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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웅천도요지서 400년 전 조선 도공의 흔적을 만나다

by 이윤기 201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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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6월 19일) 100미리 이상 폭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친구들과의 등산 계획을 취소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말이 되니 후덥지근하고 짜증스럽기는 하여도 비는 오지 않더군요.

엉터리 일기예보 덕분에 등산 모임이 취소되어 유장근 교수(
http://blog.naver.com/yufei21)의 도시탐방대(http://cafe.daum.net/masanstory) 제 14차 답사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진해 지역 2번째 답사인 이번 탐방는 웅천 안골 왜성과 망산도와  유주암 그리고 웅천 도요지(진해시 두동 점골)를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2월 10차 탐방(진동, 진해현 관아, 삼진의거 유적지 등) 이후에 넉달 만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왜성이나 도요지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도시탐방대 활동 자체에 관심이 있어 계획과 준비없이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2시 약속장소에는 20여명이 넘는 분들이 모였습니다. 유장근 교수님이 간단한 답사 오렌테이션을 하신 후에 최종적으로 답사코스를 확정하고 웅천 왜성 주변 지역 답사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에 사용한 사진은 모두 류창현님, 유장근님 블로그에서 빌려온 사진과 실비단안개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입니다. 저는 현장에 도착하여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메모리카드가 없더군요. 그래서 사진은 한 장도 못찍으며 편한 답사를 하였습니다.)



첫 번째 답사지는 진해 안골포 굴강입니다. 굴강은 조선시대에 군선이 정박하여 선체를 수리하고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하여 만든 군사시설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방파제나 선착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시설인데, 우리나라에 굴강의 원형이 남아있는 곳이 몇 군데 뿐인데, 그 중에 안골포 굴강이 가장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더군요. 또한 이곳은 안골포 해전의 유적지이기도 하답니다.

저는 답사 지역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이번 답사에 참여하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전에 한 번 가 본적이 있던 장소였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겨울에 실비단안개님이 블로그에 쓴 글(작업 천막에서 먹는 굴구이와 굴국밥)을 보고 이곳에 싱싱하고 맛있는 생굴을 먹으러 갔었는데, 그때는 안골포에 '굴강'이라는 유적지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번 답사 날에도 처음 굴강이란 말을 들었을 때, 굴이 많이나와서 굴강인가하는 무식하고 우스운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 보니 '굴'과는 아무 상관도 없더군요.

그날 이후 이번 답사때까지는 안골포에 맛있는 굴구이와 굴국밥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다음에 안골포와 웅천지역 답사를 하면 반드시 굴이 나오는 겨울에 답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굴구이와 굴국밥으로 점심을 든든히 먹고 왜성에 오르면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풀도 우거지지 않아 답사하기에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답사에는 팬저님의 활약이 대단하였습니다. '팬저의 국방여행'(http://panzercho.egloos.com)을 운영하시는 블로거 팬저님은 제목 그대로 무기를 비롯한 국방관련 정보, 전쟁, 그리고 옛 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자칭 아마추어라고 하였지만,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아마추어를 넘어섰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웅천 안골 왜성 답사를 위한 자료 준비를 해오셨는데, 고지도에서부터 구글지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자료를 준비해오셔서 '안내판'에서 읽을 수 없는 풍부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쌓은 왜성은 육지와 바다에서 오는 적을 동시에 방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말 조망이 탁월합니다. 안골 왜성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천수각 자리에서는 가까이에 신항과 바다 건너 가덕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거제쪽으로 이어지는 뱃길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유장근 교수님과 펜저님의 설명을 듣는 동안 깜박 졸았습니다. 전날 과음을 한데다가 땀을 흘리며 왜성 정상까지 올라가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맡으며 앉아있으니 어느새 졸음이 몰려오더군요.(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줄 알았는데...실비단안개님 카메라에 포착이 되었더군요.)



왜성에서 바라보는 안골포 풍경입니다. 한가롭게 보이는 어촌입니다만, 옛날에는 군사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1592년(선조 25년)에 이순신, 이억기, 원균이 한산대첩 이후에 안골포에 있는 왜군을 공격하여 함선 대부분을 격파시키는 전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왜군은 조선에 장기주둔하기 위하여 안골포를 비롯한 남해안 여러 곳에 성을 쌓았는데, 안골포 왜성은 이순신에게  패배한 후에 쌓았다고 합니다.


망산도는 수로왕이 사람을 보내 하늘이 정해준 신부감을 기다리도록 한 장소라고 하고, 유주암은 허황후 일행이 타고 온 돌배가 바다에서 뒤집혀 유주암이 되었다고 합니다. 거북 모양을 한 바위와 거북알 형상을 한 독특한 바위들이 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 진해에 속해있었는데, 지금은 행정구역상 부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망산도와 유주암이 있는 육지는 창원시 진해구이고, 앞바다는 부산이기 때문이랍니다. 

진해는 물론이고 웅천지역에도 자주 올 일이 없었는데, 막상와서 보니 마산이나 창원과 통합을 하여 하나의 행정구역이 되는 것이 참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창원도 부산도 아닌 그냥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도시기능을 키워나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해 시내에서도 한 참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배후 도심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창원과 통합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억지스럽더군요. 창원과 통합을 주도한 진해 지역 시원들이 줄줄이 낙선한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마지막 답사 장소는 웅천 도요지입니다. 진해구 두동 점골에 있는 이곳 웅천 도요지는 복원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고, 절개지에는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다가 멈춰있었습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에 대해서는 답사에 참가한 여러 건축전문가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꽤 과격하게 표현하시더군요.

옛 도요지를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데, 제 눈에는 도요지의 흔적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급인 박영주 선생님과 유장근 교수님은 금새 도요지의 흔적을 찾아내고, 많은 종류의 파편들을 모아오셨습니다.

위, 사진은 유장근 교수님 블로그에서 빌려 온 사진인데, 그날 함께 답사에 참여했지만 도자기 파편을 저리 많이(블로그에 가면 확인 가능) 주워 오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깨끗히 정리한 사진을 보니 비닐 주머니에 담아 온 파편들이 어느새 박물관 소장품이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경남대학교 인문학부 이상길 교수가 살펴 본  결과 대부분 분청사기 조각이며, 시기상으로는 15-16세기, 그리고 용도는 사발, 대접, 종재기 등이었다고 합니다. 준비없이 참여한 저는 별 느낌없는 장소였는데, 관심있는 이들은 15세기 도공의 숨결을 느끼는 장소였던 모양입니다.

특히, 진해 1차 답사에 참여하여 400년 조선 도공의 혼을 잇는 최웅택 사기장의 웅천요에 다녀오신 분들은 그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았습니다. 웅천 도요지는 15 ~ 16세기에 활발하게 운영되었으나 임진왜란 당시에 도공들이 모두 일본으로 끌려간 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곳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은 앞서 살펴보았던 안골포에 있는 웅천 왜성으로 잡혀갔다가 일본으로 끌려갔으며, 이후 일본에서 도자기 문화가 꽃피웠다고 합니다.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는 여름방학을 보낸 후 8월 말에 다시 시작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