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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치솟는 채소가격, 유기농이 더 싸다구요?

by 이윤기 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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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으로 무와 배추 값이 작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0%까지 치솟는 등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과 과일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도시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 되는 가운데,  흔히 일반농산물에 비해서 비싸다고 알려진 친환경 유기농산물 가격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하는 의외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반 농산물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 값이 치솟아도 평소와 똑같은 가격을 안정되게 유지하고 있는 유기농 채소와 유기농업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근 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 살림과 아이쿱 생협을 비롯한 유기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생협매장에서는 재래시장과 마트, 백화점 보다 40~65%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유기농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된 애호박, 양배추, 가지, 상추, 오이 같은 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기농산물이 더 싼 것이 아니라 일반농산물이 더 비싸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일반적으로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30 ~ 50% 정도 가격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고, 비싼 가격 때문에 유기농산물을 유통하는 생협 활동은 ‘중산층 운동’이라는 오해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첫째는 일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였기 때문이겠지만, 진짜 비결은 회원제를 바탕으로 일정한 수요와 공급처를 확보하고 약정 물량과 가격을 사전에 정하여 거래하는 생협의 안정적인 가격구조에 있다고 합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유기농 공동체 생협인 한살림의 경우 23만명의 소비자회원과 2000가구의 농어민 생산자 회원이 참여하여 시중의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생협들은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적정 수익을 반영한 가격이 미리 책정되고, 생산자 회원이 약정한 농산물을 생산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도, 생산자들은 당초에 약속한 가격에 약정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 하는 ‘우애의 경제’가 자리 잡은 것이지요.

사실, 이런 현상은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일반농산물이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줄어들어 시중 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마다 생협매장에서 판매하는 유기농산물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는 그동안에도 자주 있었습니다.

주로 태풍 피해나 일조량 등으로 인하여 과일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일반 시장과 생협매장의 가격이 비슷해지거나 생협이 더 저렴해지는 일이 여러 번 있었지요.



저희 가족은 현미잡곡밥과 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식습관을 갖게 되면서 '한살림'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도 농촌의 생산자들과 친환경 농산물 계약재배와 직거래를 하고 있구요.


최근 일반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자 생협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서 유기농산물 매장에는 ‘무임승차’하는 얌체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도시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한살림 등 생협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지탱하는 우리나라 유기농업 비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캐나다, 쿠바 등 유기농업 선진국에서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 이상이 유기농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유기농 비율이 10%를 넘어서면 일반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라는 어려움을 계기로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함께 안전한 농산물을 통해 상생하는 ‘우애의 경제’가 좀 더 넓게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BS 창원 방송 생방송 경남 9월 14일 방송원고를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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