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시청사 위치, 용역 토론으로 결론 못낸다

by 이윤기 2011. 6. 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통합창원시 시청사 문제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 1일, 315아트센터국제회의장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방분권운동경남본부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허정도 박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창원시 의회의 김종대(민주당/ 마산), 노창섭(민주노동당/ 창원), 이성섭(한나라당/진해) 세 분 시의원이 발표자로 참여하였습니다.

또 이일균 기자(경남도민일보), 이춘모 집행위원장(진해시민포럼), 차윤재 대외협력위원장(지방분권운동경남본부)이 언론과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발표자로 참가하였습니다.


시의원 세 분의 경우 지역과 소속 정당에 대한 안배가 이루어졌고, 언론, 시민사회가 한 자리에 모이는 토론회였습니다. 쉽게 결론에 이를 수 없는 토론회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주장들이 많이 나와서 유익한 토론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통합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의 쟁점

■ 2010년 2월 16-17일 통준위 8차 회의에서 명칭소재지 결정 -> 1)명칭: 창원시, 2)임시청사, 3)청사 소재지는 공동 1순위 마산공설운동장, 진해 구 육군대학부지, 공동 2순위 39사단 부지

■ 2011년 2월 23일 시작된 타당성, 사전환경성, 교통성, 사전재해영향성 등 용역을 수행하는데 17개월 소요. 타당성조사에 9개월 환경, 재해, 교통영향 평가에 8개월, 이를 종합하는 기간 3개월 소요

 


먼저 창원시 시의원 세 분의 발표에서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딱 잘라 요약하면 시의원들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속 정당별로 정강정책과 이념을 달리하고 있지만, 통합시청사 위치 문제에 있어서는 지역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소속 정당이 있지만, 통합시청사 위치 문제에서는 당론을 정해서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소속 정당보다 지역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4년을 준비하고도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우리는 고작 2달 만에 행정 구역 통합을 해치웠다. 더 많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세 분 모두 자신의 지역구가 속해 있는 옛 마산, 창원, 진해에 통합시청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내심을 감추지는 않았습니다. 두 분은 아주 직접적으로 '통합 창원시 준비 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마산과 진해 각각 주장하였구요.

김종대 의원은 도로 여건, 도시여건, 부지매입 비용 부담이 없는 장점 등을 거론하면서 마산 공설운동장의 타당성 주장하였고, 이성섭 의원은 공공시설 입지 이론의 중심지 모형 이론을 근거로 진해 육군대학부지를 최적지라고 하였습니다.

김종대 의원은 진해의 경우 신항만을 중심으로 발전 전략을 세우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이성섭 의원은 시운학부터 매각 대금으로 육군대학부지를 매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였답니다.

한 분은 성남시 호화청사 논란 이후에 만들어진 법과 행안부의 지침에 따르면 현 임시청사를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시민들이 현청사 리모델링에 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객관적 기준, 공정한 평가 가능할까?

반면, 이일균 기자는 지역과 정당을 내세우는 대신 '경제성, 실용성, 상징성' 등의 객관적인 기준을잣대로 창원시 청사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옳다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소모적인 논쟁이 되지 않도록 용역 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언론의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이춘모 집행위원장은 의회의 책임과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였습니다. "통합 결정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해놓고, 골치 아픈 결정은 시민에게 미루는 꼴"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의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하고 시장은 집행하면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차윤재 대외협력위원장은 " 2순위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통준위의 1순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마산과 진해 중에서 해야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통합시청사 문제는 토론이나 시민참여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정치적 판단으로 결단하고 탈락 지역에는 시청사에 버금 가는 다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신속히 결정하자"고 하였습니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마산, 진해가 1순위다?


방청석 토론과, 발표자들의 상호 토론이 이어졌는데 통합시청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창원시 이현규 균형발전실장에게 여러 번 질문과 답변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그는 임시 청사 리모델링이 용역에 포함된 것은 통준위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하여 "임시 청사 리모델링은 창원시의 안이 아니라 행안부의 지침이고 법을 지키는 것이다. 새로운 청사에 대한 타당성 용역에는 기존 청사 리모델링 용역이 필수 사항이다"고 답하였습니다.

또 옛 진해시, 마산시 청사도 리모델링 용역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법적으로 구청이 되었기 때문에 현 임시청사인 옛창원시 청사를 리모델링 용역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행자부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번의 토론회를 통해 결론을 낼 수 없는 주제였지만, 토론회를 통해 몇 가지 공감대는 형성되었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17개월의 용역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습니다.
 
통합시청사 용역이 17개월이나 걸리는 것은 쟁점을 미루는 효과 밖에 없다는 것과 통합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는 오래 끌면 오래 끌수록 혼란만 가중 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기간을 단축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토론회를 지켜 본 소감을 나름대로의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발표자 중의 한 분이 주장하였던 것 처럼 "토론과 시민 참여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여론조사나 투표를 통해서도 결정하기 어려우며, 의회 역시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결론을 짓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객관적, 합리적, 이성적 방안을 찾아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발표자들의 '수사'(?)는 공허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역주의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아야 하며, 시청사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근거나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이일균 기자가 제안하였던 경제성, 실용성, 상징성 같은 객관적인 기준도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에 따라서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원칙'도 세우기 어렵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세우면 특정 지역에 유리해 질 수 있고,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을 세우면 다른 지역이 유리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인 허정도 박사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용역 결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용역 결과 역시 판단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눈으로 보면 역사성에 주목하여 결정할 것이고, 현재의 논으로 보면 입지나 교통 등 지금의 여건이 좋은 곳을 결정할 것이고, 미래의 눈으로 보면 장래의 성장 동력이나 가능성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다."

결국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용역을 해도 결국은 정책 결정권자의 관점과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인데, 아주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시장이 정치적으로 결단하던지...아니면 제비뽑기?


따라서 통합시 청사 문제를 갈등을 최소하하면서 결정 하려면, '이해당사자들과 의사결정권자들이 용역이나 연구와 합리적인 논의와 토론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인정하는 것'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딱 두 가지 방법이 남습니다. 창원시장이 정치적 결단을 하고 책임을 지는 방법과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방법인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창원시장이 올 해 안에 정치적 결단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럴 자신(?)가 없으면 제비뽑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비뽑기'로 결정한다고 하면 이렇게 중요한 현안을 '우스갯 거리'로 만든다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매주 수백 만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제비뽑기라고 하는 아주 공정한 방법을 통해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로또 복권입니다. 만약, 복권 기금을 모아서 가장 가난한 사람,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 당장 가장 돈이 필요한 사람을 뽑거나 혹은 지역,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하여 토론이나 용역을 통해 당첨자를 결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비뽑기가 왜 바람직한 결정 방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