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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무탄트 메시지, 소설이면 뭐 어때 !

by 이윤기 200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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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트 메시지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실제 체험인 것 처럼 알려져 있지만, 외국에서는 소설로 표기되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일전에 어떤 분이 소설을 실제 이야기처럼 출판한 것 때분에 분개하시며 저에게도 E-mail을 보내오셨더군요. 소설을 실제 체험 이야기처럼 광고하여, 판매한 것은 잘못이겠지요. 그러나,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참사람부족이' '무탄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 인류에게 참 절실한 내용들입니다

인류는 '돌연변이'다.

백인 의사인 말로 모건이 쓴 <무탄트 메시지>는 신이 최초로 창조한 사람들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무탄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무탄트란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문명인들을 일컫는 말로 '돌연변이'라는 뜻 입니다. 기본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 하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원주민들이 소위 문명인이라고 하는 우리들을 '돌연변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 입니다.

<무탄트 메시지>는 말로 모건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 부족과 함께 한 사막횡단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를 쓴 책 입니다.

백인들과 타협하지 않은 마지막 원주민 집단으로 알려진 참사람 부족은 걸어서 호주대륙을 횡단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기온은 섭씨 40℃를 웃돌고 신발도 물도 음식도 없이 출발해서 모든 것을 자연이 제공해주는 것에 의존하며 사막을 여행하는 것을 말 합니다.


자연 치료법을 전공하고 호주 '보건사회화센터'에서 일하던 미국인 의사 말로 모건은 참사람부족이 선택한 '무탄트'로 선정되어 전혀 예상치 않게 이들과 함께 사막도보 횡단 여행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녀는 처음에 참사람 부족이 호주 원주민 혼혈아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자신의 공로를 인정하여 초대하였다고 생각하고, 2000km나 떨어진 호주 대륙 정반대쪽 해안에 있는 원주민 부족의 초대를 받아 무턱대고 여행을 나서게 됩니다.

참사람 부족과의 여행 첫걸음은 '정화'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스타킹, 속옷, 보석은 물론이고 신용카드나 신분증 같은 모든 소지품을 몽땅 모닥불에 불태워버리고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을 것을 권합니다. 말로 모건은 훗날 "물건이나 자신이 가진 어떤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가치 늙는다고 줄지 않아

이렇게 시작한 사막횡단 여행에서 지은이 말로 모건은 참사람 부족이 가진 능력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흙과 나무와 풀의 소리를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대화하고 우주 만물을 이용하지만 어느 것 하나 어지럽히지 않으며, 추위와 더위마저도 자연과 일체가 되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생일을 축하하는 것 역시 다릅니다. 그들은 나이를 먹는 것은 축하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그들은 나아지는 것을 축하한다고 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며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본문 중에서)

그들은 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진 자신을 위하여 새로운 이름을 얻기도 합니다. '작곡가'라는 이름을 가진 참사람 부족의 음악가는 멋진 연주회를 하고 난 후에 자신의 이름을 '위대한 작곡가'라고 바꾸어 부릅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자축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참사람부족은 그들의 영혼이 육신을 버리고 떠나는 날까지 삶과 노동을 일치시키며 살아가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 것이 축하 할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지만, 사람의 가치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은 누구나 유일한 존재이며, 우리들 각자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기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성이 곧 우리가 삶에서 펼쳐나갈 재능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 재능은 나이를 먹는 다고해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주 앉은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

참사람 부족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무탄트들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보고서 감탄했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도 그런 특징을 갖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 사람의 어떤 행동과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 또한 자신의 그런 점들을 고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본문 중에서)

우리가 가까이 있는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에게서 발견하는 장단점은 사실 우리 존재의 어떤 차원에서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만, 우리는 그 사람과 단지 자기수행과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당신이 남을 해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되뿐 아니라 남을 도우면,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 되는 것이랍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피와 뼈를 갖고 있으며, 다만 생각과 마음이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사람부족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을 때, 바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것 입니다. 우리 역시 가까이 있는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을 잘 관찰하는 것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 될 수 있겠지요.

아울러 참사람부족은 우리가 자신 속에 있는 존재의 차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굳은 결심을 하는 것이며, 사람은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사람이 타인에게 진정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말이나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하는가가 만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비는 말로 모건의 기도가 저에게는 나와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기도로 다가 왔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마음과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용기와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본문 중에서)

기도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

사막횡단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지은이 말로 모건은 참사람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길잡이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길도 모르는 그녀는 한사코 길잡이 역할을 거부했지만, 부족들은 그녀도 예외 없이 지도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부족 사람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이틀 동안 사막을 헤매고 다니면서 그녀는 물도 식량도 편안한 잠자리도 구하지 못하지만 부족사람들 누구하나 말없이 그녀를 따르며, 그녀가 확실하게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우며 굶주림에 함께 합니다. 부족 사람 누구도 그녀를 대신하여 길잡이 역할을 맡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길잡이 역할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합니다.

이윽고 그녀는 말로서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존재의 근원을 향하여 마음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전해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물을 찾기 위하여 스스로 물이 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감각 기관을 살려 물 냄새를 맡고, 물맛을 보고, 감촉을 떠올리고, 소리를 듣고 차갑고, 파랗고, 맑고, 잔잔하고, 일렁이고, 꽁꽁 얼고, 녹았다가 안개, 수증기, 비, 눈이 되는 그리고 축축하고 영양분이 있고, 텀벙 튀기고 사방으로 퍼지고 무한한 물을 떠올리며 스스로 물이 되어 마침내 물을 찾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참사람 부족은 신과 나누는 기도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신에게 말하느라고 바쁘면, 신이 목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본문 중에서)

우리가 하는 기도가 신에게 혹은 영적인 세계를 향해 쉬지 않고 말하는 것이라면, 참사람 부족의 기도는 정반대로 마음속에 모든 사념을 깨끗하게 몰아내고 신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며, 마침내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기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생애를 통해 수 없이 많은 것을 해달라고, 나의 기도를 들어달라고 기도해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리석었던 자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초로 지구상에 나타난 존재들의 직계 자손인 참사람 부족은 "5만 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그들은 전혀 숲을 파괴하지 않고, 강물을 더럽히지 않고, 동물을 멸종 위기에 빠뜨리지 않으며,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있었다" 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를 학대하고 파괴하는 무탄트(우리)들에게 평화적으로 맞서는 방법으로 더 이상 결혼하지도 않고 자식도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이 죽으면, 부족의 종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쓴 말로 모건을 통하여 그들은 무탄트 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떠난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에, 그리고 당신들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깨닫기 바란다.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처음에 자비로 출간되었다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예전에 <무탄트>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여러 세대에 걸쳐서 촬영된 호주원주민들의 맑은 영혼이 담긴 눈빛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284쪽,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