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교통

왜 선진국은 자전거 탈 때 헬멧 안 쓰도 될까?

by 이윤기 2011. 5. 3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4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는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인 박용남 선생 초청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주에 제 블로그를 통해 이미 한 번 강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두루 소개하였는데요.(2011/05/26 - [세상읽기 - 교통] - 창원 도시철도, 먼저 교통계획 새판을 짜라 ! ) 


오늘은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에 방송으로 소개하였던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다 시 한 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용남 선생은 세계적인 환경도시 브라질 꾸리찌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여 지소가능한 도시, 친환경 도시에 대한 비전을 전파한 분입니다. 개발도산국인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도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리더십'을 주제로 열렸는데요. 사실 강연회에 많은 관심이 쏠린 또 다른 이유는 박용남 소장이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하는 브라질 꾸지찌바시의 BRT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합 창원시가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설과 운영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노면전차형 도시철도 도입하려고 하고, 시민단체들이 브라질 꾸리찌바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버스를 이용한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불리는 BRT 시스템의 가능성도 검토해 보자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소장은 강연회에서 직접 노면전차형 도시철도가 좋다, 브라질 같은 버스를 지하철처럼 운행하는 BRT 시스템이 더 좋다하는 것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철도 교통이든, 버스를 이용하는 시스템이든,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기 전에 대중교통시스템의 새판을 짜야한다는 것을 분명히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살기 좋은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원칙들을 선진국 사례를 통해 소개하였습니다. 그는, 지속가능한 도시,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의 지표로, 첫째 걷어 다니는 사람이 편한 도시, 둘째,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도시, 셋째, 승용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자가용 타고 다니기에 불편한 도시가 바로 살기 좋은 도시이면서, 곧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직 창원시가 주장하는 ‘환경수도 창원’은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자전거 교통정책과 선진국의 자전거 교통 안전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창원시의 공용자전거 시스템 누비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선진국 사례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 네 방향 동시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교차로 시스템, ▲ 교차로 자전거 우선 교통 처리 시스템 ▲ 자전거 우선 녹색 신호체계 ▲ 자전거 접근 차로 및 교차로 대기 공간 ▲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 사례 등은 모두 창원시가 주목해야만 할 내용들이었습니다. 강의 당시에 설명을 들으면서 사진으로 볼 때는 한 눈에 확 들어왔는데, 제가 봐도 글로 써 놓으니 좀 막연하기는 합니다. 

교통 선진국은, 자전거 안전 책임 개인에게 떠 넘기지 않는다

아무튼 특히 놀라운 이야기는 자전거를 우선하는 대중 교통선진국의 '자전거 문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박용남 소장은 유럽을 비롯한 자전거 선진국에 가면 자전거를 탈 때 대부분 헬멧을 쓰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사진에도 헬멧을 쓴 사람들이 없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전거 보급하면서 헬멧과 안전장구를 꼭 착용하라고 유난히 강조하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을 시키자고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왜 선진국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될까요? 우리의 교통문화가 선진국을 앞질렀기 때문일까요?

그것은 유럽을 비롯한 대중교통 선진국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타기에 안전 교통 시스템은 만들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개인들에게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라고 떠넘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헬멧을 써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와 헬멧을 써지 않아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 과연 어느 쪽이 살기 좋은 도시일까요? 그동안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려면 개인 안전장구를 꼭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듣다가 선진국의 사례를 듣고 정말 신성한 충격이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자전거 안전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사고가 난 후에 보상 받는 보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전한 자전거 교통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안전에 대한 책임이 지방정부에 있는 교통선진국과 개인이 자전거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환경수도 창원, 공영 자전거 도시 창원으로 발전하려면 꼭 기억해두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영 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한 프랑스 파리시의 경우 2007년 12월 현재 20,600대의 자전거와 1,451개의 자전거역 배치되어 있으며, central Paris에는 300m당 1개의 자전거 역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영자전거 시스템 도입에서 중국이 유럽을 앞서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중국 항저우시는 2008년 10월에 공영 자전거 도입을 시작하였는데, 총 40,000대의 자전거, 1,700개의 자전거 역이 구비된 세계 최대의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 
 2009년 8월에 시작한 우한(Wuhan) 시의 경우에도 21,000대의 공용자전거 시스템 구축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밖에도 중국의 여러 도시들이 세계 최대의 공영자전거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중국이 원래 자전거 천국(?)이었는데, 공영자전거 시스템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프랑스와 중국의 사례를 듣고 보니 3500여대의 자전거와 170여개의 무인 자전거 역을 갖추고 있는 창원시 누비자의 성과를 내놓고 자랑하기 어렵겠더군요. '환경수도'라는 구호에 어울리는 자전거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