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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창원 도시철도, 한 달 만에 적자가능성 없다?

by 이윤기 201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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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산, 창원 YMCA 협의회가 '창원도시 철도 기본 계획 공개와 민관 협의회 구성 등 시민여론 수렴과 시민참여를 보장하라는 주장을 담아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그동안 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창원 도시철도 사업의 일방적인 추진, 신뢰할 수 없는 승객 예측 등의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만, 이번에는 마산, 창원YMCA 협의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우선 마산, 창원 YMCA협의회는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새로운 토목사업이 아직 기본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통합 창원시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창원 도시철도 사업은 행정구역 통합 이후 창원시의  장기 교통계획이라는 관점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예타도 통과되지 않았는데...국비 예산 통과는 적법한가?

실제로 창원도시철도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는 대중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경상남도에서는 항만물류과가 담당이었고, 창원시에서는 건설과가 담당부서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경상남도나 창원시의 교통정책과 도로건설, 그리도 도시철도 사업은 따로 국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에서는 대중교통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토목, 건설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도시철도를 추진하면서도 시내버스나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대로 밝힌 일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미래의 교통 계획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행정구역 통합 이전부터 경상남도가 추진하던 사업이 충분한 검토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예비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지난 연말에는 국회에서 사업추진을 위한 예산(기본설계, 실시설계비 10억 원)이 통과되기도 하였습니다.

창원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은 예비타당성 검토도 통과되지 않은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 것을 자랑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예비타당성 검토 조차 통과되지 않은 사업에 대하여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 시킨 것은 불법(?)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창원 도시철도 적자 가능성 거의 없다는데...

한편,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직후 창원시 양윤호 건설교통국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는데, 핵심은 아직 '시민들에게 공개할 자료는 없고, 나중에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답니다. 

“현재 시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만을 통보받았으며 사업개요 외에 별도 자료는 없는 상태다. 오는 12월까지 경남도가 기본계획수립 보완 및 승인 고시를 국토부로부터 받아야 하고 그 이후부터 창원시가 타당성평가 용역 등에 나서며 타당성평가 용역 때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을 계획이다."(경남신문)

아울러 김해 경전철 같은 적자 운영을 걱정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하여 “연간 306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1인당 요금을 1100원으로 하면 429억원의 매출이 발생, 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더디어(?) 도시철도를 운영해도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주장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그동안은 운영적자가 발생하지만 친환경, 미래형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적자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4월 15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존 대중교통에도 보조금으로 적자를 메워 주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적자는 감당해야 할 것" 이라는 창원시 담당자의 인터뷰는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실일까요?

관련기사 - 2011/04/18 - [세상읽기 - 교통] - 창원도시철도 매일 10만명 타도 적자라고?

그런데, 기자회견 기사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또 생깁니다.
상식선에서 생각되는 의문은 이렇습니다. KDI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편익/비용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왔는데 적자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하여 편익은 낮은데, 적자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인당 요금 1100원만 받아도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업에 대하여 투입되는 비용에 비하여 편익이 낮다고 분석한 KDI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편익/비용 지수가 0.8에 불과 한데도 적자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창원시 담당 국장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아울러, 정말 창원시에 도시철도가 꼭 필요한가하는 질문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DI 예비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창원시의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는 내용도 없고, 도시철도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에 사례가 없었던 사업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되어 있을 뿐입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를 불신하는 이유?


지난 수년 동안 버스 중앙전용차로제를 실시하자던 시내버스 회사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택시 업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던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느닷없이 도시철도를 만들겠다고 하니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버스 중앙전용차로제는 못한다고 발뺌해놓고, 도시철도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도시철도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심각한 교통 정체는 없다. 버스 중앙 전용차로제만 해도 지금 보다 버스가 훨씬 빨리 다닐 수 있다. 그렇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도시철도를 만들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어떤 철도 교통수단 적자 안 나는 것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처음 예상보다 적자가 더 많아 졌다."  

사실, 시민단체의 불신에는 중앙정부, 경상남도, 창원시 그리고 국책 연구기관들의 말 바꾸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경전철이 최고라고 하였다고, 또 자기부상 열차가 최적 대안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노면전차가 최적 대안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창원시 미래 교통 계획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신뢰할 만한 답이 필요합니다. 창원시와 경상남도는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앞으로 20년, 30년 후의 창원시를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로 만들 것인지, 승용차 중심의 도시로 만들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미래교통수단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하는 창원시의 지금까지 알려진 미래교통 계획은 한 마디로 ‘무원칙 무계획’이 전부입니다. 대중교통 활성화의 분수령이 될 뿐만 아니라 도시 교통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도시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출퇴근 시간 자가용 운행을 편리하게 하는 팔용터널, 마산진해 해저터널, 제2봉암교 사업, 비음산터널, 제2안민터널 등 여러 곳의 터널과 도로 확장사업을 중복적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철도와 도로 확장, 하나만 선택하자

이는 결국 승용차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철도가 만들어져도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살기좋은 도시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입니다.

창원시와 경상남도는 "도시철도가 좋다", "도시철도는 친환경적이다"라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도시철도를 개통에 맞춰 확실한 대중교통 우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철도사업은 창원시의 대중교통정책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시민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정작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의 정책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제대로 된 의견수렴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창원시가 옛 마산시가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추진하였던, 수정만 STX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가 실패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주민참여, 시민참여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무리 좋은 친환경, 미래 교통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숨김없이 관련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