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개인택시 끄떡 없는데 회사택시 왜 맨날 적자?

by 이윤기 2010. 7. 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택시 노동자, 월급제만이 대안인가?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다보니 가끔 보도자료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취재요청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업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제가 관심있는 일,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일만 기사로 작성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택시월급제와 관련한 '민주택시 경남지부'의 보도자료를 받았습니다. 7월 1일부터 택시 최저임금제가 적용 되는데, 회사측에서 턱없이 낮은 임금을 제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핵심만 정리해보면,  '민주택시 경남지부'에서는 시급으로 최소 4110원은 받아야겠다는 요구이고, 사측에서는 1890원 밖에 못주겠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자료를 보면서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최소한의 최저임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이 좀 더 쉽게 '개인택시'를 받아 자영업자가 될 수 있도록하는 제도 개선 투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택시노동자들이 회사의 열악한 임금과 근무조건을 감수하고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것은 '개인택시'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월급제 도입도 중요하지만, 회사택시를 줄이고 개인택시를 늘이도록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택시 월급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7월부터 택시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는 모양입니다. 민주택시 경남지부에서 보내 온 보도자료를 조금 더 살펴보면 이런 내용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들은 월 20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858,990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급으로 치면 4110원을 받겠다는 요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측이 내놓은 택시 최저임금은 상여금까지 포함해도 월 50만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890원이라고 합니다.

택시기본 요금이 2,200원인데, 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시간당 겨우 1,890원을 받고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택시회사는 1일 130,000원의 사납금을 받아 챙기면서도 노동자에게는 겨우 13,000원만 월급으로 주겠다고 하는 셈입니다.

2월 10일 새벽 택시기사들과 함께 by 심상정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개인택시는 끄떡 없는데 회사택시는 왜 맨날 적자타령?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기본적으로 택시문제의 핵심은 ‘사납금’입니다. 회사측 요구대로라면 택시노동자들은 130,0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그 중 10%를 월급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결국, 택시노동자들은 월급 외에 사납금 이상으로 수입을 올려야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택시요금 인상안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택시요금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와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택시요금이 오르면 승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납금을 채우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택시요금이 오르면 사장만 이익이 늘어나고 노동자에게는 요금인상의 혜택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합니다.

반면,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택시 요금이 오르는 것을 환영합니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승객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승객은 다시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기에 택시 노동조합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하는 임금인상 싸움도 해야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택시 정책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싸움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회사택시를 줄이고 개인택시를 늘이도록 하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회사 택시를 줄이고 개인택시를 늘이면,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자본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익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매년, 혹은 격년으로 이루어지는 택시요금 인상 심의는 택시 회사들의 요구로 이루어집니다. 지난 10년 동안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적자 운영 때문에 요금인상을 요구한 적은 없었습니다.

택시요금 인상 심의를 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회사 택시의 ‘적자타령’입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택시보다 회사택시가 훨씬 효율성이 높아야합니다.

 2월 10일 새벽 택시기사들과 함께
2월 10일 새벽 택시기사들과 함께 by 심상정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적자타령 회사택시 줄이고...개인택시 늘이는 정책 변화 절실

자동차도 한꺼번에 구입하고, 정비 및 관리도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택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유지,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개인택시는 이틀을 근무하고 하루를 쉬지만, 회사 택시는 1대의 차량을 여러 사람의 노동자들이 휴식없이 운행하기 때문에 차량 1대당 수익도 훨씬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요금 인상 심의를 할 때면 택시 회사는 늘 적자에다 도산 위기라고 엄살을 떱니다.  회사 택시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유가인상 때문에 늘 힘들다고 말하고,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분들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살만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개인택시 사업으로 생계비 이상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옛날 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여전히 수천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개인택시는 현재의 요금 구조로도 충분히 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유독 회사 택시는 늘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결국, 운영이 어려운 회사 택시는 줄이고 택시 노동자들에게 개인택시 배정을 늘이면  택시 회사 자본가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택시 승객은 비싼 요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택시 노동자들은 개인택시가 늘어나면 개인사업자가 되어 저임금과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사납금 때문에 혹사당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개인택시가 늘어나면 운전자의 난폭운전이나 부당한 합승 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택시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자타령만 하는 회사택시의 비율을 낮추고 개인택시를 늘여서 더 많은 택시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