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자전거, 大山 임도따라 천년고찰 광산사까지

by 이윤기 2011. 10. 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출발하는 창원에서 자전거 타기 좋은 길 ③ 대산 임도 코스

개천절 황금 연휴, 둘째 날인 일요일에 제가 일하는 단체 행사가 있어서 반쪽 연휴가 되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개천절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지도에서 보시는 것 처럼 무학산 둘레를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처음부터 무학산 둘레를 한 바퀴 돌아온다는 목표를 세우고 갔던 것은 아닌데, 다녀와서 자전거 어플 '바이키 메이트' 주행 지도를 확인해보니 무학산 둘레를 돌고 왔더군요. 

사실은 대산 임도를 따라 광산사까지 다녀오는 것이 원래 목표였습니다. 지난 번에 만날재를 거쳐 바람재까지 다녀온 후에 임도가 끝나는 광산사까지 한 번 가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포스팅 : 2011/09/19 -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 자전거 타고 大山 바람재를 오르다

산호동에 있는 집을 출발하여 용마고 - 서원곡 입구 - 산복도로 - 만날재 입구 - 만날재까지 가는 길은 바람재까지 갔던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날은 아들과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좀 단축되더군요.

산호동 집에서 출발하여 만날재 입구(6.2km)까지는 25분, 쌀재 고개(8.5km)까지는 55분이 걸렸습니다.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주행 정보에서 보시는 것처럼 해발 18미터에서 출발하여 298미터까지 올라가는 내내 오르막 길 입니다.




만날재 오르는 길 가장 힘들어...

역시 가장 힘든 구간은 가장 경사가 가파른 '만날재 구간'이었습니다. 다시 가봐도 직선으로 오르막 길을 올라가지는 못하겠더군요. 힘들때마다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가며 올라가야 했습니다.


휴일이라 만날재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시외로 나가지 못한 분들이 한가로이 가을 햇빛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무학산 둘레 길을 따라 등산을 다녀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숨을 헉헉대면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이채롭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더군요.

요즘 만날재 입구에 큰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서 자연경관은 점점 망가지고 있습니다. 29가구가 살 수 있는 작은 아파트도 한 채 들어서고 있고, 대형 식당들이 잇따라 지어지고 있습니다. 만날재 공원과 무학산 둘레 길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는 바람에 차츰 관광지 같은 느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시는 만날재 고개마루까지만 올라가면 한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쌀재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습니다. 가끔 자동차가 다니는 것이 흠이지만 숲이 우거진 길을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르막 길을 오르면 역시 폐활량이 증가하고 숨을 크게 쉬면 더 멀리 있는 냄새도 맡을 수 있는가 봅니다.

힘겹게 패달을 밟고 있는데, 어디선가 라면 냄새가 솔솔 풍기더군요. 패달을 밟을 수록 라면 국물 냄새가 점점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패달을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라 모퉁이를 두 번 돌았을 때 길가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나들이 왔다가 컵라면을 먹는 모양이었습니다. 라면이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산이나 야외에서 먹는 라면 맛은 어떤 맛집 음식에도 비할 수 없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컵라면을 가져와서 간식으로 먹어야겠다는 소박한 결심(?)을 하였습니다.


 

쌀재에서 광산사까지...굽이굽이 숲길

만날재에서 쌀재고개까지는 급경사 구간은 없지만 계속해서 오르막 길이 이어집니다. 쌀재고개에서 바람재까지는 15분, 약 1.5km거리입니다. 고도는 35 미터를 올라가는 가뿐한 길입니다. 여기서부터 중간 중간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차하기 때문에 쭉 오르막 길만 가는 것에 비하여 훨씬 수월합니다.

아울러 본격적으로 임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 이상 자동차를 만날 일도 없습니다. 자전거를 자주 타보니 임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매력중 하나가 자동차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더군요. 바람재로 올라가는 길에서는 내서 방향으로 조망이 탁 트입니다. 남해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주변으로 내서 아파트단지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쉬엄쉬엄 패달을 밟으면 초가을의 아름다운 숲과 파란 가을 하늘을 만끽하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바람재, 윗바람재, 대산을 다녀오는 등산객들이 자전거를 소리를 듣고 길을 열어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개천절날은 날씨가 맑아 바람재에서 마창대교도 보이고 통영으로 이어지는 국도와 주변마을들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산들을 지나면 바다가 보이고, 바다위에 작은 섬들도 시야에 들어오는데, 섬들을 잇는 흐릿하게 보이는 구조물들이 거가대교인지는 확인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바람재에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돗자리를 준비해와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한가롭게 햇빛을 맞으며 낮잠을 청하고 계셨습니다. 또 한 분은 윗바람재에서 자전거를 타고 쏜쌀 같이 내려오셨는데, 자전거를 타고 윗바람재까지 올라갔었는지 물어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분은 바람재 입구에 있는 계단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시더군요.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고 계단 앞에 딱 섰더니 시야에 들어오는 높이 때문에 두려움이 몰려오더군요. 금새 마음을 바꿔 계단 옆 내리막길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바람재에서부터 광산사까지 전에 등산을 왔을 때도 이 길로는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길은 완전한 초행 길입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비포장 임도를 쉬엄쉬엄 혼자서 즐겁게 달렸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패달을 저어가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 얼마 후에 패달을 힘차게 밟으면서 자전거 한 대가 제 옆을 휙~하고 지나갔습니다. 어라 ! 사람 마음이 참 묘합니다. 이렇게 추월을 당하고나니 갑자기 패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자전거...추월당하고보니...

앞서 가는 자전거를 추월하는 것은 대놓고 경쟁을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묘한 마음이 올아오더군요. 앞서 가는 자전거를 따라서 오르막에서는 똑같이 힘을 주어 패달을 밟고,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자기 뒤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뒤따라가는 것을 느꼈는지 앞서 가던 사람은 두어번 뒤를 돌아보더군요. 어쩌면 그도 저를 의식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던 그는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숲속으로 나 있는 샛길로 휙하고 사라졌습니다.

경쟁하는 마음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어려서부터 뼈속까지 새겨진 경쟁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전거 한 대가 자기 속도대로 앞서 갔을 뿐인데, 왜 그렇게 뒤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는지...

그가 사라진 숲길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이었습니다. 당연히 따라 갈 수도 없었고, 원래 가던 길이 있으니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헤어졌습니다. 산속에서 강호의 '고수'를 만난 느낌이더군요. 주행정보를 확인해보니 임도구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은 360미터쯤 되었습니다.

광산사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서 펑크난 자전거를 만났습니다. 스패어 타이어가 있냐고 물으셨는데, 스패어 타이어는 없어서 패치를 빌려드렸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다닐 때는 펑크를 비롯한 작은 고장에 대비하여 늘 준비를 해 다녀야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산호동 집을 출발하여 만날재 - 쌀재 - 바람재를 거쳐서 광산사까지는 약 15km,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광산사는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절 구경은 생략하였습니다. 다음에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그때 다시 한 번 들러기로 하였습니다.

광산사에서 내서읍 삼계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 길 아스팔트입니다. 휴일 오후라 다니는 차들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삼계리에서 내서읍 방향으로 가는 공단로에도 자동차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와 만나는 중리역 부근에서부터 차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더군요.

연휴기간 동안 나들이 나갔던 차들이 시내로 돌아오는 시간과 딱 맞무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중리역에서 마재고개까지는 얕은 오르막 길을 올라가지만, 마재고개에서부터 출발지였던 산호동 집까지는 얕은 내리막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임도와 산길을 따라 광산사까지는 약 15km,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만, 광산사에서 산호동 집까지 약 15km 도로 주행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간 전체 거리는 30km, 2시간 7분이 소요되었습니다. 3시간쯤 계획을 세운다면 훨씬 여유롭게 숲을 즐기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