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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30년만에 다시 가 본 설악산

by 이윤기 201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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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추석이 지나고나니 성큼 가을이 되었습니다. 반소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니 싸늘하게 추위가 느껴지네요.

시간이 좀 지난 여름에 짧게 설악산을 다녀 온 이야기입니다. 지난 8월 말에 강원도 고성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마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생각보다 참 멀더군요.


창원과 마산에서 일하는 선배, 후배와 함께 차를 타고 갔는데, 연수 장소인 켄싱턴 리조트까지 꼬박 5시간 30분이 걸리더군요.

연수 둘째 날 오후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왔습니다. 연수 중에 쉼과 휴식을 프로그램이 있어서 회원들이 원하는데로 바다낚시도 가고, DMZ 견학도가고, 씨티투어도 떠났는데, 저는 설악산 등반을 선택하였습니다.

산을 선택한 회원들은 저를 포함하여 모두 5명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세 사람은 설악산 '비선대'까지만 올라간 후 막거리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오는 것이 목표였고, 저와 후배 한 명 딱 둘이만 설악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오후 시간에 한 나절 동안 주어진 자유여행이라 적당한 위치까지 등반을 하고, 저녁 식사시간까지 연수장소에 도착해야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크게 무리하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신흥사에서 양폭대피소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정하였습니다.


우선 설악산 코스를 선택한 일행들과 함께 비선대까지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더덕구이, 해물파전, 도토리묵 그리고 산채비빔밥과 막걸리, 머루주를 시켰습니다. 넓은 상이 가득차더군요. 막걸리 한 잔에 해물파전과 도토리묵, 더덕구이 맛을 보고는 잔을 내려놓았습니다.

등산은 그만두고 그냥 앉아서 막걸리나 마시면서 놀다가자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산채 비빔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 후에 미련없이 털고 일어섰습니다.

후배 한 명과 둘이 양폭대피소까지 다녀올 동안 세 사람은 비선대에 앉아서 막거리를 마시면, 신선놀음(?)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비선대에 앉아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신선놀음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설악산은 참 오랜만입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때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대략 계산해도 한 30년은 된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는 지리산은 가끔 시간을 내서 오를 수 있었지만, 설악산까지 마음을 내는 것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30년 전에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올랐던 장면은 하나도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흔들바위까지 힘들게 올라갔었다는 기억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비선대까지 함께 가는 일행들 때문에 흔들바위, 울산바위 코스 대신에 양폭대피소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처음 오르는 설악산은 참 낯선 산이었습니다.

지리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포스(?)가 느껴지더군요. '악'자 들어가는 산이 험한 산이라고 하더니 틀리지 않은 듯 하였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권금성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구요. 쭈빗쭈빗하게 솟아 오른 봉우리들이 지리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다 or 산으로 들어간다

설악산을 걸어보면서 '산을 오른다'와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옛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갈 때, 왜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썼을까하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설악산은 그 표현에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산을 오른다는 말에는 산을 정복하는 정상에 다달아야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만, 산으로 들어간다는 말에는 '산에 안긴다' 혹은 '품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갔습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과 산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 목적이 서로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악산은 산을 오른다는 느낌 보다는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였습니다. 무슨 말인고하니 계곡을 따라 나있는 길을 걸어보면, 오른쪽 굽이를 지나면 새로운 계곡이 펼쳐지고, 왼쪽 굽이를 지나면 또 새로운 계곡이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위를 쳐다모면 깍아지른 절벽과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산 길은 조금씩 위로 향하지만 점점 더 깊은 골짜기로 이어져있습니다.

깊은 골짜기를 향해 한 없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입니다. 2시간을 넘게 걸어도 계곡 속 깊은 골짜기를 향해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이 계속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산을 오르려고 갔는데,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느낌은 산속으로 산속으로 끝없이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산을 내려와 설악산을 자주 다닌다는 분에게 제 느낌을 말했더니, 양폭 대피소를 지나면 '산을 오르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신흥사에서 양폭 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계곡 길을 따라 굽이 굽이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지만, 양폭 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해지는 길을 올라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설악산은 지리산에 비하여 참 화려한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곡을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었구요. 산수화 그림으로 많이 보던 바로 그런 산이었습니다.

설악산 경치를 보면서 지리산과 비교해보면, 지리산을 산수화로 그렸다면 참 밋밋하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폭대피소에서 돌아내려오는 걸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면, 대청봉까지도 다녀올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단풍이 화려한 가을 설악산은 더욱 장관이라고 하더군요. 언제 또 설악산을 가볼 수 있을지, 그것도 가을에 설악산을 가볼 수 있을지는 전혀 기약없는 일입니다.

그날 함께 갔던 후배는 작년 가을에 '산악회'를 따라서 가을 설악산 등반을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이것 저것 생각하면 평생 못 갈 것 같아서 휴가를 내고 혼자 설악산을 갔었다고 하더군요.   

이번 가을에는 저도 열일 제쳐두고 설악산을 한 번 다녀와 볼까 하는 고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마음 먹은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