습니다. "앉은 그대로 눕지 않는 사람이거라"하는 구절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숲속에 사는 사람이거라
탁발로 끼니를 잇는 사람이거라
누더기 옷을 걸치는 사람이거라
앉은 그대로 눕지 않는 사람이거라
늘 오염에서 떨쳐일어나
고행을 즐기는 사람이거라
그대는 나를 이렇게 다그쳤다
마음이여
-장로게경-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벽암록의 말씀은 낯설지 않습니다. 딱 같은 구절은 아니지만 비슷한 말씀을 여러 곳에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이지요. 지금 만나는 그 사람에게 기쁨과 평화와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고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정말 대부분 행복한 오늘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아주 최근에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깨닫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이 시간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여기 만나는 그 사람이요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그 사람에게 기쁨과 평화와 자비를 베푸는 일이다.
-벽암록-

세 번째, 법구경의 말씀은 제 마음엔 그닥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는 잠 못드는 밤이 별루 없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머리만 대면 잠을 자기 대문입니다. 대신 요즘은 깊은 잠을 못자는 날이 많기는 합니다. 자꾸 평소 보다 일찍 잠이 깨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 책을 보고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시간을 떼우는 날이 많습니다.



잠 못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이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겐
생사의 밤은 길고 멀어라
-법구경-

네 번째도 법구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도 그닥 마음에 닿지 않더군요. 세상에 상처없는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세상에 악업을 짓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요? 사람으로 사는 것은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하며 살아야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상처없는 손으로는 독약도 만질 수 있다
상처가 없다면 해독을 입을 까닭없으니
악업을 짓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디에 있어도 괴로운 과보가없다
-법구경-

다섯 번째 사진으로 보시는 말씀은 티벳 명상가 랑리 탕빠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읽은 후에는 랑리 탕빠의 말씀보다 이 말씀을 여기 세워두신 분이 더 궁금하였습니다.

강원도 삼척에서 말씀을 새겨 여기 광산사에 가져다 세운 이 분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 더 궁금하였습니다


나를 위한 기도
언제나 내가 누구를 만나든 나를 가장 낮은 존재로 여기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들을 더 나은 자세로 받들게 하소서

나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살피게 하고 마음속에 번뇌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나 스스로 당당히 맞서 그것을 물리치게 하소서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보다 귀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려는 결심으로
내가 항상 그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강원도삼척에서 만들어 여기세웁니다)
-티벳명상가 랑리 탕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