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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마산 촌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다

by 이윤기 201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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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25]오페라의 유령 관람기

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이야기 이어갑니다. 워싱턴에서 2박 3일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뉴욕으로 옮겨와서 모두 5군데의 미국 비영리단체를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연수 일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2박 3일 일정은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알찬 자유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일행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진 일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연은 '라이언 킹'이었습니다. 단체 방문을 마치고 타임스퀘어 근처 지하철 역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사전답사를 하였습니다.

타임스퀘어 광장 한쪽 모퉁이에 브로드웨이 공연 할인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대부분 공연은 30~50% 할인 티켓이 있었지만 '라이언 킹'만은 정가 판매로도 매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어떤 공연을 관람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엔 공연 1개를 정하여 모두가 함께 공연을 보러가자는 의견이 우세하였지만, 120~130달러 하는 '라이언 킹'을 관람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자 원하는 공연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라이언 킹'을 보러가기로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맘마미아', '시카고'를 보러가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오페라의 유령'을 선택하였습니다. 꼭 한 번 보고 싶은 공연이기도 하였고, 이미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영어 대사를 몰라도 공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오페라의 유령' 음반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줄거리도 다 알고, 음악도 낯설지 않은 공연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맘마미아의 경우도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더 끌리더군요.



처음엔 2명이 함께 공연을 보겠다고 하였으나 막상 티켓팅을 할 때가 되자 티켓을 구입한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도 관람료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저만 티켓을 구입한 것입니다. 시민단체 젊은 활동가들이 공연 한 번 보기 위해 70달러를 지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겠지요.

매표소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하다가 포기해 버리더군요. 평생 다시 올 가능성이 없는 이 머나먼 미국 땅에 와서 난생처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게 되었는데, 70달러 때문에 고민하다 포기해야 하는 비영리단체 활동가인 저희 모습이 잠깐 동안 이지만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마산 촌놈,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다

결국 저는 혼자서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같이 포기할까 짧은 시간 고민을 하다가 혼자서라도 보러 가겠다는 용기(?)를 발휘하고 티켓을 구입하였습니다. 70%에 할인 가격이지만 수수료를 포함하니 77불이나 되더군요. 
유창한 한국어와 부실한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제 말을 못 알아 듣는 할인 티켓 판매소 직원과 한참 동안 서로 상대방이 잘 못 알아듣는 영어로 실랑이를 벌인 끝에 무사히 티켓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일과가 끝난 후에 혼자서 'THE PHANTOM OF OPERA'를 보러 같습니다.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극장 위치'를 확인해두었습니다.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 혼자 브로드웨이로 나왔다가 극장을 못찾아 제 시간에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봐 낮에 길을 확인해었지요.

다행히 극장은 숙소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0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티켓을 살 때는 몰랐는데 공연장은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입장 전부터 극장입구에 사람들이 꽉 차서 줄을 서 있더군요.



직원들이 티켓을 확인한 후에 좌석이 있는 통로로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눈 짐작으로는 700~800석은 넘어 보였는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을 보면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은 듯 하였으며, 뉴욕 사람들보다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저야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 듣기만 하였는데,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 공연을 보러 왔더군요. 브로드웨이 공연을 처음 보러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젊은 외국인들도 예상보다 아주 많았습니다. 딱 보기에 학생인듯 하였구요.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미국 사람들도 카메라를 꺼내 극장 안에서 사진을 찍어 브로드웨이 공연 관람 '인증샷'을 남기더군요. 저는 혼자서 인증샷을 찍기에는 너무 뻘줌하여 다른 사람들이 사진찍는 모습만 재미있께 지켜보았습니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는 하였지만,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공연장 내부 인테리어는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보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낡은 극장이었지만 전통있는 극장이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미국도 한국처럼 극장에서 파는 물과 음료는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싸더군요. 판매원이 들고다니면서 파는 생수 한 병에 5달러를 달라고 하더군요.

공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대사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정열적인 연기는 대사를 못 알아들어도 감동적이었구요. 귀에 익은 음악들을 들으며 알고 있는 줄거리를 따라 공연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였습니다. 물로 가장 놀라운 장면은 샹들리에가 올라갈 때, 그리고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과 웅장한 음악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었습니다. 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살고 있는 팬텀이 미모의 가수 크리스틴에게 반하여 주체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질투와 납치 죽음까지 나아가는 줄거리입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배우들이 모두 나와 인사를 하고 모금에 참여하라는 안내를 하더군요. 극장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념품을 구입하더군요. 기념품 판매 수입도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크가 새겨진 검정색 티셔츠를 한 장 사고 싶어 한 참을 고민하다 그만두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나왔더니 그 여운이 한 참 동안 가더군요. 눈과 귀가 호사를 한 탓일까요? 솔직히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나니 '맘마미아'나 '라이언킹'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여 어렵지 않게 단념하였습니다.



저녁혼자서 타임스퀘어 광장을 좀 걷다가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뉴욕기마경찰이 시내에 나와 시민들의 카메라 세레를 받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앉아 있어도 하루 종일 색다른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재미있는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