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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인천공항에서 노숙 잘 하는 비법?

by 이윤기 201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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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①] 마산에서 인천공항 거쳐 출국하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출발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으로 가는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공항에서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7시 30분에 함께 출발하는 일행들과 만나기로 하였다.

그럼, 마산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새벽 0시 10분, 다행히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심야버스가 있었다.

약 20분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서 평일에 심야버스 타고 인천공항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었지만, 러시아 혹은 옛 소련연방 사람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여러명 함께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25인승 버스는 빈자리가 별로 없을 만큼 승객을 채워서 출발하였다.

새벽 0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원래 5시 1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심야버스가 심야총알버스처럼 달렸다. 비몽사몽간에도 차가 참 빨리 달린다, 험하게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아뿔사 새벽 4시 10분이다. 예상시간 보다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다.

국제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새벽 시간은 무척 적막하였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는 누구라도 넓은 공간을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나처럼 새벽에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적지 않았지만, 사람이 많이 없는 구석자리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황금베게상을 받은 팔걸이가 없는 인천공항 의자


새벽 4시, 인천공항에서 외톨이가 되다 !

다행히 함께 여행하는 일행이 있는 사람들은 말벗이라도 있어서 나아보였고, 다정하게 보이는 연인이 어깨를 기대고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였다. 난데없이 엄청나게 넓은 인천공항에 혼자 있는 자신이 좀 처량하기도 느껴졌다.

어쨌든, 오전 7시 30분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을 죽여야 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이 인천공항은 인터넷이 잘 터진다. 아이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 ‘인천공항 잠 잘 곳’, ‘인천 공항 잠자리’, ‘인천공항 쉼터’ 등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인천공항 쉼터에는 공항철도 역 쪽에 만들어 놓은 실내정원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줄줄이 올라왔지만 심야버스를 타고 와서 지친 몸을 쉬고 싶은 내가 바라는 정보는 아니었다. 인천공항 잠 잘 곳에는 공항에서 가까운 숙박시설을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고, 인천공항 ‘잠 자리’로 검색한 결과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이야기가 잔뜩 나왔다.

물론 인천공항터미널에 있는 사우나를 소개하는 글도 여러편 있었다. 그렇지만 고작 3~4시간을 보내는 요금이 1만 5천원 ~ 2만원이나 되었기 때문에 매력적인 정보는 아니었다. 또 신용카들사들이 서비스하는 인천공항 카운터가 있었지만, 문을 여는 시간이 아침 7시 이후여서 역시 쓸모없는 정보에 해당되었다.

그래도 쓸 만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값싼 항공권을 구입하여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여행객들이 비행기를 바꿔 타기 위하여 공항에 머무르는 이야기를 소개한 기사를 찾아냈다. 언제 기사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아무튼 한겨레신문 기사에 인천공항이 ‘황금 베게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와 있었다. 얼른 훓어 봐도 반갑고 유익한 기사다.

▲배낭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인천공항 최고의 잠 자리


인천공항이 황금베게상을 받은 이유는 첫째 3층 출국장에 있는 의자들이 팔걸이가 없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누워서 잠을 자기에 좋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유익한 숨은 정보는 3층 출국장보다 더 편한 잠 자리가 4층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밤 12시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4층 출입을 막아놨는다는 것이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5시 10분, 인터넷 검색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는 동안 시간이 꽤 지나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잠 자기 좋은 곳을 찾아봤더니...

그럼 20분을 더 기다려야 되나 하는 마음으로 공항 경비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4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마 4층에 있는 음식점 같은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같은데, 공항 경비원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고 당당하게 4층에서 내려와서 에스컬레이트 막아놓은 것 치우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때다 싶어 얼른 짐을 들고 4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4층은 텅 비어있었다. 가방을 끌고 4층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편하게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은 3~4곳 눈에 띄었다. 한 곳은 한겨레 기사에 나왔던 파란 소파가 있는 곳, 넓고 커다란 원형 소파 3개가 있는데 적당한 쿠션으로 누워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새로 찾아 낸 인천공항 최고의 노숙 장소


또 다른 소파는 정말 푹신하고 잠을 자기에 딱 좋았는데, 4층에서도 구역을 나누어 출입을 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그리고 또 한 곳은 공항 전망대 앞에 있는 커피숍 소파인데,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해보였다.

내가 선택한 곳은 배낭여행객들이 추천한 바로 그 파란 소파다. 4층에 있는 AIR STAR와 BC카드 라운지 바로 앞에 있는 원형 소파다. 끌고 온 캐리어을 가까이에 세워두고 배낭을 베고 누웠다.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 좀 춥다. 얇은 코트 벗어 덮고 누웠더니 견딜만하다. 깊은 잠을잘 수는 없었지만 몸을 누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감(?)이 느껴진다.

영락없이 공항 노숙자 신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동안 내 옆자리에 동료가 한 명 더 생겼다. 가방도 없는 가벼운 차림의 젊은 친구가 한 명 와서 옆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잠을 청한다. 가진 것이 없으니 지킬 것도 없고 마음 편히 잘도 자는 것처럼 보였다. 한 대 잠을 자도 충분할 만큼 옷도 따뜻하게 입었다.

▲ 원형 침대를 함께 사용한 인천공항 노숙(?) 동료

여섯 시가 넘어서자 함께 출발하는 동료들이 미투데이에 올리는 메시지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집을 출발 한다”, “차를 탔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다. 나도 “벌써 공항에 도착해서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또 눈을 붙였다. 13시간이나 되는 시차적응 위해서는 무조건 쉬어두는 것이 좋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눈을 감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래 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는 2틀 동안 36시간을 연달아서 잠을 잤든 경험이 있다. 시차 적응이라는 것이 결국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 여간 몸을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잠을 깨운 사람은 노숙자처럼 보이는 아주머니, 서울역 근처의 노숙자들과는 다른 차림이었지만,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꽤재재한 차림으로 나타나서 말을 건다.

“왜 여기서 자냐?”
“옆에 자는 애는 아들이냐?”
“출국 할 거냐? 입국한 거냐?
“어느 나라로 출국하냐?”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데 질문에 상당한 전문성(?)이 느껴진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었다. 일찍 도착한 일행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려주며 3층으로 내려오라고 하였다. 모이는 약속 시간이 30분 남았으니 서두르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서 미리 써 둔 서평기사를 포스팅하고 3층 출국장으로 갔다.

이번 연수를 준비한 아름다운재단의 담당 실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수에 함께 참여하는 일행들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짐을 부치고 나니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다. 모두들 새벽 일찍 도착한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해한다.

※ <2011 비영리 활동가 해외연수 ‘Globle Happy Log-人’>에 참가하여 3월 15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다녀갑니다. 지금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2011 Nonprofit Technology Conference’(NTC)에 참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