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여행 연수

1.3초에 한 개, 곶감깍는 기계 신기하다

by 이윤기 2010. 11. 2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곶감 깍아 보셨나요?
경북 상주로 블로거 팸투어를 가서 건조장에 달린 100만개의 곶감을 보면서 도대체 저 곶감을 어떻게 다 깍았을까하는 궁금한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제법 힘들게 곶감을 깍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도시에 있지만 해마다 500여개의 곶감을 깍아서 말립니다. 아버지께서 매년 곶감을 깍아 말려두셨다가 명절이나 제사때 그리고 손자, 손녀들을 위한 고급(?)간식으로 활용하시기 때문입니다. 매년 곶감을 깍아 말린 것이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보통 곶감을 깍는 날은 형제들과 아버지가 하루 날을 잡아 함께 일을 하는데, 그중 어느해인가는 저 혼자서 곶감 500개를 깍게 되었습니다. 100만개의 곶감이 매달린 건조장을 보고나서 곶감 500개 깍은 경험을 말하는 것은 '조족지혈'이기는 합니다만, 곶감 500개를 깍고 줄로 묶어서 매다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사람의 노동으로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저 혼자 깍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해는 저 혼자 하루 종일 곶감 500개를 깍았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감을 깍았고 나중에 줄로 엮어서 건조대에 매다는 일은 아버지가 하셨습니다.

저희집 곶감은 완전히 핸드메이드였습니다. 감을 따는 일부터 감을 깍고 매다는 일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그날 곶감 500개를 깍고나니 손에 물집이 생기더군요. 면장갑을 끼고 감을 깍았는데도 칼등이 닿는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곶감 깍는 기계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 다음해부터는 곶감깍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저희가 바꾼 그 방법이 상주 곶감명가에 있는 곶감깍는 기계의 공정과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곶감을 깍아 본 후에 다음과 같이 곶감 깍는 작업을 개선하였습니다.

먼저 세 사람이 짝을 이루어 작업을 하였지요. 첫 번째 작업을 맡은 사람이 과일 깍는 칼로 감꼭지가 있는 주변을 도려냅니다. 이때 감꼭지는 남겨두고 꼭지 주변만 도려내야합니다. 감꼭지가 떨어지면 줄에 매달 수 없기 때문에 꼭지를 부러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작업을 맡은 사람은 과일 깍는 칼 대신에 감자깍는 칼을 활용하였습니다. 감꼭지주변을 칼로도려내었기 때문에 칼로 도려낸 부분에 감자깍는 칼을 갖다내고 아래로 죽죽 당기면 감껍질이 쓱쓱 벗겨지는 것입니다. 과일깍는 칼로 깍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속도가 빨라지고 물집이 생길만큼 힘을 주지 않아도 되더군요.

세 번째 작업을 맡은 사람은 감꼭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줄로 묶어서 매다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껍질을 벗긴 감 15 ~20개 정도를 일정한 간격으로 줄로 매다는데, 하나하나 묶어주지 않아도 감꼭지에 몇번만 감아주면 매달린 감무게 때문에 줄이 풀리지 않고 다린답니다.

▲ 박씨아저씨의 공사판이야기에서 빌려왔습니다.


제가 저희집 곶감 깍는 작업(?)을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한 것은 상주 곶감명가에 있는 곶감깍는 기계의 작업이 정말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왼쪽 작업은 감꼭지 주변을 먼저 도려내는 작업입니다.

저희집에서 과일깍는 칼로 감꼭지 주변을 도려내는 것과 똑같습니다. 자동화된 기계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구멍속에 감꼭지가 들어가도록하고 힘을 주면 자동으로 감꼭지 주변을 도려내줍니다.




다음작업은 오른쪽 사진과 연속으로 촬영된 4장의 사진인데요. 저희집에서 감자깍는 칼로 껍질을 벗겨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무엇보다도 곶감명가의 감자깍는 기계에 달린 칼날이 집집마다 있는 감자깍는 칼과 모양이 똑같습니다.

저희는 수작업으로 여러번 위에서 아래로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반복하는대신, 곶감명가의 기계는 감을 회전시키면서 칼날이 감모양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1.3초만(박씨아저씨가 측정하셨습니다)에 감껍질을 모두 벗겨내더군요.

연속으로 촬영된 4장의 사진처럼 감자깍는 칼처럼 생긴 칼날이 감모양을 따라 움직이면 감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얇게 껍질을 벗겨냅니다.



저희집에서 곶감을 깍는 세 번째 공정은 튼튼한 나일론 실에 곶감을 매다는 작업인데, 곶감명가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타래에 감꼭지를 끼우면 되도록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한 번에 두개의 곶감을 매달 수 있도록 하였더군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타래에는 감꼭지의 굵기에 상관없이 쏙 밀어넣어면 감이 고정될 수 있더군요. 비록 한 해 겨우 500개 정도를 깍지만 플라스틱 감타래는 저희도 벤치마킹하면 작업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겠더군요.




1.3초만에 기계로 휘리리리릭 깍여나오는 감껍질의 길이는 얼마였을까요? 거다란님이 감껍질을 들고 포즈를 취하였습니다. 키가 173cm라고 하시더군요. 감껍질의 길이가 거다란님의 키와 비슷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곶감의 65%를 생산하는 상주에서는 곶감을 깍고 나오는 부산물인 감껍질을 사료로 활용하여 명품한우와 명품 돼지를 사육하여 품질 좋은 소고기, 돼지고기를 생산한답니다.


이번팸투어는 감고부가가치화클러스터사업단이 후원하였는데, 감을 이용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명품 곶감과 감껍질을 사료로 활용하여 최고품질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고부가가치화 사례를 볼 수 있었습니다.

※ 백인닷컴이 주최하고 감고부가가치화클러스터사업단이 후원한 '2010 상주곶감 팸투어'에 다녀와서 쓴 글 입니다.

<관련기사>
2010/11/22 - [여행 연수] - 100만송이 장미? 100만개의 곶감 !
2010/11/24 - [여행 연수] - 1분 컵라면보다 빨리 끓이는 된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