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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1.21 돈봉투 구태정치 표상, 전당대회를 바꿔라 !
  2. 2012.01.16 민주통합당, 시민사회 역부족 확인? (4)
  3. 2011.08.24 여의도 국회 맘에 안드시죠? 선거보다 더 좋은 방법 있어요

돈봉투 구태정치 표상, 전당대회를 바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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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아예 전당대회 때 관광버스 비용이나 식사비를 중앙당에서 낼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하기로 하였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당법에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에게 여비를 제공하면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당 대표 경선에 참석하는 당원에 대한 실비의 여비 제공 행위를 허용한다'로 고친다는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때 금품을 제공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을 과태료 처분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뭐 딱 잘라 말하면 전당대회에 100만원 이하 돈봉투를 뿌려도 큰 탈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네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어이없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이것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지난주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참여해보았기 때문에 이것 참 뻘짓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정당 전당대회 처음 참석해보고 이런 낭비성 행사를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포스팅 한 번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정말 어이없는 여야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네요.



민주통합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가 국민참여 경선으로 치뤄지면서 나름 흥행에 성공하였지요. 그러면서 대의원 투표의 주가도 높아져서 모바일 투표 13표와 같다, 15표와 마찬가지다 하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으로서 아무리 멀리 살아도 기권할 수 없는 분위기였지요.

아무튼 야권통합 운동을 하던 시민운동 선배들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덕분에 원래 팔자(?)에는 없었던 전당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별수 없이 마산에서 일산 킨덱스까지 하룻 만에 갔다왔지요. 단순히 투표하기 위해서...

일산 킨덱스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전당대회 비용을 국고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자메시지의 핵심 내용은 '지역 당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하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도 있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전당대회의 버스 동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지역당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땅끝의 대의원들을 판문점 근처의 대회 장소로 굳이 불러야 하는 겁니까?"

땅끝에서 투표 1번하러 판문점 근처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문자메시지를 보낸 분은 지역당원을 배려하지 않는 서울 중심주의 사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우스로 클릭 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음]

저도 난생 처음 가는 일산 킨덱스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을 찾아보면서 난감해하다가 지역에서 출발하는 민주통합당 관광버스를 함께 타고 갔습니다.

이른바 돈봉투 사건 때문인지 참석 대의원 숫자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5시간 넘게 버스타고 올라가서 투표만 마치고 곧장 버스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공지도 들었습니다. 당대표 선출하는 투표 한 번 하러 왕복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을 갔다오는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10만 명 이상이 모인 전당대회는 후보자 연설과 투표가 전부였습니다. 아니 실제로는 투표가 전부였습니다. 왜냐하면 후보자 연설은 이미 전국 순회 연설회를 하면서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주부터 시작하여 지역별 순회 연설회를 다 해놓고 다시 전국 대의원들을 모아 놓고 재방송(?) 연설회를 하였을 뿐입니다.

이른바 '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 말고는 별의미를 찾기 어려운 대중 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혹한 세월을 보냈던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시절에는 투쟁의 한 방식으로라도 대규모 전당대회가 필요했는지 모르겠습니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설 중반부터 대의원들은 투표소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여 마지막 후보가 연설 할 때는 빈자리가 수두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표가 시작되었을 때는 '줄을 서서 천천히 투표해 달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있다' 하는 안내 방송도 여러 번 나왔습니다.


전당대회에는 처음 가봤지만, 현장에서 개표 결과까지 보고 갈 생각이면 그렇게 복잡하게 줄을 서서 투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 만명이 한꺼번에 비좁은 투표장에 빽빽히 줄을 선 것은 얼른 투표하고 집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투표가 끝나고나자 전당대회장은 마치 바닷물이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장사 끝난 장터처럼 텅 비어 버리더군요. 대부분 대의원들은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었고, 투표가 끝난 후에는 떠나버린 것입니다.



난생 처음 전당대회라는 곳을 가보고나니 돈봉투 사건 같은 것이 생기는 이유를 짐작 할 수 있겠더군요. 1년 혹은 2년에 한번씩 이렇게 힘들게 와서 투표하고 가야한다면, 일당(?)이라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대의원들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겠더군요. 

아무 댓가없이 왕복 교통비, 밥값만 해도 5~10만원, 차를 타는 시간만 왕복 10시간 이상 걸리는 투표를 하러 갔다온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문자메시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역 대의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단하고 쉬운 방법 대신에 중앙당이 비용을 부담해서 지역 대의원들을 서울로 불러모으도록 하자는 구시대적 개선책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떤 사고체계를 가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분들은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싫고, 국민들이 자꾸 정치에 관심 갖는 것이 싫어서, 앞으로도 쭉 그들만의 리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국민들의 참여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이런 구시대적 관행을 아예 합법화 시키려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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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시민사회 역부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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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선거,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겼다?

대략 한 달 쯤 되었을까요? 아무튼 한 달 가까이 진행된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최고위원 경선이 끝났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 되었듯이 한명숙 전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되었고,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제가 대놓고 지지하고 블로그를 통해 후보를 알리려고 애썼던 시민운동 단일후보 이학영은 낙선을 하였습니다. '패자는 말이 없다'고 블로그도 오늘부터는 원래의 제 일상과 관심으로 돌아가야하나?
 
아니면 보름 가까이 대놓고 지지했으니 선거에 대해서 뭐라도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나?  게다가 마지막 날은 나름 '예측'까지 내놨으니 그냥 넘어가기도 찜찜한 마음이 듭니다.

유난히 지친 몸으로 피곤한 밤을 보내며 고민을 좀 하였습니다. 아무튼 나름대로 이번 선거에 대한 정리를 한 번 해봅니다.

민주통합당 당대표 최고위원 경선 결과를 보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는 역시 대의원 선거였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학영 후보가 인터넷에서 워낙 약진하였기 때문에 인터넷 분위기로만 보면 4~5위 정도로 최고위원에 당선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였습니다만, 예측은 여지 없이 빗나갔습니다.



인터넷 민심과 대의원 표심은 그만큼 차이가 컸던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80만 국민이 참여했다고 하지만, 개표 결과만보면 결국 국민참여경선을 신청한 시민들이 대의원들의 들러리 노릇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민참여 경선의 표심과 대의원들의 표심이 확연하게 구분되었고, 이것은 민주통합당이 앞으로 지고가야 할 숙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학영 후보의 경우에도 마지막 대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질없는 계산이지만, 실제로 모바일 70%, 대의원 30%를 환산하지 않고 단순 합산을 하면 당선권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김부겸과 순위가 바뀌는데, 선거의 규칙이 그러니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무튼 국민참여 경선이라고 하는 취지에 무색하게 결과적으로는 여전히 대의원 표심이 당선을 결정지었다는 것이 아쉬움일 뿐입니다. 모바일 선거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요?


한편 대의원 선거에서 시민통합당 출신의 문성근, 이학영, 박용진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은 시민통합당 추천 대의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혹은 시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옳은 것이 강한 것을 이기려면, 옳은 것이 강해져야 한다

당일 대의원 투표율이 60%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옛민주당 출신 후보는 6명이고, 시민통합당 쪽 후보는 3명이었기 때문에 단순계산을 하면 시민통합당 후보들이 대의원 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은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결국 당락을 결정지은 대의원들의 표심은 민주당의 혁신적인 변화, 공천혁명 보다는 안정적인 변화에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결과적으로 시민통합당 출신 후보 네 명중 이른바 친노로 분류되는 문성근 후보만 살아남고, 이학영, 박용진, 김기식이 모두 낙마하였습니다.

트위터에 올라 온 세간의 글 중에 "열린우리당의 재현? 민주당 지도부 친노의 확실한 부활, 구민주당 세력약화, 시민사회출신 역부족 확인" 이라는 평가에 공감합니다. 특히 시민사회 출신의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선거공학자들의 격언을 다시 기억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선거를 정치 공학적, 선거 공학적으로 잘 분석하고 사람들의 격언입니다.

그렇지만 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옳은 것이 강한 것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번번히 실패합니다.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강해지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옳은 것이 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대의원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은 것은 시민사회 후보들을 지지하는 (며칠 만에 급조된) 대의원들이 '조직화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옳은 것이 실패를 딛고 강해지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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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STORY 2012.01.16 11:34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민주통합당'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구르다 2012.01.16 22:09 address edit & del reply

    아쉬움이 많은 선거였죠.
    저도 이학영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문성근과 이인영을 찍었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주당내 파벌의 벽은 엄청높았습니다.
    이제 그것은 깨졌다고 봅니다.

    오히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1년이상 길거리에 선 문성근의 활동이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의 차이지 않을까 싶어요

    • 이윤기 2012.01.17 08:57 신고 address edit & del

      아씨 ^^ 그래서 졌구나 !

      문성근의 진정성 인정해요

      ㅎㅎㅎ 파벌?
      그게 그리 쉽게 깨지나오.

      어제, 오늘 신문을 보면...누가 어느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 상세하게 나와 있고...첫 번째 최고위원 회의부터 적지 않은 이견이 드러나고 있던걸요.

여의도 국회 맘에 안드시죠? 선거보다 더 좋은 방법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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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니스트 칼렌바크, 마이클 필립스가 쓴 <추첨 민주주의>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 일하는 것 마음에 드시는가요? 만족스러운가요? 내 손으로 뽑았지만 내 손이 원망스러웠던 기억 많으시지요? 당리당략만 내세우고 잇속만 챙기며 부정부패에 연루된 의원들 보면 기가 막히지요?

선거때는 서민을 위해 일 하겠다고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다가 막상 당선만 되면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의원들 뽑는 선거 싫으시지요?

그래서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분들도 많으신 줄 압니다. 아무리 좋은 후보를 골라찍어도 늘 나쁜 놈들만 당선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시지요.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하는 환상 혹은 고정관념을 확 바꿔주는 책입니다.

추첨 민주주의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에 처음 꽂힌 것은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가 쓴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은 후입니다.

대항발전을 주장하는 탁월한 정치학자인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는 대의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회의적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아테네의 제비뽑기를 통한 대표 선출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대의제를 민주주의라고 일컫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바와 같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선거에서 대표를 뽑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었습니다. 선거는 귀족제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거를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 가장 돈 많은 사람, 가장 사회에서 눈에 뜨이는 사람이 뽑히게 되므로 그것은 귀족이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만약 대표를 뽑는다고 한다면, 즉 민주적으로 대표를 뽑는다면, 그것은 제비뽑기라야 합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제비로 뽑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눈에 뜨이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유명한 사람이 선출되는 게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선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비뽑기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며, 같은 사람이 계속 뽑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권력을 쥐고 타락할 가능성도 작다는 것입니다.

제비뽑기가 선거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선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영감을 준 또 다른 책은 바로 아미쉬 공동체를 소개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아미쉬 공동체에서는 "목사와 집사를 교도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한다고 합니다.

세 명 이상의 교도들에게 추천받은 사람들 중에서 제비뽑기로 정하는데, 이는 "목사의 최종선택은 하느님이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아미쉬 사람들은 제비뽑기에 의한 목사 선발을 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름으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아테네의 추첨을 통한 대표선출에 관하여 알게 되면서 선거의 여러 가지 부정적 측면과 불균등한 기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부터 크고 작은 여러 모임에서 '제비뽑기'를 통한 대표 선출을 제안해보았지만 번번이 '쓸데없는 소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제비뽑기가 가장 바람직한 대의민주주의?

그러다가 운 혹은 우연 같은 느낌을 주는 '제비뽑기'라는 단어 대신에 '추첨민주주의'라는 훨씬 세련된 용어를 사용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추첨 민주주의>(어니스트 칼렌바크, 마이클 필립스 공저) 저자들은 선거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를 뛰어넘는 대안으로 가장 바람직한 대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추첨민주주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생태 환경운동의 실천가이고, 마이클 필립스는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온 두 사람은 선거를 뛰어넘는 대안을 고민하면서 벌써 25년 전인 1985년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들은 미국의 정치구조와 선거로 구성된 의회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면서 '추첨으로 구성하는 하원'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심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국민 전체의 축소판을 만들어 하원의 구실을 맡기자는 구상"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비뽑기로 대표를 뽑자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과학적인 통계기법을 사용하는 대의기구 구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안입니다. 아울러 저자들은 현재의 하원은 전체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이 책에 있는 통계들은 모두 1985년 초판 당시의 통계입니다).

"성인 인구의 51퍼세트인 여성은 하원의 4.8퍼센트만을 차지한다. 인구의 12퍼센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하원의 4.5퍼센트만을 구성한다. 인구의 6퍼센트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도 하원의 2.56퍼센트만을 차지해 저대표되고 있다......이런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층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1983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원의 4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거의 모두 백인과 부유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 의회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며, 국민의 의사와 국민들이 지지한 대표자들의 의사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원들은 "선거에서 도움받은 기부자들이 시키는 대로 법안에 서명하고, 도장 찍고, 판단할 뿐, 다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회는 대기업에 고용된 2만 명의 로비스트들과 이익집단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회는 돈 많은 이익집단이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의회는 국민의 축소판이 아니다!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은 가장 적절한 대의 체계를 구성하는 방법을 자주 바꿔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대의체계는 13개주에서는 자유롭고 백인이며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1860년에 이르러 재산요건이 사라졌지만, 일부 주에서는 1965년까지 인두세라는 형식으로 유지됐다. 해방된 아프리카계 노예들은 이론상으로는 1870년에 투표권을 부여받았지만, 여성들은 1920년까지도 투표권이 없었다. 그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실질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한 투표법은 1965년에야 겨우 제정됐다."

미국에서 선거를 통해 대의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다행히 그 방향은 국민의 권력이 의회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대의체계 구성을 제안하기 위하여 아테네 모델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울레(시민대표 평의회)는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모든 아테네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회의 대의체였고, 일반적으로 아테네의 재정 복지에 관한 책임을 졌다. 1년의 임기동안 봉사할 500인으로 구성되는 보울레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테네의 10개 부족에서 추첨을 통해 윤번제로 맡았다.......다른 국가의 군 복무, 탈영, 상속 재산의 낭비, 부모 학대, 매매춘 같은 경험은 보울레 구성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시민들이 또 다시 추첨을 통해 선택된다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는 있었지만 세 번째부터는 금지됐다."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가 말한 제비뽑기가 맡기는 하지만 흔히 사람들이 제비뽑기에 대하여러가지는 선입견에 비해서 훨씬 정교하고 세련된 제도입니다. 이런 추첨을 통한 선출제도는 베네치아와 피렌체, 스위스에도 남아있었으며, 스페인에서도 바스크 공동체의 지도자 선출방식이었다고 합니다.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Korea.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Korea.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by golbenge (골뱅이)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배심원 뽑듯이 추첨하면 '좋은 의회'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국가에서는 오늘날에도 배심원을 선택하는 시스템 속에 존속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배심원 명단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추첨으로 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추첨으로 새로운 하원 435명을 선택하는 시스템은 단순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며 조작할 수 없다. 지역에서 각 카운티는 이미 법정에 나갈 배심원 명단을 제공하기 위해 배심원단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최근 배심원후보는 백인과 중산층에 편중되지 않도록 운전면허증 명부, 전화번호부 등 추가적인 근거를 통해 보완해서 선택하고 있다."

이런 종합적인 명부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기초적인 통계절차를 통해 435명의 이름을 무작위로 추출할 수 있으며, 선거를 통한 의원선출 방식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추첨 방식에서도 얼마든지 배제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무작위추출은 절묘하고 체계적인 방식이며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수학이론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수프의 맛을 알아내는 것으로 무작위추출이 충분히 체계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수프의 맛을 얼마나 정확하게 아느냐는 솥단지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수프가 완전하게 섞여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수프의 재료를 확인하는 것도 충분히 잘 섞은 후에 한 국자만 떠서 확인하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하원에 포함돼 있는 435명은 국민을 정확하게 반영하기에 충분한 규모라는 것입니다. 만약 추첨을 통해 하원을 구성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원 회의장에 들어서면 50퍼센트 이상의 여성과 약 12퍼센트의 흑인, 6퍼센트의 히스패닉, 그리고 1퍼센트의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의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옷차림이나 태도 때문에 의원들의 전체적인 인상은 중간계급이나 노동계급 사람들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하원의 약 1/4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고, 그중 일부는 지역 공동체 회의나 노조 집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익숙한 사람들일 것이다 만일 회의장 주변에서 간간히 사람들을 골라낸다면, 그중 10퍼센트 정도는 실업 상태에 있던 의원일 수 있다. 정리 해고된 노동자, 재봉사, 요리사, 트럭 운전사, 선원, 점원도 있다."

전에는 의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더 많았을 의사나 치과의사, 학교관리자, 회계사, 부동산 중개업자는 한두 명에 불과할 것이며 과거 의회의 절반을 차지하였던 변호사 역시 한두 명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435명이라는 표본은 충분히 크기 때문에 채식주의자, 차가 없는 사람들, 캠핑족과 도보 여행자 그리고 불교도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전체국민이 모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추첨으로 선택된 전체 국민의 대의 체계를 만들면 된다는 것입니다.


부패한 선거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국민 전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의회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하원이 완벽하고 이상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선거를 통한 의원 선출에 비해서는 훨씬 바람직한 대안일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추첨 의회는 적어도 현재의 선출 의회보다는 유능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금 의회처럼 법안을 읽어보지도 않고 투표할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합리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안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회기 말에 200건의 법안을 토론도 없이 통과시키는 그런 일도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의회가 국방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며 적어도 현재의 의회보다는 부패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선거공영제나 국민발안제, 전자민주주의와 비교하여도 추첨 민주주의가 훨씬 더 합리적이며 전체국민의 의사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추첨민주주의는 막대한 세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선택된 의원들이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치참여도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지금은 추첨으로 의회를 구성한다는 발상이 그저 신기할 뿐이고 국민들도 이 제도를 처음 접할 때는 놀라는 게 자연스럽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반응이 여성의 투표권이나 낙태의 합법화, 비행기나 식당의 금영 구역, 캔과 병의 강제 재활용 등의 대안을 처음 접하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같다고 생각한다."

추첨 민주주의가 등장하면 장기간 격렬한 정치 투쟁이 일어나겠지만 일단 추첨민주주의가 제대로 이해되기만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추동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추첨민주주의가 미국 건국자들이 만한 '국민의 축소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이 책 한국어판에는 옮긴이 손우정과 이지문이 쓴 두 편의 보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우정은 선거의 비민주성과 사회통계를 활용한 추첨의 과학적인 결과가 국민 전체의 축소판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선발과정의 민주성과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또 이지문은 캐나다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 사례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점점 낮아지는 투표율로 인하여 대표의 위기, 참여의 위기, 책임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추첨 민주주의'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다양한 추첨제 선출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추첨제를 한국사회에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합니다.

여러 제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정당이나 노동조합 활동에서 집행부는 선거를 통해 뽑고 대의원은 추첨을 통해 선출하는 방법입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와 옮긴이들은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인 저는 추첨으로 의회권력을 대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추첨 민주주의 - 10점
어니스트 칼렌바크 & 마이클 필립스 지음, 손우정.이지문 옮김/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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