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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는개비 맞으며 신어산 걷기

by 이윤기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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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내내 '는개'를 맞으며 김해에 있는 신어산을 걷다왔습니다. 저는 는개라는 말을 이날 처음들었는데, 우리말에는 안개와 이슬비 사이를 일컫는 '는개'라는 말이 있다더군요. 는개는 안개 보다는 굵고 이슬비 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답니다.

신어산 등산을 할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가 짙은 는개를 만나 산행을 그만두고 절집 구경을 나섰습니다. 신어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나란히 세워져 있는 동림사와 서림사를 구경하였습니다.

서림사는 '은하사'라고 많이 알려져 있으며 신어산에 있는 여러 절집 중에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져있습니다.(도로 표지판에도 은하사만 표기되어 있지요.)


은하사는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달마야 놀자' 때문에 더 유명해졌습니다. 박신양이 나오는 영화인데, 당시 우스게 소리로 한국 영화의 기본 흥행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영화라는 평가(?)가 유행하였습니다.

기본 흥행 조건이란 조폭이 나오는 영화는 조폭분들이 모두 보러 가고, 스님이 나오는 영화는 스님들이 모두 보러 가는데, 스님과 조폭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기본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라는 그런 우스게 말 입니다.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은하사는 2002년에 일본 시민단체 분들이 마산을 방문하였을 때 함께 가 본적이 있습니다. 가나가와 네트워크 대표자 일행이 제가 일하는 단체의 초청으로 마산을 방문 했을 때, 국립김해박물관과 금관가야 유적지 그리고 신어산 은하사(서림사)를 함께 구경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신어산(神魚山)은 '신령스런 물고기'란 뜻을 가진 수려한 경관을 지닌 산입니다. 신령스런 산이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계룡산 다음으로 무속인과 도사가 많은 산이 신어산이랍니다. 


오전 내내 는개가 내렸습니다. 카메라만 아니었으면 우산을 받치지 않고 걸어도 좋은 날씨였습니다. 짙은 안개와 는개 때문에 더 큰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산행을 포기하였는데, 종일 큰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동림사와 은하사는 입구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동림사를 먼저 둘러보았습니다. 동림사는 가락국(43-532) 초기에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림사에서 가락국 초기에 세워진 절이라는 느낌을 주는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안내해주는 분이 없으니 아는 것이 없는 제 눈에는 더 이상 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동림사는 절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더군요.


동림사에는 명상의 길도 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며 산책하기에 참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 사진으로 보시는 담쟁이도 참 예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호젓한 여행은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딱 제격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사람이 많아 이런 느낌을 느껴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어산 역시 보통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 여간 북적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디를 바라보고 계실까요? 접집도 불상도 나한상들도 모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장 보살(?) 한 분만 비스듬한 하게 다른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바다쪽을 보고 있는데, 혹시 대마도나 일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법당 아래쪽 마당에 빨갛게 익은 '앵두'나무가 반가웠습니다. 절집 마당에 있는 나무라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인지 잘 익은 앵두가 수북히 달려있었습니다. 저는 두 개만 따서 맛을 보았습니다.

동림사를 둘러보고 곧장 서림사(은하사)로 갔습니다. 자리잡은 위치만 보면 마치 쌍둥이 절집 같습니다만 두 절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서림사 역시 동림사와 마찬가지로 장유화상이 창건한 절이라고 합니다.



은하사는 8년 전에 갔을 때에 비하여 많이 달라졌더군요. 우선 절이 커졌습니다.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전체적인 경관은 많이 흐트러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에 신도가 많아지면 절집이 자꾸 늘어나고 건물이 늘어나다보니 처음 절을 세울 때 고려하였던 자연과의 조화 같은 것은 무너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을 찾아보지 않아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절집은 커지고 조용하고 '단아한' 느낌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절집 마당에 까지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도 별루더군요.



은하사 건물 한 켠에는 서림사라는 현판이 붙어있습니다. 스님들이 처소로 쓰는 건물인듯한데, 서림사라고 하는 옛 현판도 붙어 있고, 다른 현판들도 함께 붙어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석탑은 경내 어딘가에 세워져 있던 탑을 옮겨 놓은 모양입니다. 비바람을 맞은 흔적으로 보면 꽤 오랜된 탑인듯 보이는데, 바위위에 다소 불안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탑을 고여놓은 돌들을 보면 정성을 들여 옮겨놓았다는 느낌을 별로 받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생태지붕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절집에서 얻은 것은 아닐까요? 기와 사이에 이끼와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풀밭이 될지도 모르겠더군요. 은하사는 8년전 처음 왔을 때의 소박한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없는 탓인지, 이끼와 풀이 자라고 있는 기와 지붕이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 다 보여드리지 못합니다만, 천진암 입구까지 걷는 산책길도 참 아름답습니다. 천진암으로 가는 길에는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습니다.


※ 처음 글을 쓸때 '넌개비'라고 틀리게 썼습니다. '는개'가 맞다는 것을 알고 모두 고쳤습니다.

비의 종류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보다 조금 가는 비
이슬비 - 아주 가늘게 오는 비, 는개보다 굵다
가랑비 -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보다는 좀 굵다
보슬비 -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비
실비 - 실같이 가늘게 내리는 비
채찍비 - 채찍을 내리치듯이 굵고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작달비)
억수 - 물을 퍼붓들이 세차게 내리는 비
(KBS 저널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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