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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팔용터널, 도시철도 둘 중 하나만 합시다 !

by 이윤기 201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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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용터널, 도시철도 둘 중 하나만 합시다 !

옛 마산 양덕동 일대 주민들의 반대민원에 부딪쳐 사업 추진이 중단되었던 팔용터널 민자사업이 최근 설계 변경을 통해 개선 방안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덕동 일대에 교통혼잡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팔용터널을 둘러싼 손태화 창원시의원과 경상남도의 논쟁을 계기로 인구 100만의 통합 창원시의 대중교통 계획에 대하여 좀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안이 된 손태화 시의원과 경상남도의 팔용터널 논쟁보다 대중교통 문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계획 검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합이전부터 지금까지 창원시의 교통정책은 그야말로 땜질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봉암로에 차량 정체가 심하면 제 2봉암교를 계획하고, 해안도로에 차가 막히면 우회도로를 개통하는 식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팔용터널 계획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팔용터널은 이미 만성적인 교통난을 겪는 봉암대교와 창원대로 쪽 교통을 분산시킴으로써 마산과 창원을 출퇴근하는 승용차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통합 창원시는 팔용터널 공사뿐만 아니라 2017년을 목표로 3100억 원을 투입하는 마산, 진해 해저터널을 비롯해서 제 2봉암교 건설과 합성우회도로 개통 등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자동차 도로망 확충 사업과 별도로 창원시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통합창원시를 관통하는 도시철도가 계획을 추진 중 입니다. 옛  마산 가포동 ~ 창원 성주동 ~ 진해 시를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이런 창원시의 중장기 교통망 확충 계획을 보면 원칙 없는 중복투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승용차가 더 빨리 다닐 수 있도록 터널을 뚫고 도로를 새로 만들면서 동시에 버스 전용차로를 확대하거나 도시철도와 같은 대중교통 시설도 늘리겠다고 하는 서로 모순되는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한 도시의 교통계획은 필연적으로 승용차와 대중교통 중에서 한쪽을 우선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 도시들은 대부분 승용차 중심의 교통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도시들은 승용차가 없으면 불편해서 살기 힘들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편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에도 승용차 가진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승용차가 없는 사람을 더 불편하게 할 것인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합니다.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민간투자를 유치하여 승용차가 빨리 다닐 수 있도록 팔용터널도 뚫고,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 도시철도도 만든다면, 결국 부산~김해 경전철과 같이 승객이 모자라 적자운영을 해야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교통정체를 해결하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승용차의 불편을 그냥 내버려두고
대중교통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서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방법과 도로를 넓히고 터널을 뚫어 승용차 통행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넓은 도로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생기면 더 많은 차량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교통정체를 해결하려면 대중교통을 우선하고 승용차를 줄이는 정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와 에너지위기에 대한 경고를 감안한다면,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교통정책을 수립해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보면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민자사업까지 추진하면서 팔용터널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11년 3월 1일 KBS 창원라디오 생방송 경남 청취자 칼럼 원고를 조금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