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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채식 건강

물 부족하면 목 마른 것이 아니라 배 고파진다

by 이윤기 201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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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구제역, 신종플루에 이어 유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출혈성대장균'이 발생하여 다시 한 번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른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 푸드마일리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푸드 마일리지란 식량의 운송량과 운송 거리를 종합적이고 정량적으로 파악하려는 지표 또는 개념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인 '푸드마일리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운송량에 운송거리를 곱하면 되고, 양과 거리를 표기하기 위하여 '톤킬로미터'나 '킬로그램킬로미터'라는 단위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푸드 마일리지라는 개념은 영국의 푸드 마일즈 운동을 참고로 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푸드마일즈는 단순히 식량의 운송거리만을 따지는 지표인데 비하여 푸드마일리지는 식량의 운송거리와 운송 경로 그리고 운송 수단을 포함하는 지표입니다. 사람들은 푸드마일리지 개념을 통해서 자기의 식생활과 인류의 과제인 환경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밥상, 로컬 푸드

일본의 농민, 농업관련 학자와 연구자, 농업 담당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로컬푸드 조례>는 특별히 '푸드마일리지'에 주목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27퍼센트 밖에 안 되는 일본의 낮은 식량자급률에 따른 식량안보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 등을 막기 위하여 푸드마일리지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식량 자급률에는 운송거리라는 지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독일이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것과 일본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푸드마일리지라는 개념을 적용하게 되면 단순한 식량자급률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송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식량 공급 구조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송거리라는 요소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중요하며, 식량운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미국산 사료로 키운 쇠고기 푸드마일리지 700배, CO2 배출량 160배

실제로 푸드마일리지를 계산해보면 그 차이를 좀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구마모토현에서 사료를 전량 지역에서 조달하여 소를 키우는 경우 상품화된 쇠고기의 운송거리를 모두 더하면 121킬로미터이고 푸드마일리지는 300킬로그램킬로미터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5그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미국에서 수입한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게 되면, 총 운송거리는 1만 9700킬로미터로 약 160배가 되고, 푸드마일리지는 216톤킬로미터로 약 700배로 늘어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800그램으로 160배나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지역에서 생산한 식량이라도 화학비료를 사용하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자연 그대로 생산한 것을 수입하는 것보다 환경부하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결론적으로 환경 부하가 적은 식생활은 로컬푸드를 이용하고 제철 음식을 골라 먹고, 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을 때 가능하다." (본문 중에서)

한편 이들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은 1인당 푸드마일리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100톤킬로미터, 한국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6400톤킬로미터이며 미국은 1100톤킬로미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푸드마일리지는 이산화탄소 배출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2000년을 기준으로 12억 3000만 톤인데, 그중 식량 운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900만 톤으로 추정합니다. 반면 식량수입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90만 톤으로 추정되며 국내운송의 2배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물을 수입한다고? 식량이 바로 물이야!

식량 수입에 있어서 푸드마일리지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하는 것은 '가상수'입니다. 가상수는 Virtual Water를 직역한 것으로 간접수라고 이해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나라나 지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은 물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고 보는 개념이다." (본문 중에서)

가상수 개념은 식량 생산에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한 개념입니다. 실제로 1인당 공업용수는 연간 110세제곱미터이지만 농업용수는 연간 500세제곱미터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결국 가상수 개념은 식량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옥수수와 밀은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중량의 약 2000배, 보리와 콩은 2500~2600배, 쌀은 이것보다 많은 3600배의 물이 들었다. 다시 말해 쌀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그것의 3600배인 물 3.6톤이 든다. … 먹을 수 있는 부분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닭고기는 4500배, 돼지고기는 6000배, 쇠고기는 무려 2만 1000배의 물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이런 가상수 개념을 적용하면 일본의 연간 가상수 총수입은 640억 세제곱미터이고, 이것은 일본의 연간 농업용수 사용량 570억 세제곱미터를 넘어선 수치라고 합니다. 일본은 640억 세제곱미터 중에서 미국으로부터 연간 약 400억 세제곱미터의 수자원을 식량으로 수입한다고 합니다.

이런 가상수의 관점에 주목해보면 앞으로 다가오는 '세계 물 위기'는 식수나 수돗물의 부족으로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량부족 사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물 위기는 식수도 마실 수 없는 최악의 사태보다는 식량을 생산할 물이 부족한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물 위기가 닥치면 '목이 마른 게 아니라 배가 고파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면 우리가 평소에 식량을 생산하는데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치로 제시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

저자들은 수십 년 후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확실하게 나타날 무렵이면 화석 연료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운송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한 식량은 '사치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운송거리를 좁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이 먹을 식량을 생산 할 수 없는 나라를 국가라고 봐야 하나?

이 책 <로컬푸드 조례>에는 야마시타 소이치라고 하는 올해 75세가 되는 농부의 음식 일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200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몇 번의 식사를 하고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빠짐없이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예전에 읽은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는 책에 다이어트를 위하여 음식일기는 쓰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일본 농부는 '내 생명이 무엇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음식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는 음식일기를 쓰면서 '몸속에서도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름에 즐겨 먹던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또 1년 간의 기록을 살펴보았더니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고 있더라고 합니다.

음식일기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 본 나이 많은 농부는 '자기 먹을 것도 생산할 수 없는 나라를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울러 현대는 농업생산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만든 것밖에 믿을 게 없는 불행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자급자족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은 350엔인데 쌀밥 한 그릇의 원가가 35엔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푸드 마일리지가 가르쳐주는 농업의 미래는 WTO가 추진하는 방향과는 반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삶의 경험이 풍부한 지혜로운 농부의 예언이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수입 야채를 국산으로 바꾸면 TV 12시간 끈 것과 같은 효과

또 이 책에는 푸드마일리지와 에너지 절약을 비교해놓은 재미있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런 통계를 만들어낸 이들의 지혜로운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빵 600그램을 미국산에서 국산 밀로 바꾸면 1.1포코(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 단위)가 줄지만 냉방온도를 27도에서 28도로 올린 쿨비즈 활동은 1일 0.5포코가 줄 뿐이다. 다시 말해 식빵 600그램을 국산품으로 구입하는 노력은 쿨비즈 활동을 2일 한 것 이상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오스트레일리아산 아스파라거스를 비행기로 운송할 때는 3.41포코가 되지만, 나가노에서 생산한 아스파라거스를 도쿄로 운송하면 0.01포코밖에 안 된다. 한편 텔레비전을 1시간 끄면 0.3 포코가 줄어든다. 따라서 아스라파거스를 국산품으로 먹으면 텔레비전을 하루에 3시간씩 4일간 끈 것과 같은 에너지절약 효과가 있다." (본문 중에서)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기농 채소와 무첨가물 식품을 배송하는 택배회사에서 고객에게 발행하는 영수증에 품목별로 감소된 포코 지수를 표기하였다고 합니다. 설문조사에서 포코가 표기된 영수증을 받은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푸드마일리지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하였답니다.

푸드마일리지 캠페인을 하면서 일본에서는 푸드마일리지를 표시하는 매장을 운영하기도 하였고 푸드마일리지를 계산할 수 있는 '전자계산기'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하였답니다.

한편, 이 책에는 보존 기간에 따라 채소의 성분이 바뀐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쓴 '왜 국산 채소가 더 맛있을까'라는 글과 아이들에게 푸드마일리지를 가르치는 재미있는 수업 사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수업장면을 자세히 소개한 푸드마일리지 장보기 게임, 닭고기 카레와 푸드마일리지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입니다.

로컬푸드 운동을 하고, 로컬푸드 조례를 만들었더니...

또, 책 제목처럼 '이마바리시 먹을거리 농업의 지역 만들기 조례' 전문과 조례 제정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로컬푸드 운동을 추진해온 이마바리시는 지역산 채소와 쌀을 학교 급식에 사용하고 있으며, 한 톨도 재배되지 않던 밀 생산지가 15헥타르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로컬푸드 조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푸드마일리지가 적은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주민, 농림수산업자, 식품관련 사업자의 임무를 밝히고 기본 시책을 규정하여 로컬푸드 활성화를 지원하는 조례입니다.

학교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시민들에게 식생활교육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유기농업을 장려하고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재배를 규제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런 활동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산 농산물만으로 식량을 100퍼센트 자급할 수는 없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필요 이상으로 수입하는 것은 기아인구를 늘리고 환경을 파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로컬푸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항상 의식하면서 먹을거리와 농업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이자, 미래 일본의 먹을거리와 농업의 바람직한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활동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이 담긴 푸드마일리지와 로컬푸드가 우리에게도 매우 유익한 것은 우리나라 식량, 농업사정이 일본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식량자급률이 27퍼센트라고 나와 있는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도 2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니 어쩌면 일본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본의 앞선 경험과 치밀한 통계와 자료를 분석한 푸드마일리지와 가상수, 포코 계산, 그리고 실천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어 더욱 쓸모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로컬푸드 조례 - 10점
야마시타 소이치.스즈키 노부히로.나카타 데츠야 엮음, 정선철.김진희 옮김/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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