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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KTX 서울-마산 2시간 단축 보도는 순 뻥

by 이윤기 201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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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마산까지 KTX로 2시간 54분에 도착, 찐짜 2시간 단축 맞나?

삼랑진에서 마산까지 40.6㎞의 경전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공됨에 따라 12월 15일(수)부터 서울에서 마산까지 KTX 직통 열차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경전선 삼랑진~마산 복선전철 건설사업은 총사업비 9,428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으로 2003년 12월에 착공한 후, 7년 만에 개통되었다고 합니다. 

서울~마산간 KTX는 주중 7왕복 14회, 주말 12왕복 24회 운행하게 되며, 운행시간도 서울~마산간 4시간 58분(새마을호)에서 2시간 54분으로 약 2시간 단축된다고 합니다.

서울~마산간을 운행하는 KTX 운임은 월~목요일 47,400원, 금~일요일 및 공휴일은 50,700원이랍니다. 

국토해양부는, 경전선 삼랑진~마산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KTX가 마산역까지 운행됨으로써 170만명이 거주하는 창원 인근 지역으로  KTX 이용지역이 확대되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 교통환경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경전선이 경부선, 전라선 등과 연계되어 지역개발 촉진, 남해안권 관광산업 발전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하였습니다.

어제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들었더니 코레일에서는 서울~마산 간에 KTX가 운행됨에 따라 이용승객이 20%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더군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과연 코레일의 바람대로 될지 회의적입니다.



서울 ~ 마산 운행시간 2시간 단축, 순 뻥이야

왜 그렇게 비관적이냐구요. 서울~마산 KTX의 승객 증가 예상에 회의적인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KTX 개통으로 서울~마산간 운행 시간이 약 2시간이나 단축되었다고 하는 것은 순 뻥입니다. 왜냐하면 비교 대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에서는 서울~마산간을 운행하던 새마을호 운행시간과 비교하여 약 2시간이 단축되었다고 '뻥'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산~서울간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경전선 복선전철이 개통되기 전에도 서울~밀양~마산 또는 서울~동대구~마산으로 환승하는 KTX 열차를 이용하였습니다.

따라서 경전선 전철 복선 구간이 개통된 지금 서울~마산 간 열차 운행 시간을 비교할 때는 새마을 열차와 비교 할 것이 아니라 서울~밀양(환승)~마산을 운행하던 KTX와 비교해야 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나 밀양에서 환승하는 경우 대체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결국 서울 ~ 마산을 운행하는 시간은 2시간이 단축된 것이 아니라 30분이 단축된 것입니다. 국토부가 만든 보도자료에는 종전 서울~밀양(환승)~마산 KTX 운행 시간은 의도적으로 제외시켰습니다. 



1조원 가까운 공사비를 쏟아부어 7년 동안 공사를 한 끝에 겨우 30분 단축 시켜놓고, 비교대상이 될 수도 없는 새마을호와 비교하여 2시간이 단축되었다고 온 국민을 상대로 '뻥'을 친 것입니다.

새마을호가 비교대상이 못되는 이유는 아시지요?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KTX가 개통되기 전에는 서울~마산간을 가장 빠르게 운행하였던 것은 새마을 기차입니다.

당시 새마을은 4시간 정도에 서울~마산을 운행하였는데, KTX가 개통되면서 운행시간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경부선 구간에서 KTX 열차가 먼저 갈 수 있도록 선로를 양보하였기 때문이지요.

KTX 열차에 선로를 양보하느라고 옛날보다 더 늦게 운행하는 새마을과 비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겨우 30분 단축 시키기 위하여 1조원 가까운 세금을 쏟아부었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지역언론 대부분 2시간 단축이라고 보도

대부분(어쩌면 모든) 국내 언론들도 국토부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것 처럼 서울 ~마산간 운행시간이 2시간 단축되었다고 '나팔'을 불어주었더군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고속버스 운행시간과 비교해봐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마산을 운행하는 고속버스는 예기치 못하는 교통정체 등으로 정시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4시간만에 운행이 가능합니다.

1조원 예산을 쏟아부은 경전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서울 ~마산을 운행하는 KTX는 고속버스에 비하여 고작 1시간을 단축하였을 뿐입니다.


지역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서울~마산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은 환승하는 종전의 KTX나 고속버스만으로도 이미 '반나절 생활권'이었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서울~마산간 KTX 개통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민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서울~마산간 KTX 운행시간이 30분 단축된 것도 중요하지만 여객운임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마산간 KTX 요금은 주중 4만 7400원, 주말 5만 700원입니다. 그런데, 서울~마산간을 운행하는 고속버스 요금은 일반 1만 9700원, 우등 2만 9300원, 심야우등이 3만 2200원입니다. 일반고속버스는 KTX 주중 요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우등버스 역시 KTX  주말 요금에 비하면 60% 수준입니다.

마산에서 1시간 빨리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서 주중에는 1만 8100원을 더 부담해야하고, 주말에는 2만 1400원을 더 부담해야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정도 금액은 가뿐히 더 부담하고 KTX를 이용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또 어떤 분들은 이 정도라면 그냥 1시간 늦게 가더라도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더군다나 목적지가 서울역 부근이 아니라 강남이라면 어떻게될까요? 목적지가 강남쪽이면 교통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KTX를 타고 가더라도 시간적으로 별 실익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KTX 승객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새로 개통하는 KTX는 서울 ~마산 구간을 주중 하루 7회, 주말에는 하루 12회로 운행한다고 홍보를 하였습니다만, 고속버스의 경우 현재도 아침 6시 첫차부터 익일 새벽 1시 막차까지 하루에 무려 44회(15~30분 간격)나 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시성은 KTX가 조금 앞설지 모르지만, 운행간격은 고속버스가 4배 정도 더 편리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일로 서울을 가는데 KTX를 타고 가진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서울~마산간을 2시간 54분에 운행하는 KTX가 과연 고속버스 승객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요? 코레일의 예상처럼 20%이상 승객이 증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고작 30분 단축시켜놓고 2시간 단축시켰다고 뻥을 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