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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서 꽃핀 축구의 힘, 맨발의 꿈

by 이윤기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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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영화 맨발의 꿈'을 보았습니다. 휴가도 내지 않았는데  멀쩡한 근무시간 조조(10시 20분) 상영하는 '맨발의 꿈'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맨발의 꿈은 유엔(UN) 시사회를 가졌을 만큼 의미있는 영화인데, 국내 개봉 후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듯 합니다.

지난 6월 24일에 개봉하였는데, 저희 지역에서도 이미 개봉관 상영이 끝나버렸습니다. 개봉관 상영이 끝났지만 좋은 영화를 YMCA 회원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와서 시내 모 영화관을 빌려서 회원들끼리 단체 상영을 하였습니다.

YMCA에 속해 있는 공동체 모임 중에 주부들이 중심이 된 '등대'라는 생활협동운동 조직이 있습니다. 작은 공동체 모임을 하는 이 분들은 도농 교류활동, 유기농산물 공동구매와 같은 활동 뿐만 아니라 책일기, 영화보기, 시사토론과 같은 일상활동을 함께 합니다.

그동안 영화보기는 늘 비디오가게의 신세를 졌습니다. 어린 아이를 돌보는 주부들이 영화관에가서 영화를 보는 용기(?)를 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2시간 동안 엄마 무릅에만 앉아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보채거나 울기라도 하면 옆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관 통째로 빌려서 영화보는 아줌마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뻔질나게 영화관을 다니던 젊은 부부들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몇 년 동안은 영화관과 담을 쌓아야 하지요. 그래서, 이번에 아이가진 주부들이 작당을 해서 영화관을 하나 통째로 빌려서 좋은 영화를 함께 보는 행사를 마련한 것 입니다.



60여명의 YMCA 회원들이 영화관 1개를 빌려서 이미 상영기간이 지난 영화 '맨발의 꿈'을 함께 보았습니다. 어제  본 '맨발의 꿈'은 참 소중하고 의미있는 감동의 드라마였습니다. 사실, 동티모르는 YMCA와 적지 않은 인연이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방식으로 생산한 커피를 한국YMCA가 수입, 가공하여 국내에서 판매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한국YMCA 회원들이 동티모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맨발의 꿈은 축구 영화인데, '피스 커피' 사업을 하면서 한국YMCA 회원들도 동티모르 아이들을 위해 여러 번 '축구공'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맨발의 꿈' 공동체 상영을 준비한 회원들이 동티모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를 준비하여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티모르는 21세기에 처음으로 독립국가가 된 나라입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후, 1975년까지 무려 450년간 지배를 받았고, 그후 또 다시 25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식민지였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내전을 격는 중에 동티모르 인구의 1/4에 이르는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2년 5월 유엔과 평화유지군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독립을 이룬 지구촌의 막내이자 최빈국 중 하나인 나라입니다."

영화 '맨발의 꿈'에도 내전의 상처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족간 내전의 상처는 아이들에게도 이어져서 같은 팀에 속해있는 '라모스'와 '모따비오'는 내전과정에서 서로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축구팀에서도 '동료'가 될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라모스의 형이 모따비오 쪽 사람들이 쏜 총에 맞아 목발을 짚고 지냅니다.



'라모스'는 '모따비오'에게 결정적인 골찬스가 나와도 절대로 패스를 해주지 않습니다.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유소년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비로소 라모스는 모따비오 한 팀이 됩니다. 라모스가 센터링 한 공을 모따비오가 헤딩슛으로 골을 넣으면서 내전의 상처를 가진 동티모르 사람들이 처음으로 하나가 됩니다.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축구의 힘

영화는 통티모르팀이 일본유소년팀에 3:2로 역전승하는 것으로 끝이납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동티모르에 라디오 중계방송이 이루어지고, 전 국민이 동티모르가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대회에 온 국민이 귀를 기울이며 함께 탄식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에는 실제 구스마오 대통령도 출연하는데, 대통령부터 버스 기사, 시장 상인, 학교의 아이들까지 모두 오사카에서 열리는 유소년축구대회라디오 중계방송에 귀를 기울입니다.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골은 작은 체구에 뛰어난 발재간을 가진 '뚜아'의 발끝에서 터져나옵니다. 실제로 동티모르팀은 처음 출전한 오사카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하였으며 2연패를 달성하였다고 합니다. 배우 박희순이 연기한 실제 인물 김신환 감독은 한국인들에 히딩크 감독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맨발의 꿈'은 끝없는 실패끝에 가난한 동티모르에 축구샵을 오픈한 전직 축구선수와 가난한 동티모르 아이들은 하루 1달러씩 갚아나가는 축구화 할부계약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감동 스토리입니다. 4개국어를(영어, 한국어, 일본어, 동티모르어)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배우 박희순의 웃음과 감동연기, 그리고 동티모르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축구에 대한 열정이 빛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함께 본 후 소감을 나누는 시간, 촛불(등대회원을 촛불이라고 부름)들은 한결같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비디오라도 꼭 다시 봐야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정말 좋은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지역 영화관은 대부분 '맨발의 꿈' 상영 일정이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도 있는 모양입니다. 아직 영화가 상영되는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꼭 보러 가세요. 그리고, '맨발의 꿈' 공식 홈페이를 방문하시면 공동체 상영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비록 4개 국어가 난무하는 영화이지만 초등학교 이상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방학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현란한 영상의 에니메이션
에서 맞볼 수 없는 가슴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좋은 영화입니다. 

YMCA 등대 영상지기들이 준비하는 '좋은 영화 공동체 상영'은 분기별로 1회씩 진행합니다. 흥행에 실패하여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좋은 영화를 찾아 회원들이 함께 보는 모입니다. 다음 상영부터는 50명의 YMCA 등대 회원들이 50명의 주부들을 공동체 상영에 초대합니다.

저희 지역에 계시는 주부들은 사전에 참가신청을 하시면 공짜로 영화도 함께 보고 좋은 이웃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울거나 떠들어도 절대 눈치 주지 않습니다.  다음 상영계획은 9월로 예정하고 있으며, YMCA 등대 회원들을 통해 참가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