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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 일주2] 3박 4일, 제주 자전거 일주에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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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100여km, 절반이 조금 못 되는 길을 달렸다. 세 번째 날, 지도상으로 살펴봐도 가장 먼 거리를 달려야 하고, 사전 답사를 할 때도 언덕길이 많아서 가장 힘든 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한 때문인지, 아니면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한 때문인지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겨 승합차에 싣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다른 날보다 일찍 길을 나섰다.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장애물이 나타나면 당황해서 비틀거리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귀포시 구간이 자동차가 많아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했지만, 다행이 일요일 오전이라 거리가 한산하였다.

월드컵 경기장까지 크고 작은 오르막이 있었지만,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들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밀어주며 가뿐하게 올라갔다. 지난 이틀에 비하여 가장 자전거를 잘 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 시간에 15km 정도를 가볍게 달렸다.

자전거 제주 일주 코스에서 가장 힘든 언덕길은 산방산을 지나서 오르는 언덕길이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고 나서 얼마 후에 제주도 일주 코스에서 두 번째로 가파른 언덕길을 만났다. 힘차게 패달을 밟으며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격려하였지만, 결국 언덕길을 절반쯤 지날 무렵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가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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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장을 지나서 공천포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오르막은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며 무난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이른 11시쯤 공천포 식당에서 오징어 물회로 점심을 먹었다. 공천포식당 물회는 제주 일주 구간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연재기사의 마지막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중문 - 서귀포시 - 표선 오르막길 많은 구간

오후에는 표선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달렸다. 표선 해안도로에는 길가까지 축 늘어진 감귤나무와 한라봉 나무가 정겨웠다. 도로변 바닥 여기저기에 감귤이 떨어져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손만 뻗어도 ‘한라봉’을 딸 수 있을 만큼 길가에도 가지가 뻗어 있었다.

표선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자전거 제주 일주 준비를 하면서 ‘제주 올래’에서 자신 있게 소개한 맛집 일명 ‘춘자싸롱’이라 불리는 국수집에 들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두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읍사무소 근처에 있는 국수집에 들렀다.

작고 허름한 외관을 보고 별로 맛을 기대하지 않았던지 두 사람 앞에 한 그릇씩만 시켜서 나눠먹자는데, 쉽게 동의했던 친구들 중에 추가로 한 그릇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집 국수 맛도 연재 마지막에 다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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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새참으로 국수를 나눠먹고 삼일째 목적지 성산일출봉을 향해 길을 나섰다. 표선을 출발하여 일주도로를 따라서 달리다가 신산리 근처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선택하였다. 오후 들어서는 체력이 떨어지는지 자전거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성산 일출봉으로 이어지는 일주도로는 가파른 언덕길은 없었지만, 낮은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서 자전거가 속도를 내어 달릴 수 없었다.

성산일출봉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도 동쪽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이어지는 길이며, 섭지코지부터는 제주 올래 1코스와 만나는 길이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는 한적한 어촌 마을들과 이어졌고, 해안가 선술집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어부들은 겨울에 자전거로 일주하는 우리 팀을 격려해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녀석이 자전거 대열 맨 후미에서 힘겹게 쫒아가는 것을 보며, “이제 다왔어”, “조금만 힘내” 하고 격려해주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어디 붕어빵 파는 집이라도 하나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는 전복과 소라 등 해산물을 파는 포장마차가 군데군데 있었지만, 가난한 여행자들이 자전거를 세우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아쉬운 마음을 누르며 페달을 밟았다.

성산일출봉 가는 길, 아름다운 해안도로

당초 계획은 섭지코지를 들르기로 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 소모가 많아지고 몸이 힘들어지자 그냥 숙소로 가자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성산읍에 조금 못 미처 있는 유채 꽃밭에는 관광객들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모두 별도로 촬영비용을 받는 곳이었다. 쉼없이 부지런히 달린 덕분에 오후 4시 20분에 성산일출봉 아래 있는 KBS 송신소 근처에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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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팀이 바비큐 준비를 하는 동안 기념품도 구입하고 성산포 구경을 나가라고 권했지만, 아이들은 샤워를 하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겠다며 잠을 청했다. 민박집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제주 흑돼지 10kg과 군고구마를 해먹고도 모자라 통닭 세 마리를 10인분에 밥을 모두 비우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튿날 새벽, 7시 20분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성산일출봉에 해맞이를 가려고 6시 30분에 숙소 앞으로 나갔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출을 못 보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기상청에 전화를 했더니 예상 강수량 5mm, 오후에는 비가 갠다고 하였다.

해맞이를 못해도 성산일출봉은 올라가자고 마음이 모아져서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걸어서 일출봉에 올랐다. 비가 오기 때문이었는지,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이었는지 매표소 직원도 나와 있지 않아 무료로 들어갔다. 혹시 구름 사이로라도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7시 30분이 될 때까지 서 있었지만, 날이 밝아 오면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사일째, 마지막 날 코스는 제주 올래 제 1코스를 따라서 출발하는 길이었다. 아침 식사는 올래 길에 있는 ‘시흥해녀의 집’ 조개죽을 예약해 두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초코파이 하나씩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새벽에 편의점에 들러 시중가격보다 두 배나 비싸게 주고 산 일회용 비닐 비옷을 입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로에 뛰어들어 페달을 밟았다.

참가자들 중에는 “일정 하루 늘여서 민박집에서 눌러앉아 쉬었다 가요”하는 제안도 있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일정이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저히 어려운 상황이면 트럭을 불러서 싣고 가더라도 예정대로 일주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원래는 거리도 짧아 가장 여유 있는 일정을 준비한 날이었는데, 비 때문에 일주 구간 중 가장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제주 일주 마지막 날, 비를 맞으며 달리다

참가자 모두가 비가 내리는 도로로 나서는 것을 망설였지만, 막상 해안도로에 접어들어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이내 비 맞고 달리는데도 익숙해지는 듯하였다. 성산일출봉에서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시흥해녀의 집까지는 30분 거리였다. 이 집 조개죽 맛도 끝내주는데 나중에 따로 소개할 것이다.

겨우 30분을 달렸을 뿐인데, 대부분 장갑과 양말 그리고 바지 허벅지 부분이 비에 젖어서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진행팀에서 예약만 하고 시간을 확정하지 않아 1시간 남짓 기다렸다 맛있는 조개죽으로 아침을 먹었다. 예약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침식사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여 이날 하루 일정을 빠듯하게 진행하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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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지쳐 있고, 비와 추위 그리고 바람 때문에 몸도 쉽게 풀리지 않는 데다가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가장 힘들게 자전거 일주를 쫓아오던 여학생의 자전거가 펑크가 났다. 세화읍까지 지원팀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 펑크 수리점을 찾아 1시간만에 자전거 수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오전 10시에 목적지 제주시를 향해서 다시 길을 나섰다. 늦은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점심식사는 제주시가 가까운 함덕 해수욕장 부근까지 가서 먹기로 하였다. 원래는 세화읍 근처에 있는 해녀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하였으나 비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고 일정이 지체되어 박물관에서 비를 피하며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비와 추위 때문에 휴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그냥 서 있는 것이 더 추웠기 때문에 쉬지 않고 계속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언덕길이 나타날 때마다 자전거 잘 타는 친구들이 뒤처지는 동료들을 밀어주면서 원래 오후 두 시로 예상했던 시간보다 빨리 함덕해수욕장까지 도착하였다.

점심때는 난로를 따뜻하게 피워주시는 친절한 식당 사장님 부부 덕분에 맛있는 점심식사도 하고 한 시간 이상 넉넉한 휴식을 하였다. 비에 젖은 장갑과 양말을 말려도 소용이 없어 1회용 비닐장갑을 사와서 속에다 끼고 장갑을 끼고, 발에는 비닐봉지를 씌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오후에 그친다는 일기예보는 빗나갔고, 오후에도 추적추적 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달렸다.

제주 자전거 일주, ‘꿈’을 이루다

함덕에서 제주시까지는 16km, 비와 추위에 지친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려도 바닷길 경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제주시로 향하는 일주도로에서도 도로 표지판만 바라보며 달렸다. 몇 번의 얕은 언덕길을 오르내리고 3시 30분쯤 멀리 공항관제탑이 바라보이는 제주 시내에 진입하였다. 자전거 도로가 있었지만, 복잡한 시내 도로를 지나서 오후 4시 20분쯤 목적지였던, 제주항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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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했을 때, 첫날 출발 때 어색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모두 한데 어우러져 서로 완주를 축하하고 격려해주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전거와 함께, 자전거에 달려 있던 명찰과 함께, 함께 달려온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언덕길이 나타날 때마다 등을 밀어주던 친구와 후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잊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여한이 없을 만큼 많은 기념촬영을 하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제주 해안도로 자전거 완주증을 받아들고 숙소로 향했다. 근처에 있는 여관에 짐을 풀고 바로 제주YMCA에 가서 ‘4·3항쟁과 제주 근현대사’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비와 추위와 싸우며 달려오며 많이 지쳤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4·3연구소 사무처장을 지낸 오순국 선생 강의에 진지하게 몰입하였다.

워낙 재미있고 간결하게 선사 이전부터 지금까지 제주 역사를 정리해준 오순국 선생의 빼어난 말솜씨 때문이었는지, 참가자들의 관심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한 시간 남짓 강의를 듣고 몇 몇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4·3특별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묻는 친구도 있었고,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친구도 있었다.

강사이신 오순국 선생이 “제주도민과 유족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고 알리는 것만이 유일한 요구사항이다”라고 답하자,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에 젖었다.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여겼던 제주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였다.

다음날 새벽, 마지막 일정인 한라산 등반 계획을 의논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분주한 저녁시간을 보낸 후에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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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8년1월 25~2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진행한 '예비대학생과 함께 하는 자전거 제주 일주'  참가기로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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