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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철거비용만 6억인데...일단 뜯어내고 보자고?

by 이윤기 201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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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섬, 남이섬 벤치마킹 제대로 좀 합시다!

통합창원시가 마산합포구에 속해 있는 오랫 동안 방치되었던 돝섬을 새롭게 개발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낡고 오래된 유희시설과 콘도, 모텔 등 건축물을 오는 7월까지 모두 철거 할 계획이며 시민토론회를 열어 개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마산의 경우 워낙 시민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겨우 산책로만 정비하고 기존 시설물은 그냥 방치 되어 있는 지금 상태에서도 하루 평균 150~200명, 주말에는 하루 800여명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4일 블로거 선비님과 함께 돝섬을 갔던 날도 예상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있어서 깜짝놀라기도 하였고, 마산에 참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는 돝섬을 지속가능한 해상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안전 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 20년 이상 된 유희시설 7종과 모텔, 콘도 등 건축물을 오는 7월 12일까지 철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갔을 때도 돝섬에 있는 건물마다 ‘철거예정’이라고 하는 붉은 글씨가 붙어있었습니다.


돝섬, 철거비용만 6억 원인데...일단 뜯어내고 보자고?

창원시는 관리시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고 해안 산책로 230m에 대해서는 호안정비와 데크난간 설치 같은 기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는 철거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 분진을 막기 위해 차단막을 설치하고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가급적 공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돝섬에 설치된 유희시설과 모텔 콘도 등 건축물을 설치하는데 무려 6억여 원의 예산이 든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설물과 건축물에서 철거 잔해 중 고철과 같은 경우는 재활용품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건축 폐기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아직 새로운 돝섬 개발 계획도 세우지 않았는데, 현재 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그렇게 서두를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창원시가 재정자립도가 높고 예산이 넉넉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시민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남이섬을 만든 키워드는 상상력과 재활용

특히 녹색창원21 회원들과 창원시 관계 공무원들이 돝섬 개발 방향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춘천에 있는 남이섬을 다녀왔다고 하면서 이런 계획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탁운영업체의 부도로 폐허가 된 남이섬을 오늘날 국제적인 문화생태 관광지로 탈바꿈 시킨 것은 바로 상상력과 재활용입니다. 오늘날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불리는 남이섬을 만든 강우현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생용지로 노트를 만들었던 ‘리사이클링’ 전문가입니다.

남이섬이 유명해진 것도 섬 곳곳에 방치된 소주병을 모아 타일을 만들고 남이섬 명소가 된 이슬정원을 꾸몄을 뿐만 아니라 꽃병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그 뿐이가요 빈 화장품병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유리병 나무를 만들어냈는데 남이섬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습니다.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이 화장품병을 재활용하여 만든 유리병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지은지 30년이 된 낡은 호텔을 뜯고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불러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객실로 바꾸었습니다. 똑같은 방이 하나도 없는 이 호텔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심지어 송파구에서 폐기물로 버리는 은행나무 잎을 가져다가 남이섬에만 있는 은행나무 숲길을 만들어내고 가을에는 일부러 낙엽을 태워 사람들에게 낙엽타는 냄새를 기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오늘날 남이섬을 있게 한 것은 상상력이 한 축이고, 재활용이 또 다른 한 축입니다.

그런데, 남이섬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을 6억이나 들여서 현재 있는 시설물을 '묻지도 않고 따져보지도 않고' 뜯어내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발상일까요?

▲ 참이슬 병으로 만든 모빌(왼쪽), 설화수 병으로 만든 유리병 나무(오른쪽)



오늘날 도시재생과 재개발에 있어 있는 시설을 재활용하는 것은 꼭 돈 문제만은 아닙니다. 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리사이클링과 리모델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창원시는 오는 5월에 돝섬 개발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하여 해양관광 및 환경분야 교수와 지역문화예술 전문가, 건축 도시디자인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어 본격적인 재정비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재정비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시설물 철거는 중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원시가 주최하는 세미나는 돝섬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도 의논해야하겠지만, 지금있는 시설물을 어떻게 재활용하여 개발할 것인지도 아주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환경수도 창원이라면 현재 있는 시설물과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도 꼭 없애야 한다면 철거도 하고 새로 짓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이섬 벤치마킹, 흉내만 내지 말고 제대로 좀 벤치마킹했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거 선비는 돝섬을 조각공원을 겸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포스팅하였더군요. 

그는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 뿐만 아니라  창원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각작가를 배출한 도시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추상조각을 개척한 선구자인 김종영 작가는 1세대, 2세대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그리고 3세대로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작가 김영원을 비롯한 박석원, 박종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이 창원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또 그는 기계산업의 메카인 창원공단의 특성과 조각이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고 하면서 움직이는 조각인 '키네틱 아트'를 중심으로 돝섬을 활성화시키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제안이지만 돝섬 활성화 방안을 연구할 때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일리있는 제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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