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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두발 단속 왜 하필 금요일에 할까?

by 이윤기 201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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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왜 하필 금요일에 두 발 단속을 할까요?
금요일에 두발  단속하면 어떤 교육적 효과가 더 있는 것일까요?

지난주 중학교 1학년인 저희 아이에게 생긴일입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저와 함께 이발소에가서 머리를 깍습니다. 지난 여름 방학동안에 함께 이발소를 다녀왔는데, 한 달쯤 되어가니 다시 머리가 많이 길었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번 주말에는 우리 같이 머리깍으로 가야겠다" 하였더니, 아들도 순순히 "예, 주말에 같이 머리 깍아요"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놈은 학교에서 머리 길이를 단속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이 많습니다. 두발 단속에만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든 최대한 길러볼려고 애를 쓰고...집에서 방학을 보낼 때는 정말 길게 머리를 기르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놈과 저는 여전히 이발소를 다니는데, 큰 놈은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미장원을 다니면서 '멋'(?)을 부리기 시작하더군요. 큰 놈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청소년 '인권'의 입장에서 두발을 규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은 놈은 아직 학교에서 머리카락 길이를 규제하는 것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생님이 머리를 깍으라고 하면 순순히 그냥 머리를 깍고가고, 학교에서 별 말이 없어도 머리가 길다 싶으면 그냥 알아서 머리를 깍는 편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다니는 작은 놈이 목요일에 학교를 다녀오더니 내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빨리 학교에 가야겠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내일 교문에서 두발 검사를 한다"는 겁니다.

아이 말을 듣는 순간 '학교의 처사'에 참 어이가 없고 화가나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이들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복을 입히는 것도 반대합니다.

저는 전두환 대통령의 이른바 '학원자율화' 조치 덕분에 교복을 입지 않고, 머리 모양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학교 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학교에서 '두발 단속'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월요일 아침도 아니고 금요일 아침에 왜 두발단속을 하는 것인지 참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금요일 종례시간 쯤 주말에 머리를 깍고 오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월요일 아침에 '두발 검사'를 하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에 어른이라면 이딴 식으로 할 수 있었을까요? 한 마디로 이건 단속을 위한 단속입니다.  전형적인 '함정단속'이지요.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주중에 이발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두발단속'을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학교에서 이런 구태의연한 일이 벌이지고 있다는 것이 참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금요일 아침, 아이는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갔습니다만, 아이 보다 일찍 나온 선생님에게 교문 앞에서 '두발단속'에 적발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미 주말에 머리를 깍을 계획을 가진 아이가 금요일 아침에 두발단속을 피해 일찍 학교에 갔는데도, 두발단속에 걸려서 "머리 깍자, 머리 깍자"를 외치면서 운동장 뺑뺑이를 다섯 바퀴나 돌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보다 30분이나 더 일찍 등교한 제친구는 '두발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고 부러워하였습니다.

아이는 주말에 저와 함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깍았습니다. 학교에서 금요일에 두발단속을 하지 않아도 깍았을 머리를 깍은 것 뿐입니다.

제 아이가 운동장을 돌았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벌이는 것 때문에 화가났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때문에 아이들 머리를 강제로 자르는 잘못된 관행은 사라진 모양입니담만, 뭡니까? 이게.......

선생님들은 정말 아이들 입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