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어른들, 지구를 되돌릴줄 모르면 망가뜨리지나 마시라

by 이윤기 2011. 4. 2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창원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주 인상 깊은 방송을 잠깐 들었습니다.

방송 전체를 들을 수는 없었는데,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이 출연하여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연설하였던 어린 학생의 연설을 소개해주더군요. 방송을 잠깐 들었지만 매우 중요하고 흥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끝까지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으로 해 보려고 간단히 그녀의 이름만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주말을 보내면서 생각이나서 그날 메모를 보고 '세번 컬리스 스즈키'의 연설문을 인터넷에서 찾아내었습니다. 유튜브와 다음TV팟에는 그녀의 1992년 연설 동영상 파일도 있더군요.

세상에 1992년에 열두 살 여자아이가 이런 연설을 하였다는 것이 정말 놀랍더군요.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남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은 글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여러분은 사라져버린 동물을 되살려 놓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금은 사막이 된 곳에 숲을 푸르게 되살려 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제발 그만 망가뜨리기 바랍니다! "

그렇습니다. 멸종위기의 동물이나 봄마다 황사를 일으키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늘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항만을 만들기 위해 매립한 바다와 그 바다속에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갔습니다. 우리는 그 땅과 그 바다를 되돌려 놓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항만에 큰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바다 밑바닥을 긁어내고, 긁어낸 준설토를 모아서 또 바다를 매립하여 해양신도시를 만든다고 합니다. 당초 계획보다 크기가 좀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땅이 모자라지도 않는데 또 다시 바다를 매립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라져 버린 동물들을 되살려 놓지 못하는 것처럼, 사막이 된 푸른 숲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망가진 도시 역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괴할 때보다 열 배, 백 배나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되돌려놓을 방법 있나?

4대강 사업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후쿠시마 원전 이후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와 그 폐기물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제발 그만 망가뜨리기 바랍니다."

그녀의 연설문 중에서 이 말이 자꾸만 귓전을 맵돕니다. 제발 좀 그냥 내버려두라는 이야기이겠지요. 제발 좀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습니다.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더글러스 러미스 교수의 이야기가 떠 오릅니다.

새로 터널이나 다리를 더 만들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편리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있는 것, 우리가 누리고 사는 것 만으로 우리는 정말 부족할까요? 우리는 얼마나 더 편리하게, 얼마나 더 부유하게 살면 모두 만족할 수 있을까요?

'발전' 이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을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면서 다리를 새로 놓고, 터널을 둟고, 새 도로와 철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이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것이 없으면 우리는 불행해질까요? 새로 다리를 만드는 돈, 새로 터널을 뚫는 돈, 새로 도로와 철길을 만드는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낮추고,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어르신들이 편한안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일까요?

자동차와 기차가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으면 우리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우리는 세상에서 도태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세번 컬리스 스즈키가 12살에 했던 연설문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를 전문을 옮겨봅니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세번 스즈키입니다. 저는 에초(ECHO ― 환경을 지키는 어린이 조직)의 대표로 여기에 왔습니다. 저희들은 12살에서 13살 사이의 캐나다 아이들로서 무엇인가 변화에 이바지하려고 하는 그룹인데, 바네사 수티, 모건 가이슬러, 미쉘 퀴그, 그리고 제가 회원이예요.

여러분 어른들께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거라는 말을 드리기 위해서 6000마일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저희 스스로 모금했답니다. 오늘 여기에 온 저는 어떠한 숨겨놓은 의제를 따로 가진 것이 없습니다. 저는 저의 장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제 장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선거에서 진다든지 증권시장에서 얼마쯤 잃는다든지 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올 모든 세대들을 위하여 말하려고 여기에 섰습니다. 저는 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계전역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대신하여 여기에 섰습니다. 저는 이제 어디로든 갈 데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이 행성 위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을 위하여 말하려고 여기 섰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말하지 않고 그냥 있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존층의 구멍 때문에 이제 햇빛 속으로 나가기가 두렵습니다. 저는 공기 속에 무슨 화학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숨쉬기가 두렵습니다. 저는 저의 아빠와 함께 밴쿠버에서 낚시하기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몇해전에 우리는 물고기들이 암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날마다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 영원히 소멸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야생동물들의 커다란 무리를 보고 싶었고, 새들과 나비들로 가득찬 정글과 열대숲들을 보기를 꿈꾸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제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하고 있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 제 나이때 걱정하였던가요?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마치 우리가 충분한 시간과 해결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아이일 뿐이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도 해결책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오존층의 구멍을 어떻게 수리할 것인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연어를 죽은 강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할 방법을 모릅니다.

여러분은 사라져버린 동물을 되살려 놓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금은 사막이 된 곳에 숲을 푸르게 되살려 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제발 그만 망가뜨리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정부들의 대표로, 기업가로서, 조직가로서, 기자나 정치가로서 여기에 와 계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진짜를 말하면 여러분은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자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며, 그리고 여러분은 모두 누군가의 아이입니다.

저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5억명으로 된 가족, 아니 3천만 종으로 된 한 가족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 물, 흙을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 국경과 정부들이 그걸 변경하지는 못할 겁니다.

저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하나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나의 세계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분노하고 있지만 눈멀어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두려워하고 있지만 제가 어떻게 느끼는가를 세상에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은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사고 버리고, 사고 버립니다. 그러면서도 북반구 나라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충분한 정도 이상으로 가지고 있을 때에도 우리는 우리의 재산 중 조금이라도 잃고 싶어하지 않고, 나누어갖기를 두려워합니다. 캐나다에서 우리는 특권의 생활을 살고 있습니다. 풍부한 음식과 물과 집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망원경, 자전거, 컴퓨터,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이틀전 여기 브라질에서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몇몇 아이들과 얼마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내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부자라면 나는 모든 거리의 아이들에게 음식과 옷과 약과 집, 그리고 사랑과 애정을 주겠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거리의 아이가 기꺼이 나누겠다고 하는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우리는 어째서 그토록 인색한가요?

저는 이 아이들이 제 또래라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어디서 태어나는가하는 것이 굉장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 저 자신도 리우의 파벨라스(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저 아이들의 하나일 수도 있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자신 소말리아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한 어린이일 수도 있고, 중동의 전쟁희생자 또는 인도의 거지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위해 쓰여지는 모든 돈이 빈곤을 해결하고, 환경적 해답을 발견하는 데 쓰여진다면 이 지구가 얼마나 근사한 곳으로 될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유치원에서도, 여러분은 우리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서로 싸우지 말고, 절약하고, 서로서로를 존중하고, 청결히 하고, 다른 생물들을 해치지 말고, 나누고 ― 탐욕스럽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면서 어째서 여러분은 우리에게 하지 말라고 한 바로 그러한 행동을 하십니까?

여러분이 이러한 회의에 참석하고 계신 이유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서 이런 회의를 갖고 계시는지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여러분 자신의 아이들입니다. 우리가 어떤 종류의 세계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인지를 여러분은 지금 결정하고 있는 겁니다.

〈모든 것은 잘 될게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야.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을 거야〉라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그런 말을 우리에게 더이상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우리 어린아이들이 여러분의 회의의 우선순위 항목에 올라 있기나 합니까?

저의 아빠는 항상 말합니다.〈너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너를 만든단다.〉그래요. 여러분들이 행하는 행동은 밤마다 저를 울게 합니다.

여러분 어른들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제발 여러분의 행동이 여러분의 말을 반영하도록 해주십시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번 컬리스-스즈키 Severn Cullis-Suzuki

- 이 글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당시 12살의 캐나다 국민학교 여학생으로 행한 연설문이다. 
*인용 - 녹색평론 제18호 (1994년 9-10월호)
 

1년 뒤 그녀는 중국 베이징에서 UN 환경 프로그램의 ‘지구 500인 명예상(Global 500 Roll of Honor Award)’을 받았다고 합니다. 2002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에서 방송한 ‘스즈키의 자연 탐구(Suzuki’s Nature Quest)’를 비롯해 몇몇 TV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답니다. 

그녀와 친구들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2002년 UN 세계 정상회의에서 ‘책임 인정(Recognition of Responsibility)’이라는 서약을 발표하였으며 여전히 환경운동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아래는 그녀의 1992년 연설 동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