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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꼴랑 20만원 주면서 애엄마들 범죄자 취급?

by 이윤기 201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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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년 전의 일입니다만, 2012년 3월부터 0~2세와 만 5세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실시되고 나서 엄청난 혼란이 있었습니다. 혼란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만 3~4세 유아가 무상보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정부가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만 지원 하고, 엄마가 키우는 아이들은 지원하지 안은 탓이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만 지원하자 엄마가 돌보던 아이들이 2012년 3월부터 한꺼번에 보육시설에 몰리면서 이른바 보육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정부의 졸속 지원 정책 때문에 엄마가 돌보도 충분한 아이들까지 한꺼번에 보육시설로 몰리면서 무려 13만명이나 되는 추가 보육수요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른바 인기 있는 보육시설의 경우 1000명이 넘는 대기자가 몰려들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원하는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보육대란을 막는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하면서 당시 새누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공약보다 훨씬 뒤쳐지는 무상보육 개편안(무상보육 후퇴? 애 키우는 엄마는 봉)을 내놓았습니다. 여론의 극심한 반대와 더불어 새누리당이 0~5세 무상보육 확대 실시와 전면적인 양육수당 지원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엉터리 무상보육 개편안은 폐기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양육수당 바우처로 변경 하겠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보니 지난 연말 죽었던 바우처 유령을 보건복지부가 다시 부활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 새누리당 출신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현금지급하는 양육 수당을 바우처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또 지난 20일 개최된 '여성가족 국정과제 실천방안 토론회'에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주지 않고 조만간 대체 지급수단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신임 장관과 대통령직 인우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여당 의원이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르 보면,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은밀하게 '양육수당을 바우처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으로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 처럼 50~100만원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5세 각 10만원이 전부입니다. 2012년까지 일부 저소득층에게만 지원되는 양육수당이 2013년 3월부터 만 5세 이하 전 연령으로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가정 양육을 하는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양육수당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꼴랑 10~20만원을 지원하면서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부모들이 양육 수당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까봐 걱정이 태산인 모양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 양육수당이 수혜 가정의 생계비나 사교육비 등으로 전용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0~5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양육수당을 받아서 쌀을 사거나 자동차에 주유를 하거나 미술학원에 보낼까봐 걱정하는 것이지요. 고위 관료들의 눈에는 0~5세 아이들 둔 부모들이 정부지원금을 빼돌려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양육수당을 분유값, 기저귀값으로 사용하는 대신에 자동차 기름을 넣건, 쌀을 사건 정부가 관여 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따위 기가막힌 발상을 해내는 정부 관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어떤 엄마가 양육수당을 받아서 분유를 사는 대신에 쌀과 고기를 사서 먹고 모유수유를 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양육수당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범죄일까요?

아니면 양육수당 20만원을 받아서 아이를 병원에도 데리고 다니고, 주말이면 자연으로 나가서 가족 나들이를 하는 기름 값으로 사용하면 양육수당을 빼돌리는 범죄인가요?

제 좁은 소견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가정마다 지출되는 양육수당을 가정의 생계비와 구분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양육수당 모아서 대학등록금 준비하면 불법인가요?

부모들이 보육시설에 지급해야 하는 정부지원금을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 때문에 '바우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정 양육을 지원화기 위해 지금하는 양육수당에 정부가 용도를 지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양육 수당을 받은 부모들은 아이의 장래(이를 테면 대학등록금 마련)를 위하여 저축을 하거나 적금을 들 수도 있고, 가족들이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양육 수당을 받아서 가족 여행을 떠나면 양육비기 아니라고 누가 단정 지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양육수당을 바우처로 지원하게 된다면 결국 양육 바우처를 취급하는 특정 금융기관(신용카드 회사)에 수백억원을 예치하는 특혜를 주는 것 밖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습니다. 양육수당을 받아 쓰는 부모들을 불편하게 하는 대신에 특정 금융기관은 특별한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쥐꼬리만큼 주는 양육수당에 사용 용도를 제한하는 꼬리표를 달겠다는 발상을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도 대통령부터 일선 담당 공무원까지 모두가 욕을 먹을 멍청한 계획을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